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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자서전(3)186~350

맑은 바람 2020. 2. 21. 20:44

<크레타로 돌아오다--크노소스>

P.195 어느 노부인의 말:

노부인이 가까이 다가왔다.  팔에 낀 바구니를 덮은 잎사귀 두세 개를 들추더니 노부인은 무화과 두 개를 꺼내 나한테 주었다.

--저를 아세요, 할머니?

--그렇지 않단다. 얘야, 모르는 사람한테 뭘 주면 안된단 말이냐? 너는 인간이지? 나도 그래.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아?

P.197크노소스의 크레타 성:

*크레타의 크노소스 궁전:크레타의 수도 헤라클리온에서 5KM남동쪽으로 떨어진 곳에 위치.

BC1700년에 건축~BC 1400년까지 이용됨. 서로 연결된 1300여개의 방이 있는 미궁같은 구조의 건물.

이 지역에 BC 7000년 이래 정착촌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

길이 60m, 폭29m

반쯤 무너지고 반쯤 복구한 궁전은 수천 년이 흘렀어도 다시금 크레타의 남성적인 햇살을 즐기며 찬란하게 반짝였다.

상상력과 우아함과 인간의 창조력이 발휘한 자유로운 솜씨가 이곳을 다스린다.

이곳에서는 융통성이 없고 속이지도 못할 논리에 인간이 끌려다니지 않았다. 지성은 쓸모가 많았지만 주인이 아니라 하인이었다.

주인은 다른 것,다른 사람이었다.그것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옳을까?

동행한 신부의 말: 신이 건축 주임이었죠. 그리고 크레타의 신은 섬을 감싸안은 바다처럼 유연하고 장난이 심했어요.그렇기 때문에 경치와 궁전과 그림과 바다는 그토록 티없는 조화와 통일성을 이룩했어요.

P.201크레타가 유럽과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첫 교량역할을 했다. 당시에는 완전히 암흑이었던 유럽을 깨우친 첫장소가 크레타였다.그리고 신을 인간의 수준으로 끌어내린 숙명적인 사명을 성취한 것도 역시 이곳 크레타였다. 여기 크레타를 거치면서 이집트와 아시리아의 괴이하고 꿈쩍도 않던 조각들은 작아지고 우아해졌으며 몸이 움직이고 미소를 지었으며  신의 용모와 체격은 인간의 용모와 체격을 갖추었다.민첩함과 우아함과 동양적인 사치로 가득 찬 새롭고 독창적인 인간이, 그리스의 후손들이라는 다른 인간이 크레타 땅에서 살았고 즐겼다.

 

<그리스 순례>

P.208 평생동안 내가 간직했던 가장 큰 욕망들 가운데 하나는 여행이어서 --미지의 나라들을 보고 만지며 미지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지구를 돌면서 새로운 땅과 바다와 사람들을 보고 굶주린듯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이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든 사물을 보고 천천히 오랫동안 시선을 던진 다음에 눈을 감고는 그 풍요함이 저마다 조용히, 아니면 태풍처럼 내 마음속에서 침전하다가 마침내는 오랜 세월에 걸쳐서 고운 체로 걸러지게 하고 모든 기쁨과 슬픔으로부터 본체를 짜내고 싶었다. 이런 마음의 연금술은 모든 사람이 누릴 자격이 있는 위대한 기쁨이라고 나는 믿었다.

P.211 호메로스가 입김을 불어넣지 않았다면 헬레네는 어찌 되었을까?

세상을 살다 죽어간 수많은 다른 아름다운 여자들과 마찬가지였으리라. 요즈음에도 산골 마을에서 예쁜 처녀들이 자주 납치를 당하듯 그녀는 납치를 당했으리라.

