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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질 볼트 테일러

맑은 바람 2022. 8. 2. 20:57

-뇌과학자의 뇌가 멈춘 날
질 볼트 테일러 지음/장호연 옮김/215쪽/초판1쇄2019.1.10/초판4쇄2019.5.10/읽은때 2022.7.23~8.2

질 볼트 테일러(1959~ ) 인디애나 의과대 신경해부학 전공/하버드대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1996년 37세에 뇌졸중으로 쓰러짐/뇌기능이 무너지는 과정을 몸소 관찰한 최초의 뇌과학자로 개두 수술과 8년간의 회복기를 거치며 뇌에 대한 깊이 있는 자각을 얻는다. 회복 후 그는 이 특별한 경험을 TED 강연으로 공개했고 조회수 500만 건을 넘는 역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후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감동을 전해 주었으며 TIME에서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100인'에 선정됐다.
현재 하버드대 뇌조직 자원센터의 대변인이자 미드 웨스트 방사선 치료연구소의 고문으로 활동 중
(8-9)서문에서
10년 전 나는 하버드의과대학에서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었다.그러던 중 1996년12월 10일 나자신이 뜻하지 않은 수업을 받게 되었다.왼쪽 뇌에 희귀유형의 뇌졸중이 발생한 것이다.머릿속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선천적인 혈관기형이 있었는데 이날 아침 갑자기 이곳이 터지면서 대출혈이 일어났다. 4시간 동안 나는 호기심 많은 뇌신경해부학자의 시선으로 나의 뇌가 정보처리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과정을 지켜보았다.점심 때가 되자 걷거나 말할 수 없었고, 읽고 쓰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내 삶의 모든 기억이 사라졌다.몸을 작게 움츠린 나는 정신이 죽음에 굴복하는 것을 느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이렇게 회복해서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 책은 내 존재가 침묵 속에서 마음의 깊은 평화를 얻기까지의 여정을 시간 순으로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는 과학자로서 내가 받은 교육과 개인적 경험,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통찰이 녹아 있다. 내가 알기로 신경해부학자가 직접 중증 뇌출혈을 겪었다가 회복한 사연을 기록한 책은 지금까지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세상에 나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도 흥분된다.
무엇보다 내가 이렇게 살아남아 지금 이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주위의 많은 분들이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나를 돌봐주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회복 과정을 견딜 수 있었다.
(10)나는 뇌졸중을 겪으면서 뇌와 그 작용에 대해 대학에서 배운 것만큼이나 많이 배웠다. 그날 아침, 나는 내가 우주와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로 나는 인간이 어떻게 '신비한' 또는 '초자연적인'경험을 하는지를 뇌의 해부학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49)두 군데 전화를 걸고 사람이 오기를 기다린다(의사 전달이 어느정도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의기소침하고 외로운 데다가 머리까지 쿡쿡 쑤셨다. 나는 이 세상 삶과의 연결이 끊기는 것을 인정하며 내 상처를 어루만졌다.내 몸과 연결되어 있던 끈이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는 것이 매 순간 느껴졌다.나의 에너지가 이 허약한 그릇에서 줄줄 새고 있었다.몸에서 가장 먼 손가락과 발가락 끝이 무감각해졌다.몸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인지적 뇌가 갈수록 무기력해져서 정상적인 기능과 멀어지자 이러다 영영 불구가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난생 처음 내가 무력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컴퓨터는 껐다가 다시 부팅하면 되지만 내 삶의 풍요로움은 순전히 건강한 세포 조직과 뇌가 지닌 근본적인 능력에 의존하고 있었다. 뇌의 힘으로 나는 명령을 전기적으로 전달하고 소통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52)1996년 12월 10일 정오가 가까운 시각, 내 몸을 이루는 분자들의 전기적 생기가 희미해지고 나의 인지적 뇌가 신체 작동을 통제하던 연결 끈을 놓았다. 조용하고 차분해진 마음으로 신성한 보호막 속에 들어앉은 나는 커다란 에너지가 내 안에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몸이 흐느적거렸고 의식이 느린 속도로 떨렸다.시각과 소리, 감각과 냄새, 맛, 두려움이 내 안에서 모두 사라졌다. 정신과 신체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면서 마침내 나는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63)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내가 남은 평생을 중증 장애인으로라도 살아갈 수 있도록 구조를 요청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하지만 내 존재 깊은 곳에서 의식이 육체와 완연히 분리된 듯 느껴졌고, 피부 속으로 에너지를 다시 돌게 하거나 몸 속에 존재하는 정교한 세포와 분자들의 그물망을 재가동시킬 수 없을 것 같았다.나는 두 세계 사이, 완전히 대립되는 현실의 두 단면 사이에 갇힌 듯했다.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노력이 실패하면서 상처 입은 몸의 고통이 지옥 같았다면, 영원한 희열로 날아오르는 의식은 마치 천국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내 안의 깊은 곳 어디엔가 내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흥분하여 환호성을 지르는 존재가 있었다!
