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8일 대한극장에서 <파바로티>를 보고 넉 달만에 야외모임을 가졌습니다.
변함없이 시네마를 사랑하는 친구들이 동작역 8번 출구로 하나 둘 모여들었습니다.
오늘은 전 현직 회장님도 두 분 오셨습니다.
'금남의 집'이라는 문패는 그 어디에도 없었지만 남자 회원이 없는 시네마클럽 모임에 모처럼 나타난 남자동창들이 신선했습니다.
분위기를 띄워 준 건 물론이고요.
현충원 둘레길을 쉬엄쉬엄 걸었습니다.
오월의 훈풍이 건듯 부는 화창한 날씨가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 주는군요.
박대통령 묘소 앞에 작은 꽃 한송이 올리고 내려와 앉을 자리를 찾았으나 탁자들을 엎어져 있고 정자엔 노란 띠를 둘러, 쉴 공간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야외에서도 거리두기는 철저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누군가가 노란띠를 떼어 놓은 자리를 발견하고 각자 준비해 온 간소한 점심들을 내놓았습니다.
입만 가져오거나 숟갈만 가져온 친구도 배불리 먹을 만큼 친구들의 먹거리 장만이 풍성했습니다.
산책도 식사도 끝났지만 해가 중천에 있어 그냥 돌아서기 서운했는데, 마침 연못가에 작은 느티나무가 한 그루 눈에 띄었습니다.
그 아래 둥글게 의자도 만들어져있고요.
누군가가 제안했습니다. 그동안의 '유폐생활' 소감을 한마디씩 나누자고요.
살아온 세월이 어딘데, 멍석자리를 깔아주지 않아서 입을 안 떼지, 기회를 주니까 너도나도 술술~~
얘기들이 맛깔스럽고, 또 아~ 저 친구가 저렇게 사는구나 감탄도 했습니다.
얘기를 한바퀴 끝내고 나니 해가 설핏 기울어서 돌아가기에 적당한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박대통령 영전에 바친 추모의 꽃 한 송이
자야, 오랜만이다
유채꽃이 아름답습니다.
등나무 아래 열 명이 오순도순
콩 한 쪽도 나눠 먹는 사이~
사진이 잘 나온 것은 송작가의 작품들입니다.
현충원에서 풍광이 가장 좋은곳
두 분 회장님 오늘 잘 오셨습니다.
독사진들은 송남영작가의 '작품'이므로 그냥 실었습니다.
누군가 떨어진 꽃잎을 모아 하트를 만들어 놓았다.
이들은 어떤 사이?
청량국민학교 동창이랍니다.
하루가 너무 짧아 안타깝다는 친구, 내 시간 좀 가져가라는 친구,
평소에 취미로 해왔던 일을 마냥 즐길 수 있어 좋았다는 친구,
트로트가 그렇게 좋은 것인 줄 새삼 발견하고 빠져 들게 되었다는 친구 등등--
오늘은 우리 자신이 각자의 영화를 만든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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