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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할매

맑은 바람 2019. 2. 18. 21:38


-할배, 나 시인할매 보러 간다~

-그래? 같이 가지 뭐.

 

대한극장 11013관 입장객 달랑 4

아무리 월요일 대낮이라지만 텅텅 빈 극장이 미안하다.

 

영화는 전남 곡성군에 사는 일곱 할매와 그들의 까막눈을 뜨게 해준 <길작은 도서관> 관장 김선자선생(목회자 부인)이 주인공이다.

70초반에서 80-

분명 우리 친구들이나 언니뻘 되는 사람들인데 자꾸 엄마와 할머니세대 같이 느껴진다.

시부모와 자식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늘그막에 비로소 자유를 얻은 사람들- 그들이 한글을 깨치고 지나온 세월을 엮어 시를 쓰고 그림도 그리고-

어릴 적에는 학교 문턱도 넘어보지 못한 할매들이 <작가와의 만남>에서 시인으로서 학생들의 질문에 답도 하고 싸인도 해주는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이다.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눈시울이 뜨겁다. 옆자리 할배도 눈가를 훔친다.

당신의 어머니 할머니의 삶이 오버랩되는 모양이다.

 

비록 가난하고 힘든 세월을 건너오신 분들이지만 지금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은 넉넉하고 여유있어 보여 좋았다. 잘 견디고 살아낸 삶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1) 해당화

-할매시인 양양금

 

해당화 싹이 졌다가

봄이 오면 새싹이 다시 펴서 꽃이 피건만

한 번 가신 부모님은 다시 돌아오지 않네

닭이 밝기하다

저기 저 달은 우리 부모님 계신 곳도 비춰주겠지

우리 부모님 계신 곳에 해당화도 피어 있겠지

 

(2)

-최영자 할매

 

눈이 하얗게 옵니다

시를 쓸라고 하니

아무 생각도 안 나는

내 머릿속 같이

하얗게 옵니다

 

(3)

-윤금순 할매

 

사박사박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일곱 분 할머니에게 뒤늦게나마 눈을 밝혀주고 꿈을 심어준 김선자 선생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고 싶다.

선생님, 참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스승이십니다.’

   


<을지다방>의 쌍화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