그리고 비록 납치가 전쟁의 불씨가 되었더라도, 시인이 손을 내밀어 구하지 않았더라면 전쟁과,여인과,살육은 모두 사라졌으리라. 헬레네가 구원을 받은 까닭은 시인의 덕택이었고, 작은 강 에우로타스가 불멸성을 지니게 된 까닭은 호메로스의 덕택이었다. 헬레네의 미소가 스파르타의 대기에 넘친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녀는 우리의 혈관 속으로 스며든다. 모든 남자는 그녀와 한몸이 되었고 오늘날까지 모든 여자는 그녀의 찬란함을 내뿜는다.  헬레네는 사랑의 절규가 되었다.

 P.218 그리스의 산과 마을과 흙에 비물질적이고 경쾌한 양상을 부여하던 요소는 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빛이 부드럽고 여성적이며, 이오니아에서는 지극히 상냥하며 동양적 그리움으로 가득하고, 이집트에서는 짙고 육감적이다.그리스에서는 빛이 완전히 영적이다.이런 빛 속에서 사물을 뚜렷하게 볼 능력을 갖춘 인간은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고 조화를 이루는데 성공했다.

P.242 --여자들은 남자의 장식품에 지나지 않았고 그보다도 골칫거리나 그냥 필요한 존재일 따름이었다.

(1900년대 초반의 유럽인들의 사고방식. 조르바가 여자를 다루는 모습에서 잘 나타난다)

P.243--'평생 꿈꾸었지만 누릴 기회가 없었던 세 가지는, 바닷가의 작은 집과 새장의 카나리아와 박하 한 그릇이었노라'고 임종의 자리에서 한숨지은 위대한 정복자는 누구였던가?

P.244 나는 저고리를 벗어 말리기 시작했다. 따스함처럼 행복감이 발에서부터 종아리로, 허벅지로, 가슴으로 번져 올라옴을 느꼈다. 나는 탐욕스럽게 솥에서 올라오는 김을 들이마셨다. 콩을 구워 음식을 마련하는 모양이었는데 향기가 그윽했다.행복이 인간에게 어울리려면 어느 정도로 속되어야 하는지를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천국에서, 그리고 마음 속에서 우리들이 추구해야 할 대상은 희귀한 새가 아니다. 행복은 자기집 마당에서 발견되는 새이다.

P.250 그녀(70후반의 백작부인)는 열 다섯 살 난 소녀이며 처음으로 총각과 외출이라도 하는 듯 부끄러워 얼굴을 잔뜩 붉히며 들어왔다. 나(25세)는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

지극히 늙은 나이에 절망적인 찬란함을 보여주며 수줍음과 처녀성이 어떻게 다시 진실한 여인에게서 죽지 않고 되살아 났던가!

 

 <나의벗 시인----아토스 산>

P.256 시내에서 이름난 한량이 비웃듯이 곁눈질을 하며 앞으로 나서더니 읊었다.

'아주 고상한 노래를 하나 부르세

똥싸고 먹고 방귀 뀌고 마시는게 인생이라네'

지성인들이라고 해야 하찮은 시기심과 시시한 언쟁과 잡담과 교만함뿐이었다.

나는 내면의 함성을 쏟아내어 자신이 터져나가지 않도록 하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영웅이나 성자가 될 능력이 없었던 나는 글을 씀으로써 내 무능함에 대한 위안을 조금이나마 얻으려고 시도했다.

P.257 앙겔로스와의 만남-- 얼마동안 같이 살면서 내가 싫증을 느끼지 않았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리라.

그러나 어느날 나는 빛을 보았다. 그날 키피시아에서 나는 내 나이 또래였고 내가 끊임없이 좋아하고 존경했으며 없을 때보다는 같이 지내야 기분이 더 좋은 몇 안 되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인 젊은이를 만났다.

그는 기막히게 미남이었고 스스로 그렇다는 사실을 의식했으며 위대한 서정시인이었고 스스로 그런 사실 또한 의식하고 살았다.  이 시인은 독수리 족속이어서 날개를 한번만 쳐도 정상에 도달했다.  그는 굉장히 장엄한 위엄을 보기드문 매력과 고귀함을 지녔다.

