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은퇴자마을 강원도 양구 두 달살이

아로니아과수원길--양구살이 열이레

맑은 바람 2022. 3. 26. 19:49

2022년 3월 26일 (토) 비 온 뒤 갬
--지팡이를 새로 준비
--아로니아 과수원길
--해삼라면

山野를 촉촉히 적시는 비가 반갑다. 오전 내내 비가 오더니 오후가 되면서 파란 하늘이 문득문득 보인다.
대니가 아침녘에 잘 다듬어 준 지팡이를 들고 집을 나섰다.

지난번 갔던 길을 다시 찾는다.
논밭에 일하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건만 어느새 비닐하우스가  새옷을 입고 밭갈이가 끝난 곳들이 눈에 들어온다.

해가 들락거리면서 산빛깔이 변하니 그렇게 장엄할 수가 없다. 엊그제 보았던 외양간 앞에 이르렀다.
"얘들아, 잘있었어?"
말을 건네니 바닥에 앉아있던 소 두 마리가 벌떡 일어나 내게로 다가온다.
고개를 쑤욱 내미는 눔, 웃는 얼굴로 다가오는 눔, 흘깃 바라보기만 하는 눔--모두 관심을 보인다.
물어보고 싶다
'늬들 진짜 내 말 알아듣는 거니?'

오가는 사람이 없으니 날아가는 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인기척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마구 짖어대는 개, 그리고 외양간의 소들이 말벗이 된다.
귀로의 팔랑계곡은 간밤에 내린 비로 물이 불어 물소리가 우렁차다. 봄을 부르는 힘찬 소리--

엊저녁에 이웃에서 준 해삼이 남아서 '해삼라면'을 끓여보기로 했다.
해삼을 끓인 물에 건라면과 계란과 파를 넣었다. 일년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할 정도로 라면을 내켜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별식으로 만들어 먹어보니 굿--이다. 시중에서는 5만원짜리란다. 든든한 한끼 식사가 되었다.

오늘 걸음 8611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