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18회 이야기

봉원사와 안산자락길

맑은 바람 2022. 6. 6. 21:00

 

오늘은 봉원사에서 영산재가 열리는 날이다.

가까운데 사는 친구들에게 카톡을 띄웠다. 영산재 보고 놀자고--이대부고 후문에서 하차하여 십여 분 남짓

약간 가파른 듯한 비탈길을 오르면 아주 오래된듯한 동네로 들어선다. 거기서 좀더 오르면 봉원사다.

행사장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임에도 모두들 바쁘다. 주지스님인 듯한 분도 직접 나서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분주하시다. 오픈 시간인 열 시가 가까워지자 다행스럽게도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기시작했다.

스님들의 독송 소리, 대취타 소리가 행사장 분위기를 띄웠다. 구경을 워낙 좋아하는 내가슴도 살짝 뛰기시작한다.

생뚱맞아 보이지만 이 동네가 역사깊은 곳임을 말해준다
봉원사 길에 집주인의 마음이 읽히는 예쁜집
절집은 공사 중~
괘불안치한 봉원사 앞마당

오후 5시까지 진행될 예정인 영산제 관람은 중도에 접고 절밥을 먹으러 들어갔다. 불자들도 아니니 시주함에 밥값을 내고 절밥을 먹었다. 발우공양의 미덕에 따라 밥 한 톨도 남기지 않았다. 

다원에서 차까지 마시고 절 뒤 '안산자락길'로 접어들었다.

 

숲속은 울창하고 아늑했다.

서대문구청장이 일을 잘한 모양이라고 공치사까지 늘어놓았다. 걷는 시간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았던 칠십 중반의 친구들~ 오랜만에 만난 모임이라선지 화제의 절반은 아픈 친구들 얘기다.

화제의 결론은, 이제 준비를 해야 된다고. 그러면서 몸의 반은 저승쪽으로 넘어갔으니 주어진 하루하루 잘 살다 가자고~

홍제동으로 넘어오니 만보가 훌쩍 넘었다. 코로나 후유증을 심하게 앓은 영자의 다리가 심상치 않았다.

저녁은 지역주민인 진이가 사기로 하고 홍제역 부근의 '개성만두집'으로 들어갔다. 만두찜과 만두국을 시켰는데 다 먹고 나서 양이 많으니 적으니 하니까 여주인이 웃으면서 다가와 설명을 한다. "만두가 스무 개가 나왔으니 각자 다섯 개씩 드신 거예요. 그 큰 만두를-- 정말 건강들하세요~" 무안하고 민망한 한편 다행스러웠다.

'그래, 먹는 게 남는 거다. 이렇게 잘들 먹으니 오늘 얼굴도 보고 만 보씩이나 걸었지~'

이제 주름마저 사랑하자구~
안산자락길
노랑어리연꽃, 흡사 노란 헝겁 같어~
홍제동 인공폭포
홍제동 장미의 길

 

'자료실 > 18회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타산 삼화사와 묵호항 등대오름길  (0) 2022.06.26
여유회 봄나들이  (0) 2022.06.25
소무의도 여행  (0) 2020.10.11
글벗회-봉숭아학당  (0) 2018.10.24
봉원사 영산제  (0) 2017.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