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아, 잘 지내?
요새 다리 아픈 건 어때?
특별히 시네마 모임을 사랑하고 좋아했건만 엉뚱한 일이 우리의 발목을 잡네.
난 한동안 걷지를 않았더니 넓적다리가 쿨럭꿀럭해지데~
엄청 흉해서 요새 짬짬이 한 5000보씩 걷고 있어.
처음엔 요새 어째 다리가 안 아프지? 했는데 안쓰니까 안 아픈 거더라구, ㅎ ㅎ
지난번에 카페에 올린 한방병원 얘기 읽었는지 모르겠는데 요새 건강식품을 챙겨먹어야 건강한 다리로 친구들 만나겠다 싶어
<우슬 닭발즙>을 구입해 먹으려고 해.
별일 없음 5월 6일 꼭 만나서 지낸 얘기 계속 나누자~♡
<답신>
선*아! 반갑다. 이렇게 문자를 받아보니 고맙고 그리운 마음이 밀려오네.
네가 다리가 아픈 중에도 씩씩하게 여행도 다니고 불편한 티를 안 보여 괜찮은가? 생각했었어.
몸에 좋다는 것 열심 찾아서 치료가 됐으면 좋은데.
나도 친구들이 보고파 6일 별일 없으면 꼭 나갈게.
고마워 선*아!
(2)
*희야, 잘 지내는지?
뭐하구 지낼 때 시간도 잘 가고 행복한지 궁금하네~
사람들이 육체적 거리두기에 들어가니까 마음도 멀어져가는 것 같어.
시간이 많으니까 인형도 많이 만들어 놓았겠네.
우리 손녀들 데리고 인형극을 보러 갈 날이 빨리왔음 좋겠는데~
5월 6일 시네마 모임
별일 없음 꼭 나와서 밀린 얘기 나누자.
잘지내~
(답신)
헐일없이 월곡역 홈플러스 왔다가 문닫은 날이라서 서성이고 있다.
이런 나날들 아무것도 할 마음이 없어서 무력해지는 즈음
문자 반갑네
열밤 자고 보자^^♡
(3)
옥*아, 이 긴긴 유폐의 시간을 어찌 지내는지?
요샌 우리 대학교 때 열심히 편지 주고받던 일들이 자주 생각 나네.
오늘은 아가들로부터 잠시 벗어나서 마당에 나와 있어.
영산홍이 한창이네.
오월엔 일상으로의 복귀가 어느정도 가능하겠지?
그러나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다고 하네, 우리의 날들처럼~
요새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을 필사해 가며 읽고있어.
안 읽었으면 한번 펼쳐봐.
난 그의 정신세계와 많이 비슷한 거 같아서 책이 무척 맘에 들어.
몸은 바쁘고 고단해도 마음이 공허하고 인간관계에 회의를 느끼고 있어.
요새 계속 읽은 책들의 영향인가, 세상을 제대로 보기 시작하는 건가 잘 모르겠어.
언제 한번 짬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자~
보화당 선생님 말씀대로 몸에 귀기울이며 건강하게 명대로 살자꾸나.
안녕!
(답신)
반가운 편지 고마워. 우리가 느티회에서 만나도 속깊은 얘기는 잘 못나누는데 이럴게 편지보니 참 좋구나.
카잔차키스 ..., 예전에 보면서 성찰이 깊은 분이었다고 기억해. 고마워, 함 읽을게.
난 요즘 죠지 깃싱의 수필집을 읽는데 옛날에 읽었을 때보다 더 공감이 가네.
난 네가 손녀들과 지내느라 짬이 안 날 듯해서 문득 전화하고 싶다가도 참는단다. 인간관계에서 참만남이란 걸 요샌 많이 생각하지.
요즘 새 순이 올라오는걸 보며 네가 좀 고달퍼도 젤루 삶의 진수 속에 살고 있는 거라 생각드네.
3-5살이 젤 예뻤어. 그냥 예뻐해주고 놀아주면 되니까... 크니까 어떻게 가르치고 어떤 대화를 해야 되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군.
선*아, 이 유폐의 시기가 너무 익숙해지게 되진 않을가 ?
내가 특히 단톡방에 댓글을 잘 안 단 건 조용히 그저 듣는 사람도 있어야 할 듯해서인데 이젠 좀 달아야지 하고 반성했단다.
부디 건강 잘 살피고 깊게 생각하고 부지런히 손놀리고 행복하게 지내자꾸나. 편지를 쓸 수 있어 오늘의 감사한 일에 추가야, 고마워.
편지2 옥*에게
답신 고마워~
손주들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봐야지, 늘 같이 있으니까 고것들의 민낯을 봐야해서 고달퍼~
지 주장대로 할려고 떼쓰는 게 장난이 아니야.
