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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 60일째 <St. Thomas Bay >

맑은 바람 2016. 12. 30. 07:21

 

 

 

 

 

 

 

 

 

 

 

 

 

 

 

 

 

 

 

 

오늘은 해지기 전에 좀더 여유 있게 다니려고 점심을 샌드위치로 간단히 챙겨 집을 나섰다.

바람이 좀 차다.

옷을 더 껴입고 나올걸 하고 아쉬워한다.

발레타에서 92번 버스를 탔다.

오늘 행선지는 몰타섬 남동쪽 방향에 있는 <St. Thomas Bay >다.

 

목적지를 30여 분 남기고 차에서 내린다. 몰타버스는 동네 골목골목, 구석구석 다 다니지만, 미리 내려서 평생 처음 만나는 토마스 만의 들판, 주택가, 바닷가를 거니는 것도 버스 여행 못잖게 즐겁다.

 

하루 여덟 시간, 세 개의 산봉우리를 종횡무진하던 시절이 아스라이 꿈 만 같아, 지금은 만 보 정도 걸으면 깩이다!

 

버스가 다른 곳과 달리 15분마다 다니는 걸로 미루어 한여름엔 관광객들로 넘쳐날 테지만 지금은 한가롭기 그지없어 우리같은 사람들에겐 더없이 좋다.

 

바로 해안에 면해 있는 <San Tomaso>에서 따끈한 차와 달팽이요리를 맛보았다.

대니가 작은 꼬챙이로 달팽이살을 꺼내서 창자까지 후루룩 삼키자 그 옆 테이블에 앉아 우리를 지켜보던 남자가 건너와 대니에게 먹는 방법을 시범을 보인다.

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참 자상한 사람이네' 하며 웃었다.

 

난 사실, 삶아내온 달팽이 촉수가 넘

또렷해서 마치 살아있는 듯 보여 먹고 싶은 생각이 달아났다. 미안해서 두 번 다시 먹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어떤 시인이, 살아 있는 은어를 초장에 찍어 깻잎 위에 올려놓고 먹으려는 순간 은어가 빤히 쳐다봐서 그만 내려놓았다는 귀절이 생각났다.

 

오후 5시,

해는 기울고 바람이 차서 더는 돌아다닐 생각이 없어 발레타행 버스를 탔다.

 

9313 보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