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아직도 속이 메스껍다.
그냥 쉴까 하다가 못이기는 척 구름의 유혹에 넘어간다.
다섯 번째 고조 행이다.
하늘은 푸르고 지중해 물빛은 검푸르다.
페리항에 내려 우선 <Ramla Bay>행 버스를 탔다.
람라베이의 모래는 소문대로 밝은 라임스톤 빛이다.
은은한 황토빛이 물빛과 조화되어 더욱 아름답다.
오늘도 '우리만의 산티아고 길'을 정해놓고 걷는다.
<람라베이>에서 <Masalforn>까지 4km 정도를 인적도 차도 뜸한 언덕길을 넘는다.
바람은 좀 차갑지만 감미롭고, 맞닥뜨리는 풍경 하나하나가 신선하다.
<Masalforn>에 닿아 늦은 점심을 먹었다.
<Salt Pans>는 30분 거리다.
이미 해는 기울고 바람이 더욱 차가와진다.
걸음을 빨리해서 염전까지 걸어가 오래된 염전을 만났다.
드넓게 펼쳐진 염전이 예술로 다가왔다.
해는 이미 져서 어둑어둑한 정류장에 한 남자가 서 있길래 경계심을 풀려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이도 자연스레 인사를 받으면서 두런두런 얘기를 꺼낸다.
'고조'니 '코미노'니 하는 건 모두 영어 발음이고 우리 말티즈들은 원래는 다르게 말한단다.
그가 뭐라 말티즈 발음을 했건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이니 기억에 없다.
'빅토리아'도 원래는 '라밧'이었다고~
그건 내가 책에서 읽은 거라 알고 있었지만~
대니가 묻는다.
몰타사람을 '말티즈'라 하나 '몰티즈'라 하냐 하니까 '몰티즈'는 영국식 발음이란다.
그 사람은 엄연히 몰타어가 있는데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게 못마땅하다고 했다.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사람과 어느 해안 버스정류장에서 얼굴도 잘 안보이는 상황에서 두런거리는 게 어찌보면
진기한 정경이다. 이런 게 여행의 진미일까?
잠시 울분을 토한 말티즈는 친절하게도 우리에게 가까운 노선을 일러주고 악수까지 나눈 후에 헤어졌다.
웬지 마음이 짠하다.
19237보 걸었다.
배를 타고 고조섬으로-이 물빛을 어찌 잊으리!
라임스톤빛 모래의 <람라베이>
73세를 살다간 어느 분을 기리는 성모자상인 듯하다
몰타어로 기록되어 그나마 독해 불가!
성모자상의 표정이~~
<Masalforn>으로 가는 길
생에 다시 만나기 어려운, 고조의 완만한 언덕길을 타박타박 걷는다
<위에니 베이>해양스포츠 전문가들에게 인기 짱인 이곳은 어부들이 고기를 잡으러 출항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폭의 그림같은 염전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 대니와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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