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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도 김동리

맑은 바람 2021. 3. 5. 09:44

김동리단편선/문학과지성사/333쪽/초판1쇄 2004.12/15쇄 2017.4/읽은 때 20210227~0303 

김동리(1913~1995)경주출생/1931 경신중학교 중퇴/1934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백로' 입선/1935 조선중앙일보 신춘문예  '화랑의 후예' 당선/1936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산화' 당선/시인부락 동인/우익의 기수/1947경향신문 문화부장, 1948민국일보 편집국장 역임/서라벌예대, 중대교수, 예술대학장 역임

수록 단편:화랑의 후예/산화/바위/무녀도/황토기/찔레꽃/동구앞길/혼구/혈거부족/달/역마/광풍 속에서

*화랑의 후예
-1935조선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작
(채만식의 '탁류'는 신문연재소설로, 다음 호를 목빠지게 기다리게 할만큼 재미있었다.
김승옥의 소설은 무슨 목적으로 이런 저급한 이야기를 펼쳐놓지 하는 불쾌감을 주었다면, 김동리의 단편 '화랑의 후예'는 좀 맹숭맹숭하니 싱겁다. 거지노릇하는 황진사가 화랑의 후예라니! 하긴 어떤 소설이 재미 있느냐의 여부는 다분히 개인적 취향에 달린 주관적인 문제니까. 세상의 칭송을 한몸에 모았던 영화 <기생충>도 내게는 아무런 감동을 줄 수 없었으니. 같은 시대의 작품인 <그리스인 조르바>(1942년작)같은 작품은 굳이 평론가의 현란한 미사여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산화(山火)
-1936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배경:운문산(雲紋山)
가난한 산골마을 사람들은 겨울엔솔잎을 따먹고 산다.
할머니, 아버지 뒷실이(찬물), 어머니, 큰아들 한쇠, 작은아들 작은쇠
(36)세상에 이런 꼴이 어디 있단?
금년내내 하루도 쉴새없이, 소같이 일을 하구서 제 몸 푸는데 된장국 한 그릇도 못 얻어 먹다니, 째, 째---그 더운데 보리밭을 맨다, 논을 맨다, 똥물을 여낸다, 오줌을 여낸다, 가물에 물을 댄다, 이웃집에 소를 얻어다 콩씨를 넣는다, 머 머슴이라도 상머슴이지, 차라리 머슴같으면야 바깥일이나 하지, 이건 바깥일은 바깥일대로 하고 집에 들면 또 질쌈을 한다  빨래를 한다, 그래도 옷가지를 꿰맨다, 어느 거 한 가지 제 손 안 가고 되는 게 있나?  일년 열두 달 어느 하루 잠을 실컷 자본 날이 있나? 낮이고 밤이고 그저 갈팡질팡, 진일 마른 일 다 해주고 그러고도 이제 몸을 풀라니 속이 비어 이렇게 널치가 나는구나. 대체 이 일을 어떻게 한단 말인고. 쩌, 쩌, 하느님이 무심하다. 하느님이 무심해."(시어머니의 푸념)
**널치-'몸살'의 방언
(<탁류>에서, 농사짓는 남자한테로 시집을 보내느니 기생질하는 게 낫다고 말한 기생어멈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는 듯하다.)
윤참봉의 악행:
고리대금업으로 토지를 늘려 부자가 된 윤새령(윤사령)은 병든 소를  팔려다 군청직원의 제지로 일단 땅에 묻었다가 도로 파서 염가로 동네사람들한테 나누어 판다.
이를 먹은 동네사람들은 육독이 올라 한쇠엄마를 비롯해서 죽은 사람도 있고 온동네가 발칵 뒤집힌다.
(<탁류>에서처럼, 초봉이 대신 한쇠가 나타나서  초봉이 형보를 처치하듯 윤참봉에게 복수를 했으면 속이 후련하겠건만, 마을 사람들은 멍멍히 먼산의 산불 구경만 하고 있을뿐이다, 후환이 두려워서일까?)

