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1968~)는 팬들이 많다.
음성이 좋다, 글이 재밌다, 여행의 고수다---뭐 그런저런 이유들로~
그의 매력은 무엇일까?
글쟁이는 글을 읽어보아야 그 사람의 체취를 알 수 있으므로 최근에 누가 읽어보라고 추천한 이 책을 사들였다.
그는 <여행의 이유>를 어떻게 정의했을까?
여행을 누구 못지않게 좋아하는 나로서는 당연 궁금한 사항이다.
p.22 여행의 이유: 우리는 표면적인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내면엔 '강력한 바람'이 있다.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나의 여행의 이유는 간단하다. 주방으로부터의 일시적인 해방, 목적지에 대한 호기심, 걷기를 통한 힐링- 트렁크를 끌고 공항버스를 타고 자유로를 달릴 때의 그 충만한 행복감을 무엇에다 비유하랴~)
p.24 인생과 여행: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어느 가수도 ‘인생은 나그네길’이라 노래부르지 않았던가? 지금 나는 긴 여행의 끝자락에 와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순간들, 웃음이 가득한 행복했던 날들, 인내와 투지로 고난을 이겨냈던 순간들-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 미래에 나는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른다. 오늘을 감사하고 즐길 뿐이다. 카르페 디엠!)
p.27 travel의 어원: 프랑스어의 ‘travail’은 고생, 고역의 뜻으로, 옛날엔 ‘집을 떠나는 일’이 단순히 놀러 다니는 일이 아니었음을 말한다.
삶의 터전을 빼앗겼거나 공동체로부터 추방당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단테, 세르반테스, 니이체, 마르크스, 체게바라, 김영갑 등 최근에 읽은 책의 저자들은 인류사에 족적을 남긴 이들로서 모두 집을 떠나 타지를 떠돌며 극한 상황까지 몰렸던 인물들이다.
행복한 날들은 안이하게 지나가고 고통이 있어야 치열한 정신세계가 열리나 보다)
p.89 인류의 조상: 인류는 걸었다. 끝도 없이 걷거나 뛰었고 그게 다른 포유류와 다른 인류의 강점이었다.(탈것에 의존하면서 현대인은 많은 질병에 시달린다. 이제는 걷기가 대세다. 걷기에 관한 책들도 넘쳐난다. 걸어야 산다. 노인들의 건강비법 아닌가?)
p.109-110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과연 그럴까? 왜 못 떠나느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말한다.
-비행기타고 가다 떨어질까봐
-현지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할까봐(소매치기, 강도--)
-건강상의 문제가 도질까봐
-나 없는 동안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길까봐- 등등의 염려증을 말한다. 즉 과거의 안 좋은 경험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언제나 내 발목을 잡는다.)
p.136 인류는 지구의 승객: 달에서 찍은 지구를 본, 시인 아치볼드 매클리시는 ‘인류는 지구의 승객(Riders on Earth Together)’이라 표현했다.
여행자는 여행지의 모든 것을 신뢰하는 순간 감사와 기쁨을 맛보고, 여행지 사람들은 여행자에게 환대를 베풀며 서로가 한 배를 탄 승객임을 인정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이들이 베푸는 친절과 호의는 얼마나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있던가!)
p162-165 오디세우스의 허영과 자만심: 그가 키클롭스의 동굴로 찾아든 건 순전히, 자신은
Nobody(보잘것없는 사람)가 아니라 Somebody(대단한 사람)임을 알리고 싶었던 거였다.
즉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그를 고난의 길로 내몬 것이다.
우리의 정체성은 스스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타인의 인정을 통해 비로소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우리가 여행지에서 돌아와 뭔가를 남기고 싶어, 글도 쓰고 사진도 찍어 책을 내는 게 아닐까?)
p.176 작가의 오락중독을 벗어나게 한 아내의 말: 그동안 지켜보고만 있던 아내가 다가와 물었다. “아직도 재밌어?”
(우리는 기다리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일을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된 밥에 재 뿌리기도 한다.)
p. 183-185: 원초적 여행자 오디세우스의 교훈: 허영과 자만은 여행자의 적이다.
달라진 정체성에 적응하라. 자기를 낮추고 Nobody(보잘것없는 사람)가 될 때 위험을 피하고 온전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여행의 신은 대접받기 원하는 자, 고향에서와 같은 지위를 누리고자 하는 자, 남의 것을 함부로 하는 자를 징벌하고 스스로 낮추는 자, 환대에 감사하는 자를 돌본다.
(스스로 가진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어딘가 표를 낸다. 그러다 보니 소매치기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또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 가서 ‘갑’행세를 하고 돌아다니는 이들- 남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구제불능의 상황을 만날 수도 있다)
- 20190707
'책 ·영화 ·강연 이야기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등여행기 하야시 후미코 지음/안은미 옮김 (0) | 2019.07.12 |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사진- 글 김영갑 (0) | 2019.07.09 |
로드 페로몬에 홀리다 /노동효 (0) | 2019.07.03 |
<체 게바라>를 보고 읽다/ 장 코르미에 지음 (0) | 2019.06.29 |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1925년 작/김영하 옮김 (0) | 2018.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