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강연 이야기/책

영혼의 자서전2부--5 카프카스/크레타/조르바

맑은 바람 2020. 4. 27. 01:04

행동하는 지성인의 면모를 발휘하다: 니코스는 아테네 사회복지부 총무국장의 자격으로 카프카스에 있는 그리스난민을 구하러 가다.

(592)우리들은 그리스인들이 흩어져 사는 도시와 마을을 한 달 동안 찾아다녔다. (그들을 쿠르드사람과 볼셰비키인으로부터 구해야 했으므로)


(593)그런 와중에도 가끔 나는 거칠고 전설적인 산맥과 조용한 평원에 잠깐씩 눈길을 주었고 커다랗고 동양적인 눈동자에 불굴의 다정함을 담고 살아가며 자유분방하게 웃어대는 멋진 사람들의 집단을 남몰래 둘러보기도 했다.그들은 마시고 춤을 추었으며 알록달록한 곤충들처럼 입을 맞추고 서로 축복을 주고받았다.(그가 바투미 바닷가에서 만난 천생연분(?)을 놓친 일은 또 얼마나 안타까운가! 그 여자는 외쳤다.)

(595)의무라고요! 의무라고는 단 하나밖에 없답니다. 단 하나, 행복이 도망치지 못하게 머리채를 휘어잡아야 하는 의무요)

(596)그렇게 신성한 순간에 머리채를 휘어잡지 못한 내가 잘못이었을까? 나는 한숨을 짓고 대답한다.아니다.그리고 나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는 11개윌 동안 카프카스에서 그리스로 사람과 가축을 실어날랐다. 그후 사직서를 제출하고 고향 크레타로 돌아갔다.

 

탕자 돌아오다

(613)자유를 사랑하기 때문에천국과 바꿔준다 하더라도 영혼의 종속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거부, 사랑과 고통 그리고 죽음을 초월하는 험난한 승부, 더이상 수용력이 없어지면 아무리 至聖하더라도 옛 형태를 때려부수기--이것이 크레타의 세 가지 외침이다.

한가하고 고상한 철학자의 이론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크레타농민들은 뱃속의 본능을 따르고, 인간이 오르는 가장 높은 정상인 자유와, 죽음에 대한 경멸 그리고 새로운 법칙의 창조를 힘들이지 않고 성취하는 능력을 갖추었다.


(617)돌아온 탕아:내 민족의 사나운 힘은 내 마음 속에서 없어졌고, 증조부의 해적선은 침몰했고, 행동은 어휘로 피는 잉크로 몰락했으며, 창을 들고 전쟁을 벌이는 대신 나는 작은 펜을 들고 글을 썼다.사람들과의 접촉은 짜증스러웠고, 내 힘과 사랑을 감소시켰다. 홀로 인간의 운명을 명상할 때만 내 마음은 연민과 사랑이 넘쳤다.

(그는 볼셰비키<레닌의 추종자>가 되어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조르바>

(619)내 삶에 가장 큰 은혜를 베푼 요소는 여행과 꿈이었다.죽었거나 살았거나 내 투쟁에 도움이 된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내 영혼에 가장 깊은 자취를 남긴 사람들의 이름을 대라면 나는 아마 호메로스와, 붓다와, 니체와, 베르그송과, 조르바를 꼽으리라.

*호메로스:기운을 되찾게 하는 광채로 우주전체를 비추고 태양처럼 평화롭고 찬란하게 빛나는 눈.

*붓다:세상 사람들이 빠졌다가 구원을 받는 한없이 깊은 새까만 눈.

*베르그송:젊은 시절에 해답을 얻지 못했던 나를 괴롭히는 철학의 온갖 문제들로부터 해방시켜줌.

*니체:새로운 고뇌로 나를 살찌게 했고, 불운과 괴로움과 불확실성을 자부심으로 바꾸도록 가르침.

*조르바: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침. 그는 '삶의 길잡이'였다.

그는 글쓰는 사람이 구원을 위해 필요로 하는 바로 그것을 그가 갖추었으니, 화살처럼 허공에서 힘을 포착하는 원시적인 관찰력과, 마치 만물을 항상 처음 보듯 대기와 바다와 불과 여인과 빵 따위의 영구한 일상적 요소에 처녀성을 부여하게끔 해주며 아침마다 다시 새로워지는 창조적 단순성과, 영혼보다 우월한 힘을 내면에 지닌 듯 자신의 영혼을 멋대로 조종하는 대담성과, 신선한 마음과 분명한 행동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라한 한 조각의 삶을 안전하게 더듬거리며 살아가기 위해 하찮은 겁쟁이 인간이 주변에 세워놓은 도덕이나, 종교나, 고향 따위의 모든 울타리를 때려부수려고 조르바의 나이 먹은 마음에서 회생의 힘을 분출해야 하던 결정적 순간마다 인간의 뱃속보다도 더 깊고 깊은 샘에서 쏟아져 나오는 야수적인 웃음을 그가 지녔기 때문이었다.

