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은퇴자마을 강원도 양구 두 달살이

팔랑보건소--양구 69

맑은 바람 2022. 5. 17. 19:36

2022년 5월 17일 화 한때 소나기 후 갬
(보건소 다녀옴)

--오늘 버스타고 군량리 다녀올까?
--허리 아퍼서 차 안 탈래.
허리 압박골절로 인한 후유증이 도졌나 보다.
아무래도 자전거가 문제. 한달 내내 신나게 타고 다니더니!

책을 들고 앞마당에 있는 정자로 나갔다.
돗자리나 의자가 있으면 딱이겠는데, 아쉬운 대로 난간에 걸터앉아 책을 펼친다.
조선희 神父의 '기나긴 겨울'-
오늘 아침에도 박격포 훈련이 있어 쿵! 쾅! 반복적으로 산을 울리는 소리가 들렸는데--6.25 전쟁포로로 끌려갔던 이야기가 時宜適切하다.
볼에 스치는 淸凉한 바람, 물까치의 울음소리, 시도 때도 없이 뽑아내는 수탉의 울음-- 반복해서 들어도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속 시끄럽게하며 화만 돋우는 TV뉴스와 격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점심을 먹고 산책 겸 왕복 두 시간이 채 못 되는 '팔랑보건소'로 약을 타러 갔다.
다행히도 무릎통증을 일시적으로 가라앉혀 주어 먹을만했다.
일주일치를 받아들고 나왔다.
-오천 보 이상 걷지 마세요. 왜 약까지 잡숴가면서 무리하게 걸으세요?
-여행자가 걸어다니는 거 말고 뭐 즐길 게 있나요?
의사는 딱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도 여행을 좀 자제하고 무릎을 쉬게 해 줘야 하는데 내 자신이 그러지 못해 딱하다!

 

오며가며 뚝방길 주변의 꽃나무 들과 말을 걸었다.
죽단화, 마가목꽃, 눈개쑥부쟁이, 딱총나무 들은 처음 만나는 꽃들이다.

걸으며 만나는 사람이 통 없으니 길가의 낯선 나무와 꽃들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이 없어도 외롭지 않은가 보다. (8273보 걸음)

우리숙소의 단골손님-너는 '토니'라 명명한다. 치즈, 마크, 토니가 뒤베란다에 번갈아 나타난다. 우리를 심심치 않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