*바위
-1936년 5월  '신동아'에 수록
문둥병자 어머니, 어딘가로 사라진 아들 술이와 아버지
마을어귀의 바위(복바위 원바위,범바위)에게 빈 덕분인가 집나갔던 술이를 만남. 사흘 후 다시 오마고 떠난 아들은 끝내 오지 않고 엄마는 복바위를 끌어안고 죽는다.
*(79)먼 들 끝에서 어둠이 날개를 펴기 시작하는 때

*무녀도
--1936년 5월 '중앙'에 실림/액자소설
무녀 모화/그림쟁이 딸 낭이/예수쟁이 아들 욱이--
모화가 성경을 불태우고 덤벼드는 욱이에게 칼을 휘두른 후 욱이는 시름시름 앓다 죽는다.
모화는 동네 큰  굿이 있는 날 물에 빠져죽은 혼령을 불러낸다며 이내 물 속으로 들어가 다시는 나오지 않는다.
어느 날 나귀 타고 온 조그만 사내가 혼자 남은 낭이를 데리고 어느 양반 세도가를 찾는다.

그곳에 묵으며 달포 동안 낭이가 그린 그림이 <무녀도>였다.

*종발-중발보다 작고 종지보다 조금 넓고 평평한 그릇
*명주구리(명주꾸리)-명주실을 감아놓은 뭉치

(문학과 지성사는 30년대 소설에 나오는 낯선 낱말들을 따로 모아 풀이를 해주고 있다. 독자에 대한 배려심을 높이 사고 싶다.)

*황토기
1939.5 '문장'지에 발표
배경: 주리재에서  금오산 쪽으로 뻗쳐내리는 두 산맥 사이의 황톳골
과 그 너머 아늑한 산골짜기요 개울가 안냇벌
인물:억쇠-기골이 장대한 52세 장년/황톳골 장사
득보-억쇠보다 작으나  덩치좋은 젊은이/성냥간(대장간)일을 본다/분이와 내통하며 설희를 욕심 냄
분이-색주가에서 일하는 여자/억쇠하고 사나 득보를 더 좋아함./설희를 죽이고 득보를 해치려다 실패하고 사라짐
설희-과부, 미모 출중, 억쇠가 아내로 삼음. 득보가 흑심을 품고 드나듦/분이에 의해 살해됨

억쇠와 득보는  용냇가에서 마지막 힘겨루기를 하기로 약속하고  그리로 향한다.

*찔레꽃
1939.7'문장'지에  발표
순녀와 어머니/만주로 돈벌러 간 순녀의 남편/한시도 뗄어져서는 못 사는 모녀/그러나 만주로 오라는 전갈을 받은 순녀는 마침내  영이별을 한다. 보리풍년에 찔레꽃은 어찌도 많이 피었는지--

*동구 앞길
1940년 2월호 문장지에 발표
순녀는 가난한 집 딸로 친정에 보탬이 되려고 아이가 없는 부잣집에 소실(씨받이)로 들어간다.
7년동안 아들을 내리 셋을 낳아 둘은 당연히 큰마누라가 기르지만 세째는 순녀 자신이 기르고 싶다고 양주사 영감에게 조른다.
그 참에 아이들을 몰래 만난 사실이 들통나 순녀는 본처한테 피투성이가 되도록 맞고 물어뜯긴다.
이 소설은 순녀의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내가 순녀가 된 듯싶다.
씨받이 삶의 절통함을 보여준다
--(176)틈박하다
--(179)추창하다

*혼구 (昏衢:저녁이 되어 어두컴컴해진 거리)
1940년 2월호 '인문평론'에 발표

 

노름꾼에 술꾼인 송또상은 딸 덕에 산다.
노래를 잘하는 큰딸은 주막에서 노래를 잘 부른 덕에 돈많은 남자한테 시집을 가서 친정을 먹여 살리다시피한다.
그 애비라는 작자는 둘째 딸 학숙이도 학교를 그만두고 노래를 익혀 저의 언니 뒤를 잇기 바란다.
이 와중에 학숙이 담임 정우는 송또상에게 얽혀들어 그와, 외지고 어두운 샘골주막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알지 못할 공포감에 휩쓸린 채로~