굶주린 영혼을 만족시키기 위해 오랜 세월에 걸쳐 책과 선생들에게서 받아들인 영양분과, 겨우 몇 달 사이에 조르바에게서 얻은 꿋꿋하고 용맹한 두뇌를 돌이켜보면 나는 격분과 쓰라린 마음을 견디기가 힘들다. 그가 나에게 한 말과, 나를 위해 그가 추었던 춤과, 갈탄을 찾는답시고 수많은 노동자들과 크레타 해안에서 여섯 달 동안 땅을 파며 지내던 무렵 그가 나를 위해 연주한 산투르를 회상하면서, 내가 어찌 가슴 벅찬 흥분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들은 어서 해가 지고 일꾼들이 일을 끝마쳐서, 우리 두 사람이 바닷가에 저녁상을 차려놓고, 맛좋은 시골 음식을 먹고, 시큼한 크레타 포도주를 마시며 얘기를 시작할 시간만 기다렸다.

*갈탄사업:갈탄 채취란 '그들이 우리들에게 레몬 찌꺼기 세례를 하지 못하게 막기 위해' 순진하고 신중한 사람들에게 보이려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 짓이었다.

--우리들에게는 말씀입죠, 왕초님. 커다란 다른 목적이 있어요.

--그게 뮌데, 조르바?

--보아하니 우리 마음속에 어떤 악마들이 묻혔는지를 캐보려는 모양이예요.

(갈탄사업을 거덜내고 그들은 먹고 마시고 노래부르고 춤췄다.그리고 마음껏 외쳤다.)

--작고하신 우리사업을 신께서 용서하소서.

--그리고 우리들은 만수무강하기를! 갈탄은 가셨도다!

(조르바는 세르비아로 떠나고 어느날 전보가 왔다)

--정말 아름다운 초록빛 보석 발견. 당장 오시오. 조르바

(그곳을 가지 않자)

--이런말을 해서 미안합니다만, 왕초님. 당신은 글쟁이에 지나지 않아요. 이곳에 왔더라면 아름다운 초록빛 보석을 구경할 평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를 얻었을 텐데. 가끔 나는 별로 할일이 없으면 혼자 앉아서 지옥이 있나 없나 궁리를 해보죠.

하지만 어제 편지를 받고 보니 어떤 글쟁이들은 진짜로 지옥에서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 아직 살아 있습니다. 여긴 거지같이 추운 곳이라 결혼을 했죠.---

 

조르바는 은으로 만든 종이 달린 수놓인 세르비아의 몬테네그로 모자를 선물로 보내왔다.

--써봐요, 두목. 꼴같잖은 글을 쓸 때 쓰세요. 나도 일할 때 똑같은 모자를 씁니다. 사람들이 웃죠.

- 자네 미쳤어.조르바?  종을 왜 머리에 달고 다니지?

 하지만 난 웃기만하고 대답을 하지 않아요. 두목, 종을 머리에 달았다는 건 우리 두 사람만 아는 비밀입니다.

 

(628)나의 글쓰기의 목적:

글을 더 많이 쓰면 쓸수록 나는 작품에서 내가 아름다움이 아니라 구원을 위해 투쟁한다는 사실을 점점 더 깊이 깨달았다.

나는 모든 역경을 이겨내는 인간 영혼의 능력을 보며 용기를 얻으려 했고, 그런 까닭에 가장 숭고하고 힘든 시련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위대한 인물들을 소생시키기를 원했다.

그것은 내 삶의 꺼지지 않는 주제였다.

내 글쓰기의 목적은 크레타와 선과, 빛을 최선을 다해 도와서 이기게 만들자는 것이었다.내 작품의 목적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구원이었다.

**크노소스의 벽화:내 영혼이 현재 느끼고 있던 걱정과 희망이 그대로 담긴 그림--수많은 물고기가 꼬리를 들고 장난치며 즐겁게 물속에서 돌아다니는데, 한가운데서 날치 한 마리가 갑자기 작은 지느러미를 펼치고는 공기를 마시려고 바다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노예적인 물고기에 비하면 날치의 본성은 너무나 컸고, 평생 물속에서 살기에는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그것은 갑자기 숙명을 뛰어넘고, 자유로운 공기를 숨쉬고 견딜 수 있는 한 짤막한 순간이나마 새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했으니, 짤막한 한순간은 곧 영원이었다.

나는 수천 년 전에 지은 궁전벽화에서 본 물고기가 나 자신의 영혼이기라도 한듯 굉장한 흥분과 우애를 느끼며 쳐다보았다.

날아가는 물고기--투쟁하는 불굴의 인간 영혼을 보라!