그가 얘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눈은 황홀경에 빠져 반짝이고 시를 읊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창문들이 짤랑짤랑 울렸으며 포도잎이나 제비꽃을 머리에 꽂고 이 궁전에서 저 궁전으로 떠돌아다니며 시를 통해 아직도 야수같은 사람들을 방랑시인들이 고대그리스의 음유시인들이 어떠했는지를 알게 된다.

우리들은 당장 친구가 되었다. 나는 군주로 태어나지 않았지만 군주가 되려고 투쟁했다.---그는 획실히 군주로 태어났으므로 군주가 되기 위해 괴로워하거나 투쟁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들이 더 친해진 다음 어느날 나는 그에게 말했다.

"우리 사이의 커다란 차이점은 이거야, 앙겔로스---자네는 구원의 길을 찾았다고 믿으며, 그렇게 믿음으로써 자넨 구원을 받는데, 나는 구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에 그 믿음으로 해서 구원을 받지.

P.261 우리들은 바닷가 송림의 시골집에서 묵었다. 우리들은 함께 먼 거리를 산책하고 단테와 구약성서와 호메로스를 읽었으며 그는 우렁찬 목소리로 자기가 쓴 시를 낭송해 주었다.우리들이 처음으로 사귀던 약혼시절이라고 할 무렵이었다. 나는 가장높은 욕망의 차원에서 이외에는 숨을 쉬지 못하는 인물을 마침내 찾아내어 너무나 기뻤다.

(양복장이의 시체를 다시 살려놓으라는 양복쟁이 아내의 부탁에 최선을 다하는 잉겔로스---그러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P.267 우리들은 성스러운 땅에(아토스의 작은 항구 디토스) 발을 디뎠다.

성산이 성모에게 봉헌된 이후로 천 년 동안 어떤 여자도 이곳에 발을 디디거나 여자의 숨결이 공기를 더럽히거나 심지어는 짐승의 암컷들도 발을 들여놓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

 

아토스산의 수도원들:

ㅣ.이비론 수도원

기침하고 침뱉고 끊임없이 긁적거리는 병들어 창백한 수사 한 사람이 어디를 가나 말없이 우리의 뒤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얼굴은 행복감으로 빛났다.

그는 옷 속에서 말라붙은 빵을 꺼내 우리들에게 주었다.

"천사들의 빵이예요." 그가 말했다.

"먹어요! 날개가 돋을 테니 먹으란 말예요!"

 

2. 스타브로니키타 수도원

끊임없이 웃는 필레몬신부

--언제쯤 내가 신을 만날 수 있나요?

--쉽죠.아주 쉽죠. 눈을 뜨기만 하면 하느님을 보게 되니까요.

 

3.판토크라토로스 수도원

얼마나 성스러운 율동이고 수많은 세대에 걸쳐 얼마나 멋지게 가꾼 껍데기인가---하지만 이제 속에서는 이 조가비를 창조하고 다듬은 진주조개가 죽어 버렸다.

--우린 기독교의 고행을 개선해야 해.

우리들은 꼭 그렇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4.바토페디 수도원

(성모의 성스러운 허리띠가 있는 곳)

---기도는 고기보다 더 우리들을 살찌게 해요.

수사 둘이 우리들 가까이로 다가왔고 그들의 입에서 풍기는 마늘 냄새는 참기가 힘들었다.

--만일 그리스도가 다시 와서 바토페티에 들르면 그들에게 분노의 채찍을 휘두르겠지? 자 떠나세.

미덕과 정의에 따라, 자신의 마음에 따라 세상을 재창조하는 것이 맡은 바 의무라고 생각하던 젊음은 행복했다. 광기로 삶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재난을 맞으리라.

 

5.카라칼루 수도원

묘지에서 수사는 말했다.

--우리들은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를 섬깁니다. 복음서에 그리스도가 웃는 대목이 하나라도 나옵니까? 주님은 항상 한숨을 짓고 몹시 괴로워하고 흐느껴 울며 ---항상 십자가에 못박히죠.

우리들은 얘기를 계속했다.