*혈거부족(방공굴로 쓰이던 곳)
1947년 3월호 '백민'에 발표
삼선교와  돈암교 사이에 놓인 야트막한 구릉 일대에  혈거부족이 산다.
등에 옥히를 업고  양담배를 파는 순녀도 혈거부족이다.
혈거부족사람들의 화젯거리는 독립, 신탁통치, 이승만박사의 임시정부 이야기다.
순녀 내외는 만주에 살다 해방이 되어 고향으로 가는 중에 서울에 이르러 남편이 폐병이 악화되어 죽는다.
독립이 되었다는 할머니 말에 혈거생활인들은 술렁거렸으나--

-(212)나부릿뜨리다:
(237)마지막 문장:머리 위에서는 연방, "울---"하는 소리가 천둥같이 울려오고 있었으나, 삼선교 앞 옛 성 위를 넘어, 남산도 지나, 한강도 건너, 멀리멀리 새파란 남쪽  하늘가에 떠있는 것은, 그러나 비행기도 아니었다.
(결말이 알쏭달쏭~ 작품마다 이렇게 끝을 맺고 있어 황당하기 짝이 없으나 그래도 읽는 의미가 있다면 1940년대 전후의 우리나라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
1947년 4월호 '문화'에 발표
모랭이 무당/무당의 아들 달이(달득)/숙희/글방 사장 딸 정국이/무당의 동생 경보

정국이와 달이는 사랑을 한다.
그후 정국이는 달밝은 밤, 강에  투신한다. 뒤를 이어 달이도 강에 투신하여 죽는다.

*역마(驛馬)
1948년1월 '백민'에  발표
(258)하동, 구례, 쌍계사의 세 갈래 길목이라, 오고 가는 나그네로 하여, '화개장터'엔 장날이 아니라도 언제나 흥성거리는 날이 많았다.
주막집 옥화/옥화의 아버지는 남사당/아들 성기의 아버지는 /아들 하나 데리고 돌아올 길 망연한 남편을  기다리며 산다/책전을 펴는 아들 성기/주막에 묵게 된 체장수의 딸 계연을 좋아한다. 그러나 계연은 성기의  이모뻘되는 관계, 체장수는 옥화의 아버지였음이 귀밑 사마귀를 보고 알게 된다.
둘의 애절한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계연은 아버지를 따라 떠나고  성기는 엿판을 메고 정처없이 떠난다.

제목 <역마>는 '역마살'의 준말로 본다.
(묘사, 복선, 서정성을 고루 갖춘 작품/무녀도보다는 이 '역마'를 제목으로 잡았더라면~)

*광풍 속에서
1949년3월 '백민'에 발표
1948.10.21 여순반란사건이 소재/중학생 윤수, 정수가 경찰서(적색반란군이 점령)로 끌려감/윤수 아버지 인봉이는 '대동청년단원'이고 성수 아버지 신봉은 '농민조합(공산당조직체)'원으로 이 두 단체는 적대적 관계이다./두 아버지는 형제 관계/농민조합은 인민공화국 세상을 기다린다./인봉이의 두 아들은 신봉이(작은아버지)에 의해 살해됐으나 인봉이는 조카 성수를 구해 달아난다.
--멱서리:짚으로 날을 촘촘하게 결어서 볏섬 크기로 만든 그릇.(곡식등 저장용)

--김동리의 뚜렷한 문학적 덕목:
1.탁월한 문체(묘사의 정확성, 풍부한 서정성)
2.빈틈없는 구성
3.인상적 인물상 창조(억쇠, 득보 등)
4.인간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
5.한국적 전통세계에 대한 탐구
(이동하의 '작품해설' 중에서)

(고궁이라든가, 전시회장의 해설사나 큐레이터의 이야기는 지식과 견문을 확장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김동리 작품 평론을 읽어보면 크게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이리저리 꿰어 맞춘 것 같은 인상이랄까? 소설가가 알몸이라면 평론가는 패션 디자이너랄까? 옛말에 '옷이 날개'라 하잖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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