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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문--앙드레 지드

맑은 바람 2021. 5. 12. 00:02

삼성출판사/1988년 초판/1989년 5월 5판 발행/131쪽/읽은때 20210509~0511
**이 책이 나온 때: 3ㆍ1운동 10년 전/우리 부친 출생 10년 전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에 해당하는 이 <좁은문>은 그의 나이 40세(1909)에 출판됐다.

불혹의 나이에 이미 싸늘하게 식었을 법한 젊은날의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내다니.

'이윽고 차디찬 어둠에 우리는 침묵하리라
그러면 잘가거라,
그토록 짧았던 여름의 강한 햇빛이여!'--보들레르의 '가을의 노래' 중에서

'사람을 믿는 자는 불행하도다'--성경말씀

 

'이 세상을 얼마나 능가하는 마력이기에
오늘 이 몸을 주님곁으로 끌어올리느뇨?
내가 원하는 것을 남에게 기대어 찾는 자는 불행하여라!'-라신느

 

(72)진실로 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마음의 해방이 아니고, 그 감격인가봐. 마음의 해방이라면 거기엔 언제나 염증나는 자존심이 따라다녀. 야심이란 방황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봉사하기 위해서 사용되지 않으면 안 될 거야---
(74)저 자연의 '아련한 찬미가' 속에서 내가 알아듣고 또 이해하는 것은, 네가 말하듯이, 확실히 기쁨을 향한 권유야. 나는 그것을 어느새 소리 속에서도 알아들을 수가 있어. 모름지기 예찬이야말로 기도의 유일한 형식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 저 성 프란치스코가 말했듯이 '신이여. 신이여, 아  그것만을, 뭐라고 달리 말할 수 없는 사랑에 가득찬 마음만을'이라고 되풀이할 뿐이야.
(76)'교태'라는  책을 낸 목사의 아들 아벨에 대한 세간의 평: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히지 않고는 책장을 넘길 수 없는 이 책에 대해 '르땅'잡지의 비평가가 이 책 속에서 발견해냈다는 그 '훌륭한 재능'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찾아보았건만 결국 그런 것은 눈에 띄지 않았어. 그 고칠 길 없는 경박스러움을 '경쾌니 '우아'니 하고 있는 모양이야. 처음에는 낙담만하고 계시던 가엾은 보띠에 목사님도, 요즈음에는 이 책에도 무슨 자랑해도 좋을 만한 것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끔 되었어.

(작가를 만드는 게 평론가라는 말도 있잖은가?)
(94)하지만 제롬, 성스러위진다는 것은 좋고 싫은 것으로 정할 것이 못돼. 이건 하나의 의무야. 제로옴이 내가 믿고 있는 그런 사람이라면, 제로옴도 이 의무로부터 피하지는 못할 거야.

알리사의 마지막 편지:
벗이여, 편지를 이제 쓰지 않으리라고 결심한  건 아냐. 다만 편지 쓸 흥미를 잃었을 따름이지. 제로옴의 편지는 그래도 아직 내 마음을 즐겁게 해줘.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주면 점점 더 미안해질 뿐이야. 여름도 이제 멀지 않았구나. 당분간 편지 하는 것도 그만두면 어떨지? 그 대신 9월 하순 2주일 동안을 내 곁에서 보내도록 해. 좋아?
좋다고 생각하면 답장은 필요없어. 답장 없는 것을 승낙해 준 것으로 알고 있을래. 그럼 제로옴한테서 답장이 없기를 바라면서---
(97)알리사의 방:침대 옆 책꽂이엔 신앙에 관한 통속적이고 너절한 책들이 나란히 꽂혀져 있었다.
"아니. 알리사, 정말로 이 따위 책들을 요즈음 읽고 있어?"
"영양분이 가득한 양식있는 책에 몸이 밴 지성인이라면 구역질나고 아무런 맛도 없는 이런 것을 읽지는 못해."
"난, 제로옴이 말하는 걸  잘 모르겠어. 이러한 책들의 저자는 그 생각하는 바를 열심히 글로 써서 가식없이 나와 얘기를 해주는 경건한 사람들이야. 이런 분들의 세계가 난 좋아. 이분들은 절대로 아름다운 말의 함정에 빠지지 않아. 나도 이분들이 쓴 책을 읽으면서 신앙에 어긋나는 그릇된 찬양은 전혀 하지 않아."
(지금 사랑을 하고 있다면, 한때 서로 깊이 사랑했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면 이 책의 구절구절이 얼마나 가슴에 와 닿을 것인가? 하지만 신도 인간도 진정으로 사랑해 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 이 책은 맹송맹송할 뿐, 커다란 울림을 주지 못할 것이다)

  (119)주여, 제로옴과 저, 둘이 서로 의지해가며 모두 주님 가까이 갈 수 있게 해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인생행로를 따라, 마치 두 사람의 순례자처럼, 한 사람이 때때로 상대방을 보고 "내게 기대시오, 피로하거든--"하고 말하면, 또 한 사람은 "당신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고 대답하면서--아니, 아니, 주여! 당신이 가르쳐주시는 그 길은  좁은 길이옵니다---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가기에는 너무나 좁은 길이옵니다.
(127)내 몸이 느끼고 있는 번뇌를 남에게 퍼뜨린다는 것은 영혼이 깊은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끌로띨드  드 보오
(나는 매일매일 일기쓰듯 채우고 있는 블로그를 언제쯤 정리할까 생각해 본다.
지금으로서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낙이 없어진다면 얼마나 허망할까 싶다.)
(130)제로옴과 헤어져 있는 동안, 하느님의 충실한 종이 된 알리사는 병약해서 죽고 만다.
그녀를 잊지 못하는 제로옴은 쥘리에뜨에게 말한다.
"만일 내가 딴 여자와 결혼하더라도 그 여자에게는 그저 사랑하고 있는 척밖에 할 수가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