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7월 5일에 산 이 책을 서가에 잘 모셔 놓았다가 이번에 꺼내 읽으면서 거의 두어 달 들고 있었다.
얼른 읽고 내려놓지 못한 것은, 자세히 읽어야 어느 절에 가면 좋을지, 가서는 잘왔다고 감탄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번이 두 번째 독서인 것 같은데, 전에 읽은 기억은 없고 밑줄 친 흔적과 마인드맵을 꼼꼼히 만들어놓은 흔적이 있다.
저자 조용헌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갔다.
70년대에 한의학이, 최창조의 풍수학이 어느 정도 학문으로 인정되었듯이, 사주명리학이 어엿한 학문으로 인정받게 되기를 염원한 끝에 마침내 원광대에서 사주명리학을 강의하는 유일한 교수가 되었다.
그는 지금도 주말이면 모든 걸 작폐하고 마음속에 담아둔 절을 찾아 산으로 간다.
누가 거기서 부르는 것처럼.
그는 ‘山八字’가 따로 있는 모양이라며 ‘산팔자가 지녀야 할 자질’을 이야기한다.
1. 돈이 없어야 한다.
2. 역마살이 있어야 한다.
3. 厭世症이 있어야 한다.
4. 識見(교과서적인 이론과 풍부한 경험)을 지녀야 한다.
그는 또 산도사답게 산에서의 휴식의 철학을 말한다.
-마음이 쉬려면 그 방법은 단순한 생활을 하는 것이다.
산속의 단순한 생활은 이처럼 힘을 가지고 있다.
‘쉬고 또 쉬면 쇠로 된 나무에 꽃이 핀다.(休去歇去鐵木開花)’-靈龜山 龜巖寺 지공스님이 인용하신 말씀
대부분의 念力이 뛰어난 스님들은 나그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지 않는다.
대개가 별 볼 일 없는 질문이거나 수준이 맞지 않는, 질문을 위한 질문이기 때문에 침묵으로 대하는 것이다.
지공스님 또한 담담하고 짧은 답변만 하신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절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저자가 내린 결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 충실해야 한다.
타인을 의식하는 한 인간은 진실해질 수 없다.
진실한 사람은 상대방의 호감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또한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저자는 연암산 천장사의 경허스님 수행처를 살펴보았다.
산속 그 넓은 공간이 허락되건만 누우면 꽉 차는 공간에서 수행하신 까닭이 무엇일까?
-방이 크면 생각도 많아진다.
작은방이라야 생각도 적다.
그러므로 치열하게 공부하는 사람은 방이 작아야 좋다.
공간이 좁을수록 내면세계에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것 같다.
그는 수봉산 홍련암의 대선선사를 뵙고 그 음성을 들으며 ‘觀相이 不如音相(얼굴 관상이 목소리만큼 정확하지 못하다)’임을 깨닫는다.
옛사람들은 사람을 보지 않고 문지방 너머로 그 사람의 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다하였다.
대선선사의 ‘텁텁한 목소리’는 서민적이고 사람을 포용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저자 조용헌은 이 책에서 21군데의 절을 소개했다.
그중 내가 가고 싶은 절이 세 군데 있다.
1. 전북 고창의 선운산 선운사 도솔암:
‘기도발’이 좋다는 그곳에서 나의 간절한 소원을 빌고 싶다.
2. 전북 김제 망해사 월명암:
저자는 말했다.
-봉급쟁이들이여,
한탄만 하지 말고 해질 무렵 장엄하게 붉은 빛이 감도는 바닷물을 보러오라
그 노을빛에 마음을 던져보라
그리고 거기 돛대에 바람을 가득 안고 떠있는 고깃배들을 보라
직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여,
부도난 사람들이여,
돈 없는 인생들이여,
이혼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여,
고독으로 몸부림치는 사람들이여,
인생의 실패자들이여,
모두 다 망해사로 오라
그리고 진홍색의 장엄한 저녁노을빛에 저물어가는 바다를 보면서
난생 처음인 것처럼 울어 보라-
3. 전북 순창의 영구산 구암사:
-내장사와 백양사 중간의 산골, 해발 720m에 위치한 절
방문객이 거의 없다시피한 배고픈 절
오로지 자연의 새소리와 바람소리만 존재하고 인조의 쇠붙이 소리는 전혀 없는 無音의 공간이다.
그 고요 속에 대웅전 앞뜰의 수선화는 노랗게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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