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몰타 유학기

몰타 제 67일 <선물>

맑은 바람 2017. 1. 6. 05:33

어제 일이다.

저녁 8시,

노크소리에 문을 여니 예의 그 아가씨가 활짝 웃으며 들어선다.

 

낮에 학교 사무실에서 날 찾는다는 연락이 와서 내려가 보니 직원이 메일 한 통을 건넨다.

16번 버스 속에서 만난 아가씨의 메일이었다.

 

어제 있었던 일이다.

걸어다니느라 고단해서 버스에 앉아 잠시 졸다가 내릴 때쯤 눈을 뜨니 옆자리에서 말을 건넨다.

 

아가씨: 한국분이세요?

나: 네, 아~~ 어디 사세요?

아가씨: 바로 요 앞에요.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요.

나: 여기 온 지는 얼마 됐어요?

아가씨: 6개월요.

나: 어학연수 중인가요?

아가씨: 아녜요. 직장 다니고 있어요.

 

짧은 시간에 몇 마디 나누지도 못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사무실로 연락이 온 거다.

-오랜만에 한국인을 만나 너무 반가웠다고. 부모님을 만난듯 여겨져 저녁식사라도 함께 하고 싶다고.

 

바로 답신을 보냈다.

-시간 되면 우리 숙소로 와서 차라도 함께 마시자고. 숙소의 방번호를 일러주었다.

 

그녀가 들어오고 뒤따라 조이와 제니가 들어왔다.

둘러앉아 이런저런 얘기로 꽃을 피웠다.

그녀는 몇 년 전 어학연수도 다녀갔고 또 이곳에 직장을 구해 있으니 정보가 많았다.

우리 네 사람에게 꼭 필요한 정보들을 보물단지 속에서 보물 꺼내듯 하나씩 꺼내 우리 앞에 내놓았다.

 

제니와 조이에게는 영어관련 정보를, 우리에겐 몰타의 볼거리를 일러주었다.

우리끼리 늘 하던 대로 이런저런 얘기들을 정신없이 늘어놓다가

-아유, 젊은사람 앉혀놓고 우리끼리만 떠들었네~~ 하면

-아녜요. 오랜만에 한국말 들으니까 너무 좋아요. 말씀들도 재미있구요.

 

'이 아가씨는 인물도 곱고 능력도 있는데다 말도 곱게 하네~ '

속으로 생각하며  누가 이 아가씨를 적절한 때에 우리에게 <선물>로 보낸 걸까 하며 감사했다.

 

오늘 오후 두 시.

103번 버스를 타고 Mosta에 있는 <로툰다 성당>에 다녀왔다.

그녀의 정보가 없었더라면 이내 모르고 지나갈 뻔한, 굉장한 곳이었다.

성당 밖에서 입장시간을 기다리며 사진을 찍는데 바람이 어찌 센지, 모든 것을 날릴 기세다.

몸을 벽에 꼭 붙이고 사진을 찍는다.

스마트폰이 흔들거리며 중심을 못잡는다.

내일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는데 전조가 뚜렷하다.

 

오는 길에 슬레이마쪽에서 내려

바닷가 레스토랑에서 피자 한 쪽 먹으며 여느날과 다른 파도 구경을 했다.

걸어오다가 비를 만나 버스를 탔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스산한 저녁이다.

9602보를 걸었다.

 <로툰다 성당>의 우아한 자태

 

 

 

 

 

 

 

고운 발에 걸친 샌달이 예쁘다

 성가족상

 


 

 

 바닷가 피자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