('나는 천국을 보았다'에서 이븐 알렉산더는 육체와 의식이 분리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73)회복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쉽지 않은 인지적 결단이었다. 나는 영원한 우주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더없는 희열을 느끼는 것이 좋았다. 누군들 안 그랬겠는가? 그곳은 아름다웠다. 내 영혼이 자유롭고 거대하고 평화롭게 빛났다. 나를 집어삼킨 희열에 빠져 회복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질문해야 했다. 좌뇌가 제대로 기능하게 된다면 분명 이로운 점이 있었다.무엇보다 외부세계와 다시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이렇게 불구가 된 상황에서는 혼란스러워 보이는 세상을 주목하는 일이 고통스럽기만 한 것 같았다. 게다가 회복을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들여야한다는 게 두려웠다. 과연 회복이 그렇게 중요할까?
(79)엄마의 방문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침대 옆으로 왔다. 우아하고 차분한 태도로 방안의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다음 침대 위로 올라와 내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포근하게 나를 안아주었다.---엄마의 딸로 태어난 것이 나의 첫번째이자 가장 큰 축복이었다면 다시 엄마의 아기로 태어난 것은 나에게 가장 큰 행운이었다. 엄마의 사랑에 푹 파묻혀 큰 만족감을 느꼈다.
(79)나의 병명이 드러났다:
오길비는 혈관조영술 검사 결과 나의 뇌에서 동정맥 기형이 확인되었고 이 선천적인 기형 때문에 출혈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86-87)수술 전에 집으로 돌아옴:
나는 완전히 기본으로 돌아갔다. 걷는 법, 말하는 법, 읽는 법, 쓰는법, 퍼즐을 맞추는 법을 배웠다.
신체의 회복과정은 정상적인 발달 단계와 비슷했다.각각의 단계를 익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일어나 앉으려면 먼저 몸을 흔들고 일으켜 세우는 법을 체계적으로 익혀야 했고, 그런 다음 몸을 앞으로 흔들어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이렇게 첫발을 뗐고, 어느 정도 안정되게 두 발로 섰고 이어 혼자서 계단을 올라갔다.(쓰러진 지 5일 후)
가장 중요한 것은 시도하려는 의지였다.일단 시도해야 했다. 시도한다는 것은 뇌에게 '이봐, 이쪽 연결이 중요해.연결을 만들어보고 싶어'하고 말하는 것이다. 수천 번을 시도했는데 아무 성과가 없다가 어느 순간 약간의 성과가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도하지 않았다면 영영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침대와 욕실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걷는 연습을 했다--욕실까지 가는 경로를 익히자 이제 일어나 앉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거실 소파로 갔다. 숟가락을 세련되게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상당히 고생스러웠다. 어머니와 나 모두 극도의 인내심을 갖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성공적으로 회복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내가 할 수 없는 것 때문에 슬퍼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외상으로 고통받는 동안 어머니가 가장 즐겨 한 말은 "더 나쁠 수도 있었어"였다.
어머니는 이 과정에서 정말 대단한 일을 해 주었다. 나는 막내였고, 그녀는 내가 걸음마를 뗄 때부터 무척 바쁘게 일했다.그래서 이렇게 다시 어머니에게 의지하며 보살핌을 받을 기회가 생긴 것이 기뻤다.그녀는 포기할 줄 몰랐고 끝까지 친절했다.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거나 나를 비난하지 않았다.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여인이었다.내가 잘하든 못하든 상관하지 않았다.우리는 회복과정을 함께했으며 모든 순간이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으로 빛났다.
(88)뇌졸중 환자 중에는 더 이상 회복이 되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이 이루고 있는 작은 성취에 주목하지 않는 것이 진짜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볼 줄 알아야 다음에 무엇을 할지 판단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절망이 회복을 가로막는다.
(103)개두수술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23cm의 수술 자국을 남기긴 했지만--)
눈을 떴을 때 스스로 완전히 달라져 있다고 느꼈다. 총명함이 돌이와 있었고 행복했다.
(106)왼쪽 뇌가 침묵할 때:
왼쪽 뇌의 판단력이 없는 상황에서 내가 발견한 평화로운 희열의 천국을 놔두고 굳이 혼란스러운 회복 과정을 선택하기는 힘들었다.
