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문화재의 세계사> 김경임 지음
-제1권. 돌아온 세계문화유산
저자는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우리나라 여성 최초로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외교관의 길로 들어섰다.
외교통상부에 근무할 당시 문화재 반환 문제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게 되었고 2011년프랑스와의 외규장각 도서반환 협상 당시에도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이 글은 본의 아니게(?) 고향과 주인을 떠나 만리타국에서 떠돌다가 마침내 본향으로 돌아온 세계적인 문화재들에 관한 이야기다.
<1970년 유네스코 불법 문화재 반환 협약>의 성립 이후 각국이 자국의 문화재 반환에 보다 큰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때 문화재 반환운동에 총대를 맨 건 미국이다.
미국은 그들의 유명 박물관에서 지니고 있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반입된 문화재들을 자발적으로 반환하면서
-도난물은 영원히 도난물이며 누구도 도난물의 소유권을 취득할 없다-는 그들의 원칙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물론 터키 땅의 리디아 보물 같은 경우는 미국 MET박물관의 악의적인 태도 때문에 비난의 대상이 되면서 타협과 합의를 이끌어내어 터키에 반환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라 지칭하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 블로흐바우어1:훗날 ‘황금 옷을 입은 여인’이라 개칭함>가 나치에 의해 약탈되었다가 드라마틱한 과정을 거쳐 돌아오게 된 이야기들은 무척 흥미롭다.
또 아편전쟁 당시 영국과 프랑스에 대거 약탈당한 청나라 <圓明園>의 청동십이지상 중 2점이 경매에 붙여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중국을 방문하게 된 프랑스대통령이 중국에 공식 기증하는 형식을 취한 이야기들은 結者解之의 모습을 보여준 사례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청동상을 제작한 이는 청나라의 궁정화가이기도 한 이탈리아인 예수교 신부였다니~~
아메리카 인디언이 ‘영혼의 춤’ 의식을 행할 때 입었던 <고스트댄스 셔츠>나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문신한 머리(토이모코) 등은 그 후손들에게 정신의 버팀목이었을 텐데, 이들이 한낱 희한한 구경거리로 해외 유수한 박물관의 진열장 안에 있다가 뒤늦게야 후손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이야기는 事必歸正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씹게 한다.
뭐니 뭐니 해도 개인적으로 이 책의 클라이맥스라고 여겨지는 건 ‘이탈리아 경찰 문화재특공대의 활약’이다.
세계 최초의 문화재 전담 경찰조직이다.
이 특공대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을 상대로 불법문화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손을 뻗쳐 통쾌하게 일을 처리했다.
물론 국가의 전폭적인 지지가 전제되어 있었다.
그 결과, 1969년 창설 이래 예술작품과 유물을 50만점 이상 회복했고 문화재범죄자 12000명을 체포해서 그 혁혁한 공로로 문화재 범죄 수사대의 세계적 모델로 떠올랐다.
유감스럽게도 문화재 반환에 가장 비협조적인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다.
‘신사의 나라’니, ‘똘레랑스’니 하는 것도 박물관 안에서는 얘기가 달라지는 모양이다.
영국 여행 당시, 대영박물관의 無料入場에 감격했던 일을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이 난다.
최근에 재판 결과가 나온, 그러나 두 가지 재판결과가 나와 최종 결정이 나지 않은 <서산부석사 관음상>을, 약탈의 증거가 확실한데도 좀도둑이 훔쳐온 문화재라고 일본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정부입장은 우리 문화재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의구심이 앞선다.
저자는, 하루하루 살기도 바쁜 현실에서 한갓지게 케케묵은 과거문화재 이야기가 무슨 흥미를 끌겠냐고 말하면서도
누군가는, 언젠가는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절박하고 진지한 심정으로 이 이야기를 엮었으리라.
반환을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과 국가의 힘을 발휘해도 실제 문화재 반환은 疊疊山中일 텐데 우리의 현실은 微微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7월 19일 국회의사당 <헌정기념관>에서 <2017 문화유산 회복을 위한 문화인 결집대회>가
열렸다.
특공대까지는 아니더라도 문화재 반환에 대한 사회지도층의 적극적인 관심이 모아지는 듯하여 기대가 된다.
외교 분야의 문화재 전문가라야 쓸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작가가 던진 작은 불씨가 도화선이 되어 문화재 반환운동이
들불처럼 번져가기를 희망한다.
<약탈문화재의 세계사> 저자 초청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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