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은 왜 그토록이나 나를 그리고 우리를 사로잡았던가. 그것은 소설 속의 진득한 허무와 자신에게로 향해오는 칼끝과도 같은 예리한 자의식 같은 것 때문이었다. 그리고 문체의 새로움 때문이었다. '청각의 이미지를 시각의 이미지로 바꾸어놓는 기법'은 김승옥의 문학 도처에서 빛을 발하곤 했다.
--그는 빛나는 문체와 빼어난 감성의 문학세계를 보여주면서도 가벼움과 경박함에 빠지지 않았다. 언제나 영혼의 문제에 대해 끌어안고 고민한다는 신뢰감을 주었다.
**어느 신앙 간증회에 나온 김승옥의 고백:그는 유년 때 겪은 여순반란 사건과 20대의 허무주의 등에 대해 잠시 설명하고, 언어로 더는 죽음과 같은 문제와 인생의 불가해성을 설명할 길 없어 절필하게 되었음을 고백했다.
--김승옥의 문학은 일단 기교면에서 탁월하다. 어찌 보면 그는 언어의 연금술사와 같고 언어의 조탁 기술이 탁월한 세공업자와 같다. 그러나 그는 언어기술자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영혼을 쏟아 글을 썼고 그래서 그의 소설은 가슴에 둔중하게 얹히는 무게를 가지고 다가온다.
--나는 예나 이제나 김승옥이 좋다. 옛날엔 그 빛나는 문학적 재능이 좋았고 이제는 그 어수룩한 성자같은 사람됨이 좋다. 예나 이제나 각각 세월의 다른 모퉁이를 돌아와 우연히 차 한 잔을 나누고 싶은 이름이다.
---김병종의 화첩기행 1중에서---
(이 대목을 읽고 <무진기행>을 한번쯤 읽어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난 새로 책을 구입해 읽었다. 김병종에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도무지 공감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향의 문제일까? 소재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소설을 읽으면서 불쾌감을 맛보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은데, 그래도 어딘가에서 과연 '문장의 기교가 뛰어나고 언어의 연금술사'로구나 하며 공감하게 되는 부분을 만나고 싶어 끝까지 참아가며 읽었으나---)
김승옥(1941~ )전남 순천에서 성장함. 1948년 여순반란사건 때 부친 사망. /1952년 월간<소년세계>에 童詩 당선/서울문리대 불문과 입학/서울경제신문에 연재만화로 학비 조달/ 1962년 한국일보에 <생명연습> 당선/1964년 사상계에 <무진기행> 발표/1965년 <서울 1964년 겨울>로 동인문학상 수상/1977년 <서울의 달빛 0장>으로 이상문학상 수상/
<생명 연습>줄거리
22세로 폐를 앓으면서 폐인이 된 형, 수시로 남자를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40대 과부 엄마, 한교수의 딸을 겁탈하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나, 네델란드 선교사의 자위행위, 형의 자살, 한교수의 옛날 애인의 죽음--이런 사건들이 날줄씨줄로 얽혀 있는 글이다.
<무진기행>1964년 발표
승진(처가가 운영하는 제약회사 전무)을 앞두고 고향의 어머니산소를 찾아 무진으로 떠나는 나-무진에서 만난 고등학교후배이자 고등학교 국어교사 박선생, 고시 패스하고 세무서장으로 있는 친구 조씨, '목포의 눈물'을 부르는 음악교사 하선생. 조는 음악선생을, 추파를 던지는 가벼운 여자로 보고, 박선생은 하선생을 흠모하고 나는 기회를 만들어 하선생을 정복(?)한다. 그리고 언젠가 하선생의 소원대로 서울에 자리를 마련해서 불러주겠다고 약속의 편질를 쓰나 곧 찢어버린다. 그리고 서울행 버스에 오른다.
<서울1964년 겨울>1965년 발표
선술집에서 만난 대학원생 안씨, 삼십대 중반쯤 되어보이는 사내, 그리고 고졸자 구청 직원인 나-
사내는 결혼 3년만에 아내가 죽자 시신을 병원에 팔고 받은 돈을 이 두 남자를 위해 다 쓰겠다고 작정한다.
만취되어 거리를 쏘다니다 이들은 여관으로 돌아온다. 다음날 그 사낸 자살한 채로 발견되고 두 사람은 조용히 여관을 빠져나온다.
<서울의 달빛 0장>1977년 발표
이혼한 남자의,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살아보기-
여배우와 결혼한 대학강사인 나, 순탄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되는대로 삶을 향락한다.
문란한 성생활, 만연한 성병-
(작가해설:1970년대 도덕적 붕괴 참상을 언어로 포착하기 위해서 광포한 문체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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