그럴 때면 '내가 왜 예전 상태로 돌아가야 하지?'라는 질문을 넘어 '내가 왜 이런 침묵의 장소로 오게 된 거지?'라고 자문해야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뇌졸중 경험으로 축복에 가까운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바로 누구든 언제라도 깊은 마음의 평화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나는 열반과도 같은 경험이 우뇌의 의식 속에 존재하며 언제라도 스스로 뇌의 그 부분에 접속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나의 회복이 다른 사람들, 그러니까 비단 뇌의 외상에서 회복되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뇌를 가진 모든 사람들의 삶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란 생각에 흥분되었다. 행복하고 평화로운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을 상상해 보았다. 그러자 회복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뎌야 할 이유가 보였다. 뇌졸중이 내게 안겨준 통찰은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평화는 생각하기 나름이야. 평화를 이루려면 지배적인 왼쪽 뇌의 목소리를 잠재우기만 하면 돼'
(108)뇌졸중이 회복되는 기간:
의사들이 종종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 있다.
'뇌졸중이 일어나고 6개월 안에 능력을 되찾지 못하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내 경우에는 뇌졸중 이후로 8년 동안 뇌의 학습및 기능이 꾸준히 향상되었다. 8년이 지났을 때 몸과 마음이 완전히 회복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뇌는 외부 자극을 기반으로 세포의 연결 구조를 바꾸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이런 뇌의 가소성(可塑性)이 잃어버린 기능을 되찾게 하는 기본적인 힘이 된다.
*가소성--생체가 외부 변화에 대응하여 정상 상태를 유지하는 성질. 발생학의 다능(pluripotency)과 같은 의미이며, 뇌신경과학에서는 뇌를 구성하는 신경회로망에 발생한 흥분파가, 통과한 시냅스의 전달효율을 변화시켜 신경회로망에 장시간에 걸쳐서 유지되는 기능적 또는 구조적인 어떤 흔적을 남기는 것을 가리킨다.
--나는 주위사람들이 뇌의 가소성을 믿고 그것의 성장과 학습 및 회복의 능력을 믿어주기를 바랐다.
(109)나의 뇌는 보호받아야 할 상태였다. 따라서 소음으로 들리는 불쾌한 감각 자극에서 멀어져야 했다.--수면의 치유력이 정말로 중요했다.---나는 사람들이 나를 과거의 모습이 아니라 현재의 모습 그대로 사랑해 주기를 원했다.
(110)나는 이제 막 발견한 우뇌의 재능에 어울리는 경력을 새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주위 사람들의 격려가 필요했다. 내가 아직 가치 있는 사람이란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내겐 차근차근 실현시켜 나가야 할 꿈이 있었다.--어머니와 나는 뇌체계를 가급적 빨리 자극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깨어있을 때의 노력과 충분한 수면 시간 확보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회복의 성패가 달려 있었다.
(115)성공적인 회복을 위해선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했다.---나는 사람들이 내가 매일 달성한 위업을 축하해 주기를 바랐다. 아무리 사소한 성공일지라도 내게는 큰 힘이 되었다.
--내가 회복에 성공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비결 중 하나는 회복과정 중에 현 상황을 넘어서려고 의식적으로 계속 노력했다는 점이다.
몸과 마음의 치유에는 감사할 줄 아는 태도의 공이 컸다.---내가 처한 상황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지지와 사랑과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회복은 장기간의 노력이다.--내가 회복에 성공한 것은 전적으로 모든 과제를 더 작고 단순한 과정들로 나눌 줄 아는 능력 덕분이었다.
(117)나를 돌보는 사람은 인내심을 갖고 나를 가르쳐야 한다.--사람들이 나를 가르칠 때 목소리를 높이면 나는 마음을 닫았다.아무것도 모르는 강아지가 고함소리에 놀라듯 그 사람을 두려워하고 그의 에너지에 기가 꺾여 그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나를 돌보는 사람은 내가 귀머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120)일상으로의 복귀:
뇌졸중은 내가 세상에서 누구이고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싶은지 선택할 수 있게 해 준 놀라운 선물이었다. 뇌졸중을 겪기 전에는 내가 뇌의 산물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는지에 대해 결정권이 없는 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사고 이후, 나는 새로운 눈을 떴다. 내게 선택의 권리가 있다는 걸 실감한 것이다.
(126)4년 차에 내 뇌는 여러 임무를 동시에 수행해 냈다.--어떤 일을 하든지 내가 가진 주의력을 총동원해야 했다.회복기간 동안 나는 불평하지 않았다.뇌졸중 직후 내 상황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항상 떠올렸다.그리고 회복하려는 내 시도에 응답해 준 뇌에게 하루에도 수천 번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 무슨 일이든 마음먹기 나름이다. 나는 가급적이면 내 인생에 고마워하는 쪽을 택했다.
