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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의 지하도-- 앙드레 지드

맑은 바람 2021. 5. 9. 13:51

앙드레 지드/홍승완 옮김/삼성출판사/414쪽/1988.9초판/1989.5 5판/읽은 때20210503~0509

단단한 곽 속에 들어 있던 책을 꺼내 펼치니 노랗게 바랜 종이 위에 깨알글씨(최근에 만난 가장 작은 글자)가 나타난다. 30년 넘게 뉘집 서재에서 세월을 잊고 잠들어 있다가 내게로 온  모양이다

<교황청의 지하도>라는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아 어렵사리 구했으나 어쩌면 교황의 분노 때문에 禁書가 되어 대한민국에서 만나지 못할뻔한 책--

앙드레 지드(1869~1951)프랑스 파리 출생, 부친은 파리 법과대학 교수/11세에 부친 사망/학교 공포증으로 학업이 어려움/18세에 알사스 학원에서 탁월한 성적을 보임/독학으로 대학입학자격 획득/26세에 모친 사망, 그해에 사촌 마들렌느와 결혼/28세에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지상의 양식>을 씀 /1909년 40세에 <좁은문>을 발표, 새로운 轉機를 마련한다/45세에 <교황청의 지하도> 출판, 가톨릭 작가들로부터 격심한 비난을 받음/50세에 <전원교향악> 출판/51세에 <한알의 밀알이 썪지 않으면> 출간(자전적 작품)/58세에 <콩고기행> 출판, 식민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냄/78세에 노벨문학상 수상/82세에 폐렴으로 사망/사후 교황청은 지드의 전 작품을 금서목록에 넣음

"나는 지상의 좋은 것을 다 맛보았다. 내 다음 세대가 나의 덕분에 사람들이 보다 행복하고 보다 훌륭하고 보다 자유롭게 된다는 것을 인정하면, 내 마음은 아늑해진다. 미래 인류의 복지를 위해 나는 나의 일을 하였다. 나는 나의 생애를 다했다.--지드의 희곡  '테제' 중에서

작품3 <교황청의 지하도>
제1권 앙띠므  아르망-뒤보아
로마성지 순례를 떠나온 부부 베로니끄와 다리를 저는 앙띠므는 세든 아파트에서 같이 따로 생활한다. 아내는 가정과 신앙을 위해서, 남편은 연구를 위해서 시간을 보낸다.
앙띠므가 벌이는 갖가지 동물 실험이야기가 갑자기 교황과 가톨릭 신자들의 모습으로 떠오른 건 무슨 이유일까?
(213)앙띠므의 궤변:"자기 집의 누군가가 병이 나면 자네라도 곧 의사를 부를 테지, 그런데 환자가 나아버리면 이미 약 따위가 무엇에 필요하느냐는 표정을 짓지, 병을 고친 것은 약이 아니라 의사가 치료하는 동안에 자네들이 올린 기도 덕분일 테니까.  부활제 때 성체도  받지 않은 인간이 낫거나 한다면 괘씸한 처사라고 자네들은 생각하고 있을 테지."
(214)나는 왕초(하느님)에게 말해 두겠어.
"당신의 기적 따위는 걷어치우라고, 원하지 않는다고 말야."
--어째서입니까?.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으라니까 말이지"
(220)벽감의  성모상을 부수고 난 후에 일어난 일:밤에 성모님이 나타나 그의 절름발이를 고쳐 주시었다.  그는 온전히 걸어가 성모님 앞에 무릎꿇었다

제2권 쥘리우스 드 바랄리울
부친  쥐스뜨-아제노르 드 바랄리울  백작과 청년 라프까디오 루우끼는 어떤 관계일까?
금발의 청년 라프까디오는 백작의 사생아였다.백작은 그에게 유산을 남기려 자취를 알고싶어했던 것이다.
(258)사생아 라프카디오의 고백:1874년 부카레스트(루마니아) 출생/고급 싸롱을 경영하는 어머니를 따르는 남자들에게서 계산법, 여러나라 언어들, 손으로 부리는 마술, 의복을 멋있게 입는 방법 등을 배웠다. 파리로 보내져서 교육을 받던시절 교유한 교우는 프로토스--그는 평소 바보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평소 지론이 "세상을 사는 데는 자기의 참다운 표정을 보이지 않는 게 중요한 거야"였다.--사람이 실패하는 까닭은 실전보다는 관병식을 좋아하고, 또한 자신의 재능을 감춰둘 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을 했다--
(263)인생에 있어서 어떤 기회에 적절하게 임해서 '그 일에 우물쭈물하지  말아라'하고 마음을 환기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어떠한 난국도 꿰뚫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친구 프로토스는 말했습니다.

