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몰타 유학기

몰타 68일째 <자의반 타의반>

맑은 바람 2017. 1. 7. 03:45

오늘은 <쌩 뽈 베이>에 가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몇 발짝 못 가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하늘을 보니 먹구름층이 빠른 속도로 번진다.

뭐, 하얀 눈송이 같은 것이 날린다.

몰타에 눈이 오나?

어제 담임이 눈얘기를 하니까 never!, never! 하며 부정을 했는데~~

 

우박이다. 얼마만에 만나는 우박인가!

일기가 불순해지는 조짐이 보인다.

 -여보, 돌아갑시다. 오늘은 따뜻한 방에서 숙제나 하고 편히 쉽시다.

 

이제 보름 후면 출국이다.

참으로 얼떨결에 이 머나먼 지중해 한복판까지 와서 두 달을 넘겨 지내고 있다.

아무일 없이 그냥 놀러오기 위해서였다면 몇 달씩 집을 떠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가지 복잡한 사정으로 우리 부부가 집을 잠시 비워야 하는 상황에서, 이왕이면 좋은 곳으로 가 있어야 자식들이 맘 편하고 나 또한 위축되지 않을 것 같아 고심하던 중에 구세군처럼 제니가 나타난 것이다.

제니가 말하는 '몰타'는 생전 처음 들어본 나라인데다 여러가지로 내가 원하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 망서릴 것도 없었다.

 

'몰타' 관련 책도 사보고 <세계테마기행>에서 다룬 '몰타'편도 보면서 떠날 준비를 했다.

인연 끊은 지 수십 년 된 영어책도 한 권 훑어봤다.

그리고 지금 여기 있다.

 

살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작한 일이 뜻밖의 좋은 결실을 맺은 예들이 심심치 않게 있지 않은가?

공부하기를 좋아하고 운동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도 시험이 없고 시합이 없고 경연대회가 없으면 각자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까?

인간은 자유를 누리고 싶어하고 추구하지만 알게 모르게 어떤 제약을 받으면서 최선의 것을 끌어낸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곳에 오게된 나도 내 생의 전환점이 될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냈다.

 

해안으로 거침없이 우르릉거리며 밀려오는 파도도 모래사장과 뭍의 둔덕을 만나 소리없이 되돌아가지 않는가.

그러고 보니 세상에 불필요한 존재는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있음으로써, 존재함으로써 또 다른 세계로의 길을 열어 보여줄 때 그것을 헤아리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나 거시적인 면에서도,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반드시 열린다는 긍정적 생각이 우리 모두를

이끌어 주었으면 좋겠다.

 대낮에 어둠이 몰려오면서 우박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