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몰타 유학기

몰타 75일 <Pickpockets in Athens>

맑은 바람 2017. 1. 14. 05:40

몰타에서도 무사했는데 어제 <싼토리니 공항> 밖에서 한 시간여 떨었더니만 감기가 홈빡 들었다.

서로 코풀기 경쟁이라도 하듯 코를 풀어댄다.

게다가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밤새 블로그에 사진 올리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더니 밖으로 나갈 엄두가 안 난다.

기냥 뒤집어 쓰고 잠이나 잤음 좋으련만~~

 

밖의 싸늘한 공기가 날 기다리고 있겠지~~

현관 문을 여는 순간 달려와 날 껴안을 텐데, 워쩐다?

 

먼저 <고고학박물관>으로 갔다.

5000년의 역사가 생생한 유물로 남아 모든이에게 인류유산의 건재함을 말해준다.

돌은 돌이되 돌같지 않은 우유빛의 조각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두어 시간 돌았다.

 고고학박물관

 

 

 

 

 

박물관 근처에서 아크로폴리스행 5번 버스를 기다렸다.

한참 후에 온 버스는 만원이다.

몸을 꼼짝도 할 수 없는 처지인데 배낭에 손기척이 느껴졌다.

가방을 벗어 앞으로 돌려보려 했으나 움직일 수가 없다.

다음 정거장에서 몇 사람 빠져나가고 자리가 비길래 앉아 가방을 벗어 뒤져본다.

여권은 있다. 그러나 지갑이 없다.

대니도, 내 지갑도 없는데~~한다.

가슴이 떨려 잠시 머뭇거리다가 버스를 내려 일단 숙소로 돌아왔다.

 

미키에게 카톡전화를 걸어 카드정지 좀 시켜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기껏 가르쳐 준 게 통장번호다.

다시 전화를 걸어 기록해 두었던 걸 일러준다.

 

상황종료 후 아들에게 말했다.

-한국에 니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들왈

-외국에 엄니 아부지가 나가 계셔 얼마나 불안한지 몰라요~^^

 

급한 불은 끄고 다시 숙소를 나왔다.

혹시 몰라, 내일 쓸 최소비용 20유로를 남겨놓고 달랑 5유로 들고~~

 

세 시간 동안 걸었다.

<히드리아누스문>을 거쳐 <아크로폴리스>로 향한다.

공사 중이라 깔끔한 외관을 카메라에 담는 일이 불가능하다.

어차피 무일푼이 됐으니 바깥에서 구경하는 걸로 만족하기로 한다.

아크로폴리스 주변 공원을 한참 걷다가 샌드위치를 하나 샀다.

1유로. 사이좋게 둘로 나눈다.

 

구글이 찾아낸 <Pan Hotel>에 도착하니 4시 40분.

비상금이라도 꿀 셈으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제니를 마냥 기다린다.

다행히 한 시간이 채 못돼서 제니가 나타났다.

 

오다가 자두를 1유로어치 샀다.

세어 보니 25개다.

1유로의 가치를 새삼 느낀 날!

 히드리아누스문

 

 아크로폴리스

 

 

 

구글 맵의 안내를 따라가는 대니 

 

 아테네의 이미지


好事多魔라는데 이렇게 좋은날을 누리는데 어찌 魔가 없겠는가?

액땜 한 셈 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여권도, 항공권도 무사하지 않은가?

 

그러나 어쩌랴,

인류문화의 산실인 이곳 아테네를 기억할 때 바가지와 소매치기가 떠오를 테니 이 누추한 후손들은 조상의 영향권에서

너무 멀리 떠나왔나 보다.

 

-Please mind your personal belonings

(아테네 지하철 안에서 정류장을 안내할 때마다 뜨는 문구였는데 이걸 하루 뒤에 깨닫다니!)

18765보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