제3권 아메데 플뢰리소와르
-라프까디오에 의해 기차에서 떠밀려죽는, 쥘리우스의 막내동서--
(274)생땅쥬 성에 유폐된 교황(레옹13세):
**생땅쥬 성은 교황청과 지하도로 연결되어 있다.
교황의 감시자는 마리 앙뜨와네뜨의 아들인 장 살바도르 드 로렌느이다.
백작부인 발랑띠느 드 쌩프리에게 교황 석방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고 찾아온 거짓신부(그는 프로토스
였다)
(282)교육자 스메느 부인은 외톨이 신세인 아르니까를 돌본다.
별 매력이 없는 아르니까는 시적으로 생각하며 시를 짓기도  했다.
이때 스메느 부인의 야회에 드나드는 두 청년이 아르니까를 연모한다.  한 사람은 보통 키에 몸이 굽고 깡마른, 금발이라기보다는 퇴색한 머리카락을 가진, 거만스러운 코에 겁장이같은 눈매를 지닌 사나이였다. 이 사람이 아메데 플뢰리소와르였다.  또 한 사람은 뚱뚱하고 검은빛 억센 머리카락의 사나이다. 이는 가스똥 블라파파스다.
(288)교황은 뱃속이 시커먼 패거리의 손아귀에 빠져 있다. 그래서 구출하기 위해서 일종의 십자군이 비밀리에 한창 조직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이 운동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것이다.

제4권 지네 도당
교황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로마를 향해 가는 아메데 플뢰리소와르--마르세이유 호텔에서 빈대에 시달림/뚤롱에서는 벼룩에게 물렸!!다/제노아에선 최상급호텔에 머물렀다. 거기서는 모기가 대환영을 하고 그를 빈틈없이 물어뜯었다.
(당시(1914)의 열악한 사정은 우리네와 별반 다를게 없어 보였다.)
(303)드디어 로마 도착, 쌩 땅쥬 성부근에 숙소를 정함, 거기서 프로토스를 만남/함께 추기경을 만나러 가기로 함/보메로 언덕의 작은 별장에서 자칭 추기경이라 일컫는 바르돌로띠 신부를 만났다.
(번역문이라는 걸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문장이 유려하다. 그러나 재미도 감동도 없다. 글을 쓰는 일 못지않게 글을 읽는 일도 때론 고행이다. 살아 움직이는 동안 어느!!순간인들 '견뎌야 하는'시간이 왜 없겠는가)
(336)로마의 대사원에서  플뢰리소와르는 쥘리우스를 만났다.
교황 구출의 사명을 띠고 로마에온 플뢰리소와르는 몸이 더렵혀져 용기를 잃고, 교황 면전까지 갔었다는 쥘리우스백작은 교황의 가짜여부를 문제삼지 않음으로써 플뢰리소와르를 당혹스럽게 한다.

제5권  라프까디오
(347)유산 상속을 받게 된 라프까디오의 생각:
"황금의 접시에 담아 먹더라도 그 속에 든 음식은 역시 똑같은 것이다."
이제 빈곤에 쪼들릴 염려가 없는 현재로서는 식욕을 참는 힘이 사뭇 이완되어 있었다
(349)쓰는 사람은 많지만 읽는 사람은 극소수지. 인간들은 차츰 책을 읽지 않아. 이것은 사실이다.
(350)주머니가 두둑해진 라프까디오는 기차에 오른다.
자아, 떠나자. 때가 왔도다. 신세계를 향해서 달려가자. 우리의 맨발자국을 찍고 유럽을 떠나자. 혹시 보르네오의 오지에 유인원이 아직 살아있다고 한다면 그곳으로 인간의 근본적인 능력을 저울질하러 가리라.
기차간 복도에서 아메데 플뢰리소와르를 만난다.
아메데는 소란한 자기방을 떠나 라프까디오의 방으로 오게 된다.
라프까디오는 아무런 동기 없이 아메데를 달리는 열차 밖으로 떠밀어 죽게 한다.
(380)사회가 우리를 속박하지 않는다손치더라도, 혈연관계나 친구들이나, 우리가 나쁘게 취급받고 싶지않은 그런 패거리들이, 이미 충분히 우리를 속박하고 있어요. 그들은 우리의 야만적인 본래의 자세에, 우리가 그것에 반밖에는 책임이 없는, 우리들 자신이 닮은 일이 없는 가짜 모습을 대립시키는 거예요. 그리고 거기서 한발짝 내디디면 품행이 나쁘다고 말하게 되는 거예요. 이제 나는 그 가짜 모습을 버리고,  스스로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하는 중이라오 --라프까디오가 열차에서 만난 법대교수 데프끄블리즈(프로토스)의 말.
(390)오자 정정: 풍지박산-->풍비박산

<교황청의 지하도>는 제목만으로는 추리소설감이다.
꼼꼼히 장래 어떤 일이 펼쳐지려나? 이 소설 때문에 교황이 지드의 전 작품을 禁書로 지정했다니 얼마나한 비리를 폭로했기 때문에 그랬을까?
그러나 이런 상상은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렀을 순간에도 호기심이 충족되지 않았다.
기만당했거나 골탕을 먹은 기분이랄까?
지드씨,  왜 제목을 <교황청의 지하도>라 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