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몰타 유학기

몰타 66일째 <이름을 불러준다는 건>

맑은 바람 2017. 1. 5. 02:36

기숙사 내방 거실 창가에 앉으면 액자 속 풍경이 펼쳐진다.

구름이 듬성듬성 한가로이 지나가고 저 멀리 언덕배기 마을의 창문들이 빠꼼히 날 바라본다.

그때 버스 한 대가 꼬불꼬불한 골목 속으로 사라진다.

 

오늘은 작심을 하고 다리를 쉬게 한다.

혹사해서 남아나는 것이 어디 있는가?

좀더 지니고 쓰려면 시시때때로 마음이나 몸을 쉬게 해야지~.

 

오늘 쉬는 시간에 벨기에서 온 실비아에게 엄마께 갖다드리라고 태극부채를 선물했다.

얼마나 뛸듯이 기뻐하는지~~

첫날부터 상냥하고 친절하게 날 도와주길래 이름을 묻고 약소한 선물을 건넨 것이다.

 

교사 시절, 새학기가 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아이들 이름을 외는 것이다.

성적도 집안도 어려워 존재감 없이 지내는 아이에게, 어느날 담임된 지 며칠 안 된 선생이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면

화들짝 놀라며 순간 그 눈에 담긴 기쁨의 표정을 나는 많이 보았다.

 

이곳 낯선 곳에서 새로 알게 된 이름들도 여럿 있다.

 

온풍기가 몇 번 고장 나서 사무실에 연락하니 에어컨 담당자가 연장을 들고 왔다,

한두 번 보고 얼굴을 익히면 이름이 알고 싶어진다.

-May I ask your name?

총기 있고 개구장이 같이 생긴 기사 찰리는 내가 "Yes" 대신 "네~"

하니까 재미있어 하며 따라 한다.

 

학교 사무실에 항공기 온라인 체크를 도와달라고 몇 번 찾아간 적이 있다.

그때마다 목소리가 걸걸하고 코가 늘 빨간 여직원이 메일도 열어보고 복사도 해 주었다.

슬쩍 이름을 물어보았다.

-"수잔나"

그후 나는 그 앞을 지날 때 눈이 마주치면 이름을 부르며 반가이 인사한다.

술도 잘 마시고 줄담배를 피워대는 그녀지만 시원시원하고 가끔은 슬픈 눈빛이 휙 지나가는 그녀가 좋다.

 

이름을 불러 준다는 건,

상대방이 마음문을 열고 가까이 다가서게 하는 지름길~~

 

나는 오늘도 공책 뒷장에 틈틈이 적어둔 classmate의 이름들을 불러본다.

 

-Haima

-Sylvia

-Paula

-William

-Sebastian

-Carolina

-Renal

-Anna

 

-teacher Christine! !

 


 <클럽 클래스>에서 바라보이는 건너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