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저가상품이 된 환자

맑은 바람 2021. 5. 26. 00:58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며 정자에 앉았노라니 좀 전의 일이 떠오르며 슬며시 불쾌한 생각이 든다
며칠째 두통과 콧물이 나고 새벽에 가래가 목에 달라붙어 저절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어, 오늘은 작심하고 동네 이비인후과엘 갔다.

의사는 목과  코를 들여다보고 가래가 무슨 색깔이냐, 뱉고 나서 기분이 어땠냐, 머리는 어떻게 아프냐 등등을 물었다.

그러고는 주사 한 대 맞고 가란다.
진료비 1900원.

웬만하면 병원엘 가지 않아서 때론 연 400만원 돈 되는 건강보험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돈이 나가더라도 아프지 않은 게 낫지! 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런데 의사가 진찰을 했으면 '비염이 재발했다든가,  감기가 심하군요' 정도로 진료소감을 언급해 줘야하지 않는가.
딱 1900원어치 저가상품으로밖에 보이지 않나 보다.
다른 환자들한테도 다 이런 식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한국 노인들은 너무 착하고 너그러워 그런 취급을 받고도 아무렇지도 않은지, 의사들은 원래 그렇거니 하고 접고 들어가는 건지--

바람이 머리칼을 흩날리고  날씨마저 쌀랑해서 무릎 통증이 도지니 신경이 날카로워졌나 보다.

(이얘기를 친구카톡방에 올렸더니 친구 A가 하는 말--)

그래도 그 의사 선생님은 양호한 편이네요. 목.코 들여다보고 가래색깔. 뱉고나서의 기분 등등 전문가적 질문을 던졌으니까요.
나의 경우는 훨씬 더 간단명료했어요. 감기 증상을 얘기하고 있는데 내 말을 듣는지 마는지 콤퓨터로 뭔가를 치더니

내 얘기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처방전을 불쑥 내미시던데. 1분도 안걸렸어요.
약국 가서 약 타며 약사에게 물어보니 종합감기약이었어요. 기침.가래.해열.두통.소화....
써니는 저가상품이 아니라 왕후 대접 받았으니 노여움 푸세요 ㅎㅎ

(친구B가 하는 말)
ㅎㅎ 아직 생생하다는 야그. 고마운 줄 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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