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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맑은 바람 2019. 8. 31. 23:03


 오늘, 교장으로 정년 퇴직한 지인을 축하해 주기 위해 아침부터 외출을 서둘렀습니다.

종로 3가 서울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 한 편 보여주고 익선동에서 점심을 함께하려는 스케줄입니다.

영화도 좋았고 익선동에서의 프랑스가정식 점심도 무척 좋았다고 해서 저 또한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오늘 함께 본 영화는 <벌새>입니다.

중학교 2학년밖에 안 된 어린소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상이야기입니다.

소녀네는 부모가 방앗간을 하여 떡집을 운영하는 한국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입니다. 

대개의 부모가 그러하듯 자식 뒷바라지 잘해서 모두 대학까지 보내는 것이 소원이나

자식 셋이 제각각이어서 지지고 볶으며 삽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소녀는 학업에 흥미를 못 느끼며 수업 중에도 그림그리기에 빠져 삽니다.

게다가 날라리로 찍혀 학우들 사이에 왕따가 됩니다.


슬슬 바람이나 피우고 가부장적 권위로 군림하는 아빠,

사는데 지쳐 딸아이에게 푸근한 말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엄마,

걸핏하면 주먹을 날리는 폭력적인 오빠,

바람이 나서 남자친구를 집안까지 끌어들이는 언니.

이런 콩가루집안에서 맘 붙일 데를 찾지 못하는 막내딸 은희는 S동생도 가져보고 남자친구도 사귀고 학원친구와도 마음을 나누어 보고싶어하나 결정적인 순간에 그들에게서 배신감을 맛봅니다.


유일하게 마음을 알아주었던 학원선생님은 성수대교 붕과사고 때 현장에서 죽습니다.

학원 선생님이 첫 수업시간에 가르쳐주었던 글

명심보감 交友篇

相識이 滿天下하되 知心能幾人고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많이 있지만,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이 말은 이 영화의 화두입니다.


저 또한 영화를 보며 줄곧 생각했습니다.

'내가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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