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나의 병
베를린--슈바이처와 성 프란치스코
(501)평생동안 본 모든 광경 가운데 별들이 총총한 하늘과 무도회가 가장 훌륭했다.
이 두가지만큼 몸과 마음과 영혼을 완전히 열광케 한 술이나, 여자나, 사상은 없었다.
(514)굶주려 우는 아이들과 뺨이 움푹 꺼지고 증오와 고통이 눈에 넘치는 여자들을 보면 마음이 서서히 녹아버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치심이, 나중에는 연민이 내 가슴 속에서 맥박쳤고, 나는 다른사람들의 고통을 나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분노가 ,그다음에는 정의에 대한 갈망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한 책임감이 뒤따랐다.
세상의 모든 굶주림과 불의는 내 탓이고,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521)아시시의 프란치스코에 대한 나(저자)의 생각:두 가지 이유에서 나는 그를 사랑하죠.
첫째, 그는 르네상스 이전의 가장 위대한 시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어요. 신의 가장 하찮은 피조물들에게까지도 그는 허리를 굽혀 귀를 기울이고는 그들이 지닌 불멸성을 노래로 들었어요.
둘째로는 사랑과 고행의 수련을 통해 굶주림과, 추위와, 질병과, 비웃음과, 불의와 추악함 따위의 현실을 자신의 영혼으로 정복했고, 현실을 진리보다도 더욱 참된 현실적이고 기쁜 꿈으로 변형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그를 사랑합니다.
나에게는 성프란체스코가 인간의 무리를 무조건 승리로 이끄는 위대한 장군입니다.
*요르겐센의 말:사람은 저마다 스스로 길을 찾아 자신을 구원해야 합니다.무엇으로부터냐고요? 덧없는 것으로부터죠. 덧없음에서 자신을 구원하고 영원한 대상을 찾아야 해요.
젊어 한때 나는 진화론과 온갖 반기독교적인 사상의 광신적 주창자가 되었죠.
그후 성프란치스코를 보고 구원을 얻었지요.
갑자기 나에게는 모든 사물이 간단하고 분명해졌습니다.
고뇌와, 주저와, 싸움이 모두 끝났죠. 나는 프란체스코의 발밑에 앉아 천국으로 들어갔어요. 프란체스코, 바로 프란체스코가 나에게 문을 열어준 사람이었죠.
(527)나는 프란체스코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지만 그는 달려와서 나에게 길을 알려주었다.
-나는 침묵과 고독을 무척 사랑해서, 불이나 바다를 몇 시간씩이나 물끄러미 쳐다보더라도 다른 벗이 필요하다고 전혀 느끼지 않았다.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와 알베르트 슈바이처, 그들은 형제처럼 너무나 비슷했다.
자연에 대한 똑같이 다정하고 정열적인 사랑, 태양과, 달과, 바다와, 불에 대한 송가가 밤낮으로 그들의 마음 속에서 메아리친다. 두 사람 다 나뭇잎을 손가락으로 잡고 햇살에 비춰보면서 창조된 우주 전체의 기적을 거기에서 발견한다.
사람과 뱀과 개미, 살아 숨쉬는 모든 생물에 대한 똑같이 다정하고 외경적인 감정, 두 사람 다 삶을 성스럽게 여기고, 살아가는 만물의 눈을 굽어보며 그곳에 투영된 창조주의 완전한 모습을 찾아낸다.
고통을 받는 모든 존재에 대한 똑같은 자비와 연민, 한 사람은 백인 나환자를,다른 사람은 아프리카의 흑인 나환자를 둘다 추악함과 고통의 가장 끔찍한 상징인 문둥이들을 선택했다.
이들 두 형제에게 신은 즐거운 마음을 부여했고, 그랬기 때문에 그들은 고난의 정상으로, 신에게로 기쁘게 나아갔다.
(532)신의 불쌍한 이 두 하인(슈바이처와 프란치스코)은 인간이란 선택한 길의 한계점까지 도달할 능력과 의무가 있음을 나에게 알려주었다는 더없이 귀중한 오직 한 면에서만 나를 도왔다. 따라서 그들은 집념과, 인내와, 희망의 숭고한 본보기가 되었다.
희망을 통해서만 희망 너머의 무엇인가를 성취하게 된다고 나에게 가르쳐준 두 영웅에게 신의 축복이 내리기를 바란다.
자신을 구원하는 길이란 오직 남들을 구원하는 길뿐임을 알았다.
세상은 헛것이 아니라 실재하며, 인간의 영혼은 붓다가 주장하듯 바람이 아니라 살의 옷을 입었다는 진실도 깨달았다.
(535)당신들 탓이예요. 당신과 똑같은 모든 사람, 고상하고 잘 먹고 무관심한 사람들 말예요. 굶주림과 추위를 알고, 춥고 배고픈 아이들을 기르고 일을 하고싶어도 거절 당하는 심정을 당신은 알아야 해요. 내가 당신에게서 기대했던 바는 그것이지.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박물관과 낡아빠진 성당에서 멍청하게 입이나 벌리고, 별들이 너무나 예쁘거나 무섭다고 하늘을 쳐다보며 우는 짓이 아니었어요.한심한 멍텅구리 같으니라고. 시선을 조금 낮추기만 하면 당신 발밑에서 죽어가는 아이가 보일 텐데요.
(우리 젊은 날엔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더러 등따습고 배불러서 그런다고 했다. 작가에게 이렇게 쏘아부치는 유대처녀도 작가를 비롯해 지적사치를 부리는 집단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공감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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