--그리스도가 웃게끔 만들어야만 할 때가 왔어. 고뇌와 울음, 십자가는 이제 그만이야. 그리스도는 그리스의 힘세고 행복한 신들을 함께 모아 가슴에 품고 그들을 모두 동화시켜야 해. 유대인 그리스도가 그리스인이 될 때가 되었다고.

여러 해가 지난 다음 우리는 깨달았다.우리들은 소처럼 멍에를 같이 지고 허공을 갈았음을.

 

6.필로테우 수도원

우리들은 기적을 행하는 <부드러운 입맞춤의 성모>성상에 경배했다.

--성모님의 눈을 잘 봐요.

--아무것도 안 보여요(니코스와 앙겔로스)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가 보입니다.

우리들에게 준엄한 눈초리를 던지며 수사가 말했다.

 

7.아그히아스 라브라스 수도원

수도자생활을 열망했던 황제 니키포로스 포카스가 건설했다는 수도원. 그러나 속세를 떠나기 전 친구에게 살해됐다.

--친구와 나는 입이 벌어지도록 감탄했지만, 감동하지는 않았다 (성물안치소를 돌아보고)

--전에는 밀수업자였던 루카스 신부:그가 속세에서 보낸 과거는 마치 동화 같아서 아우성과 저주와 여자들로 가득 찬 훨씬 위험하고 거친 혹성에서 벌어진 사건들처럼 여겨졌다.그는 이 동화를 되새기고 자꾸만 되풀이해서 얘기하며 즐거워했다. 비록 과거의 생활을 버리기는 했어도 그는 그것을 모두 수사복 속에 감춰 담아가지고 다녔다.

--성직자 루카스는 식당에서는 빵과 올리브를 먹지만 일단 골방으로 가서 문을 잠가버리면 레오니다스를 위한 식탁을 차려놓고 고기를 먹어요.(루카스신부의 고백)  *레오니다스:페르시아 크세르크세스왕과 300명의 친위대로 대적한 스파르타의왕

P.287 아토스산 정상에서:

우리들은 그리스도의 현성용(顯聖容눈부신열굴)에 봉납된 작은 성당에 들어가 예배를 드렸다.그러는 동안에 루카스신부는 오던 길에 주워모은 나뭇가지로 불을 지피고는 자루에서 커피를 조금 꺼내어 끓였다(지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였으리라.)

 

P.288 8.이오사파이온

열명의 수사 화가가 성화를 그려 넣은 도자기들이 그리스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감.

**성 안토니우스와 어느 여신도와의 대화:

--저는 하느님의 계명을 모두 지켰고 정성껏 주님을 섬겼습니다.

주님은 저를 위해 천국의 문을 열어주시겠죠?(어느 여신도)

--당신에게는 가난이 곧 부유함이 되었습니까?

--아닙니다, 아바

--불명예는 명예가 되고요?

--아닙니다, 아바

--적들은 친구가 되고요?

--아닙니다, 아바

--그렇다면 아가씨, 지금 당신은 아무것도 갖지 못했으니 어서 가서 정진하세요.

 

9.P.291 성 바울로 수도원

--문지기: 이런 멍청이들, 여긴 무엇하러 왔소?

--방문자: 경배를 드리려고요, 할아버지.

--무엇에다 경배를 드려요? 제정신으로 그런 소릴 하는 거요?

--수도원에서요.

--무슨 수도원? 수도원은 없어요. 다 옛날 얘기지! 세상이 수도원이요.내충고를 듣고 세상으로 돌아가요!

수도원에서 폭행사건을 목격하고 그에 대처하는 구역질나는 수도원장을 뒤로하고 돌아나올 때

문지기:이젠 떠나요.혹시 내가 당신들 하고 얘기하는 걸 그들이 보면 난 뜨거운 물벼락을 맞을 테니까요. 그들은 나를 미친 놈이라고 생각하고, 난 그들을 가짜라고 생각하니까, 악마가 우리들을 한 사람도 안 남기고 모두 잡아갈 거예요!