칠십 셋 노인이 서너 살 짜리들하고 신경전하고 싸우고 스트레스 받고--
챙피해 죽겠어, ㅎ ㅎ,
답신2 선*에게
ㅎㅎ 그러면서 정드는 거 아닐가? 떼쓴다는 게 할머니가 자기 가족임을 인정하는 거 같다. 전혀 눈치 안 보고...
예쁜 녀석들 눈에 선하다. 우린 딸 못키워봐서 고 재미도 있지?
아무튼 넌 대단해. 필사까지 해가며 책을 읽으니 그냥 빈둥거리며는 절대 못하지?
근데 난 좀 빈둥거리구 산다. 속으로 약간 '이래도 되나?' 하면서 말이야.
늘 좋은 자극줘서 고마워.
편지3 옥*에게
저녁 산책 다녀와서 이제사 보네.
넌 학창시절 피나게 공부했으니 이제 룰루랄라해도 돼~
좋은 꿈 꾸시게-.-
(4)
*금아,
초록새닢으로 먼저 인사를 전할게~
오렌지자스민이 새 잎을 내고 있어.
관리를 잘 못해서인지
1월에 한번 꽃을 피우고는 그만이네.
행여 죽일까봐 부엌 창가에 놓아두고 자주 돌보고 있어.
무궁화는 현재 네 그루가 자리를 잡고 잘 자라고 있어.
유폐생활이 석달이나 지났네. 뭘 하며 어찌 지내는지 궁금하다.
고양이 건사는 여전히 잘하고 있겠지 하고 물으려는데 우리집 고양이가 곁에 와서 야옹거리네~
5월 6일에는 별일 없음 꼭 나와~*.*
(답신)
아이고나.
*회장이 내게 직접 보낸 글이네.
긴가민가하며 봤는데.
요즈음 카톡방이 시끄러워서 안 보는데, *희가 그걸 알고 꼭 봐야하는? 씨네모임방도 안 봤을 거 같다고 연락줘서 그건 챙겨봤고 당연히 나가야지 하네요.
지금 막 냥이밥 주고 왔는데 사료와 냥이 전용캔에 들은 생선 닭고기를 섞어 주면, 고걸 오도독하며 씹어먹는 소리가 어찌나 듣기 좋은지 절로 미소가 지어지네. 손주에게서도 못 느껴본 흐뭇함으로.
4월도 4일 밖에 안 남았는데, 어쩌자고 시간은 이리 빨리도 지나는지.
오늘 한 일~
따뜻해졌다고 성급히 발코니에 내놨던 화분들을 며칠 전 바람 불고 추워 다시 안으로 들여놨다가 또다시 밖에 내놓느라 온 몸이 뻐근하네.
어제 애들 왔을 때 시킬까 하다가, 허리 다치면 내 책임인데 하며 꾹 참았던 게 잘한 거지? 하며 위로한다.
그래도 발코니에 키가 큰 망고, 올리브,장미,부루베리등 10여개 화분을 내놓고 햇볕을 보게 해주니, 왜 이 고생을 하나 하다가도 누구를 도와준 것처럼 마음이 좋다.
대충 화분 정리하고 점심식사하며 어디서 보내온 문자보니, 조성진이 일본 한국 러시아에서 모짜르트, 베토벤, 라프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 연주곡을 보내와 듣는 건 물론이고, 건반 위의 그 현란한 손가락들의 움직임이 보고싶어 돋보기까지 쓰고 거의 3시간 가까이 폰을 보니, 손열음 것도 봤네. 눈이 팽팽 도는데 그래도 그들의 엄청나고 치열한 노력들이 일궈낸 것들에 가슴 뭉클하네.
더불어 70 몇 년을 그냥 나름대로 살아가는 자신이 고맙고.
*회장이 따로 연락줘 고마워서 그냥 오늘 한 일을 길게 적어봤다네.
6일에 만나길 고대하며...
편지2 *금에게
나도 동네 한바퀴 돌고 와서 이제사 보네.
외출을 팍 줄이고 안에서 생활하다보니 좋은 점도 많이 있네.
너의 소소한 일상을 들으니 옆에서 수다 듣는 기분이라 편하고 좋으네~
이제 화분을 번쩍번쩍 들 나이는 지났응께 젊은이들 신세좀 지시게, 요 깔끔한 양반아!
난 오늘 최부귀가 공감만세에 올려준 헨리 라는 젊은 친구 연주에 호감이 가서 유튜브로 검색 중이야.
책과 음악과 영화가 없었다면 삶이 얼마나 팍팍할까 싶어, 그저 예술인들에게 감사할 뿐이야.
탈없이 지내고 곧 만나자~♡
---*회장 고마워요.
*회장 만날 "임 분더 쉐넨 모나트 마이"가 기다려지네
---에이, 난 독일어 하나두 몰러! (찾아보니,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 중 '놀랍도록 아름다운 5월에' 첫소절)
--*회장의 겸손은 안 어울려요.
공감만세 50여개를 안 봤는데 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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