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봉원사에서 영산재가 열리는 날이다.
가까운데 사는 친구들에게 카톡을 띄웠다. 영산재 보고 놀자고--이대부고 후문에서 하차하여 십여 분 남짓
약간 가파른 듯한 비탈길을 오르면 아주 오래된듯한 동네로 들어선다. 거기서 좀더 오르면 봉원사다.
행사장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임에도 모두들 바쁘다. 주지스님인 듯한 분도 직접 나서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분주하시다. 오픈 시간인 열 시가 가까워지자 다행스럽게도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기시작했다.
스님들의 독송 소리, 대취타 소리가 행사장 분위기를 띄웠다. 구경을 워낙 좋아하는 내가슴도 살짝 뛰기시작한다.
오후 5시까지 진행될 예정인 영산제 관람은 중도에 접고 절밥을 먹으러 들어갔다. 불자들도 아니니 시주함에 밥값을 내고 절밥을 먹었다. 발우공양의 미덕에 따라 밥 한 톨도 남기지 않았다.
다원에서 차까지 마시고 절 뒤 '안산자락길'로 접어들었다.
숲속은 울창하고 아늑했다.
서대문구청장이 일을 잘한 모양이라고 공치사까지 늘어놓았다. 걷는 시간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았던 칠십 중반의 친구들~ 오랜만에 만난 모임이라선지 화제의 절반은 아픈 친구들 얘기다.
화제의 결론은, 이제 준비를 해야 된다고. 그러면서 몸의 반은 저승쪽으로 넘어갔으니 주어진 하루하루 잘 살다 가자고~
홍제동으로 넘어오니 만보가 훌쩍 넘었다. 코로나 후유증을 심하게 앓은 영자의 다리가 심상치 않았다.
저녁은 지역주민인 진이가 사기로 하고 홍제역 부근의 '개성만두집'으로 들어갔다. 만두찜과 만두국을 시켰는데 다 먹고 나서 양이 많으니 적으니 하니까 여주인이 웃으면서 다가와 설명을 한다. "만두가 스무 개가 나왔으니 각자 다섯 개씩 드신 거예요. 그 큰 만두를-- 정말 건강들하세요~" 무안하고 민망한 한편 다행스러웠다.
'그래, 먹는 게 남는 거다. 이렇게 잘들 먹으니 오늘 얼굴도 보고 만 보씩이나 걸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