 

P.297 10.디오니시우 수도원

뱃사공 베네딕트 신부의 말:

가장 엄격한 수도원으로 그곳 수도원에서는 아무리 마음이 즐거워도 웃으면 안 되고 아무리 포도주를 많이 마셔도 취하면 안되었다.

P.298 감옥의 입구같은 수도원 입구: 벽들은 구석구석 악마와, 지옥불과,젖가슴에서 두 줄로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창녀들과, 뿔이 달린 무시무시한 용따위의 하나같이 인간을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의 힘을 빌려 천국으로 데려가려고 사람들에게 겁을 주려는 성당의 가혹한 갈망을 나타내는 묵시록적이고도 소름 끼치는 그림들로 가득했다.

P.300 여길 떠나자. 친구가 말했다. 그리스도가 이곳에 살지 않는다는 건 분명해.

카롤리아(아토스산 꼭대기 동굴 암자)의 수도자들:

이곳의 사나운 수도자들 가운데에는 미쳐버리는 사람이 많았다. 날개가 돋아났다고 믿으며 그들은 절벽에서 날아가 밑으로 떨어졌다. 밑의 바닷가는 뼈로 뒤덮였다.

 

 <예루살렘>

P.323 아토스산에서 돌아온(40일) 나는 그리스도가 집도 없이 굶주려 방황하고 위험에 처했으며, 이제는 그가 인간에게 구원을 받아야 할 차례라고 느꼈다.

P.324 ---너는 선하고 평화롭고 참아야 하며 현세의 삶은 가치가 없으며 참된 삶은 천국에서 찾아야 한다--성서

--너는 강해야 하며 포도주와 여자와 전쟁을 사랑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부심을 드높이기 위해 죽이고 죽어야 하며 이 땅의 삶을 사랑하고 하데스의 왕이 되느니 살아서 노예가 되라.--호메로스

*하데스:그리스종교에서 지하세계의 왕

P.327(건장한 투사인 아버지에게 약골인 니코스가 태어나자 모두들 빙충이 취급을 했다.)

--우리 집안에 수치스러운 존재로다. 집안에서는 수치스러운 존재이니, 학교선생이나 시키자!

(슬프도다. 나는 우리집안의 학교선생이었다)

P.328 바깥에서는 눈이 내렸다.신은 자신이 내리는 눈으로 세상의 흉한 모습을 자비롭게 덮었다.

내가 묵던 마케도니아 오두막의 울타리에 걸린 누더기들은 고귀하고 하얀 털옷이 되었고, 잠든 엉겅퀴들이 온통 꽃을 피웠다.

가끔 아기가 울고, 개가 짖고, 남자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곧 다시금 모두가 조용해졌으며 신의 목소리인 침묵만 남았다.

P.331 사순절이 시작되었고 부활절이 가까웠다.나는 들판으로 산책을 나가기 시작했다.

세상은 천국이 되었고 올림포스의 백설은 햇빛에 반짝였으며 밭들은 밑에서 연두빛으로 빛났고 돌아온 참새들은 베틀의 북처럼 하늘에 봄을 짰다.노랗고 하얀 작은 들꽃들이 자그마한 머리로 흙을 밀치며 세상을 보려고 햇빛을 찾아 나오기 시작했다.누군가 그들 위에서 흙무덤을 벗겼고 그들은 부활하는 중이었다.

(이런 아름다운 문장들을 어디서 또 만날까?)

P.332 또다시 내 마음에 출항의 바람이 불어왔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죽는 그날까지 신이여, 나에게 바람을 베풀어 주소서!

마른 땅을 벗어나 떠나는 벅찬 기쁨!

정착의 줄을 끊어버리고, 싹둑 잘라버리고 떠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산들이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뒤돌아보고!

(여행자의 섷렘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P.346 어느 수사가 평생동안 신을 추구했는데, 마지막 숨을 거둘 때에야 그는 줄곧 신이 그를 찾아다녔음을 깨달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