 

그리스도와, 붓다와, 레닌은 빛을 잃었고 나는 크레타의 흙에 휩쓸려 들어갔다

나는 새로운 힘, 새로운 책임감이 핏줄 속에서 용솟음 친다고 느꼈다.내 영혼은 크레타의 흙과 더불어 풍요해져서, 오랜 웃음과 눈물로 빚어진 듯싶었다

 

*조르바의 죽음:

(마을학교 교장의 대필)

내 친구 한사람이 그리스에 살아요.내가 죽은 다음에 그에게 편지를 써서, 내가 죽었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정신이 멀쩡했고, 끝까지 그를 생각했다고 전해주세요.그리고 내가 한 어떤 행동에 대해서도 후회하지 않는다고요. 그가 잘 지내기를 바라며, 이제는 정신좀 차리라는 얘기도 하세요.--그리고 혹시 어느 신부가 와서 나를 고해시키고 영성체를 주려고 하면, 저주나 내리고 꺼져버리라고 해요! 나는 살아가며 별의별 짓을 다 해보았지만, 사실은 별로 한 것이 없어요! 나같은 사람은 천년을 살아아 하죠. 안녕히!

 

《오디세이아의 싹이 내 안에서 열매를 맺을 때》

(648)신성한 흐름. 땅속의 씨앗, 새, 별--모두가 순종한다.인간만이 손을 들고 반힝하여 법칙을 어기고 순종을 자유로 바꾸려 한다.그렇기 때문에 신의 피조물들 가운데 오직 인간만이 죄를 범할 능력을 부여받았다. 죄를 범한다---그갓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조화의 파괴를 뜻한다.

 

여행의 즐거움: 세상에서 인간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는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부는 봄철에 에게 해를 항해하는 즐거움이라고 나는 새삼스럽게 느꼈다. 나는 천국이 어느 면에서도 그보다 더 훌륭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작가는 어느 누구보다도 그리스와 크레타에 대한 사랑이 넘쳤다.)

(648)나는 인간임을, 인간이며 그리스인임을 기뻐했고, 따라서 추상적인 개념의 왜곡된 방해없이 본능적으로 에게 해를 나 자신의 소유, 내 조상의 유물이라고 느꼈으며, 영혼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계속되는 행복감에 젖어 이 섬에서 저 섬으로 항해를 했다.

(658)나는 평생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죽음에도 새로운 의미를 주며, 인간에게 평화를 가져올 위대한 사상을 이룩하려고, 찌걱거리다 못해 찢어질 정도로 내 이성을 잡아늘이기 위해 투쟁했다.

그런데 이제 보라! 시간과, 고독과, 꽃피는 레몬나무의 도움을 받아 사상은 이제 하나의 이야기로 변했다. 그 기쁨이란! 축복의 시간이 왔으니, 벌레는 나비가 되었다.

(660)아버지:아버지는 별로 얘기를 하지 않았으며 , 어쩌다 입을 열면 앞뒤를 재고 신중히 따져본 다음에 하는 얘기인지라 전혀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아버지는 밑둥이 단단하고, 잎사귀가 거칠며, 열매가 쓰고, 꽃이 피지 않는 떡갈나무였다.아버지는 주변의 모든 힘을 삼키고, 그의 그늘에서는 다른 모든 나무가 말라죽었다.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나는 행동의 터전에서 위대한 투쟁자가 되는 대신, 하고싶었던 모든 것을 글로 써놓을 도리밖에 없었다. 내 피를 잉크로 바뀌놓은 사람은 아버지였다.

나는 평생에서 오직 한 사람, 아버지만을 두려워했었다.

나를 짓누르던 무거운 짐이, 유령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나는 이제 자유였고, 해방되었다.

 

*세상은 항상 신기하고 무서우며, 간악하면서도 아름다움이 넘치는 곳

 

《크레타의 섬광》

(670)나는 신의 세 가지 피조물인 나비가 되려는 벌레와, 본성을 초월하려고 물에서 뛰어오르며 나는 듯한 물고기와, 배속에서 비단실을 뽑아내는 누에에게 늘 매혹되었다.

나는 항상 내 영혼이 가야 하는 길을 상징한다고 상상했던 그들과 언제나 신비로운 일치감을 느꼈다.


(676)벽에 그려놓은 소(오늘날 우리들이 신이라고 일컫는)와 인간의 옛 싸움을 보면서 나는 혼잣말을 했다.

'저것이 크레타의 섬광이니라'

(677)내 손으로 빚는 오디세우스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았고, 더 이상 자신을 부끄럽게 행동하지 않았다. 나는 심연을 차분히 맞게끔 그를 창조했고, 그를 창조하며 나는 그와 닮으려고 노력했다. 나 자신이 창조되는 중이었다. 나는 내 모든 열망을 오디세우스에게 맡겼으니, 그는 인간의 미래가 흘러들어가도록 내가 파내는 틀이었다. 내가 열망했으나 달성하지 못했던 모든 것을 그는 달성하리라.

(니코스의 사상과 신조, 종교관에 열광하는 가운데 즐거운 독서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