(30세에 왼쪽 뇌에 혹이 발견되어(뇌수막종) 대수술을 받은 나는 이 글을 읽으며 내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그런 일을 겪은 후엔 인생관도 생활습관도 달라지게 마련~)
(127)뇌졸중 경험은 나에게 뇌의 아름다움과 회복력에 눈 뜨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정신의 고결함도 가르쳐 주었다. 많은 이들이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나는 내가 받은 친절에 항상 고마워하고 있다.
(128)8년 차에 마침내 내 몸에 대한 자각이 유동체에서 고체로 돌아왔다.--내 몸을 다시 견고한 고체로 자각하게 된 것은 축하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솔직이 나 자신이 유동체로 지각되던 때가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리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던 때를 떠올리자 가슴이 뭉클했다.
(134)우뇌의 역할:
나는 뇌졸중 경험을 통해 우뇌 의식의 핵심에는 마음의 깊은 평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성격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평화와 사랑,기쁨,공감을 표현하는 일을 전담하고 있었다.---오른쪽 뇌의 성격과 왼쪽 뇌의 성격을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분명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를 하나의 의식을 가진 단일한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지도를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아니더라도 부모나 다른 가까운 사람에게서 이런 두 성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여러분이 어느 쪽 뇌에서 자신의 성격을 찾고 자기만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여겨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목표다.
(140-141)우뇌의 성격:
오른쪽 뇌는 현재 순간의 풍요로움에 모든 걸 맞춘다.삶에 대한 고마움, 살아가며 만나는 모든 사람과 모든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가득하다. 매사에 만족하고, 정이 많고,넉넉히 끌어안고, 한결같이 낙관적이다. 우뇌의 성격은 좋고 나쁨, 옳고그름의 판단이 없으므로 모든 것을 상대적으로 바라본다. 현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정한다.기온이 어제보다 쌀쌀하다.괜찮다. 오늘 비가 온다는데, 그래도 상관없다.이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키가 크거나, 돈이 많다는 것을 알아볼 수는 있지만, 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오른쪽 뇌는 모든 사람을 인류라는 가족의 평등한 일원이라고 여긴다.영토라든가 인종, 종교 같은 인위적 경계에 상관하지 않는다. 오른쪽 뇌에는 현재 순간 외의 시간이 존재하지 않으며, 매 순간이 감각들로 채워진다.출생이나 죽음은 현재 순간에 일어난다.기쁨의 경험 역시 현재 순간에 일어난다. 우리 자신보다 거대한 존재를 지각하고 그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경험 또한 현재 순간에 일어난다. 우뇌에서는 '지금 이 순간The Moment of Now'만이 끝없이 계속 이어진다.
(142)오른쪽 뇌의 의식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적혈구는 제외하고)에 어머니 난자와 아버지 정자가 결합했을 때 만들어진 처음의 세포와 똑같은 분자적 지성이 들어있음을 높이 평가한다. 내 오른쪽 뇌는 내가 50조개의 분자들이 만들어낸 생명임을 이해한다!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정교한 구조의 우주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내부의 박자에 맞춰 열정적으로 행진한다.경계의 지각에서 완전히 놓여난 오른쪽 뇌는 이렇게 소리친다.
"나는 모든 것의 일부이다. 이 땅의 우리 모두는 형제자매들이다. 우리는 이 세상을 좀더 평화롭고 친절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여기에 왔다."
우뇌는 살아있는 모든 개체들이 서로 통하는 것을 본다. 여러분도 여러분 안에 잠재되어 있는 우뇌의 성격을 깨닫기를 바란다.
(147)회복 과정 중에 나는 고집스럽고 오만하고 비꼬기 좋아하고 질투심 많은 내 성격을 담당하는 부위가 상처받은 왼쪽 뇌의 자아 중추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부위는 나를 지독한 패배자로 만들고, 원한을 품고, 거짓말을 하고, 심지어 복수를 꾸미게 한다. 이런 성격을 되살리면 새롭게 찾은 우뇌의 순수함을 위협할 게 분명했다. 나는 이런 낡은 회로들을 그냥 내버려 둔 채 좌뇌의 자아 중추를 회복하려고 의식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60-161)뇌세포와 대화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내 몸을 구성하는 50조 개의 분자적 지성과 어느덧 사랑에 빠졌다.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맨 처음으로, 그리고 밤에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베개를 껴안고 양손을 맞잡은 채 세포들에게 멋진 날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나는 열린 마음으로 감사하며 내 세포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사랑한다. 하루 종일 이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열정적으로 격려를 보낸다. 내가 나의 에너지를 세상에 발산하며 멋진 삶을 살 수 있는 것도 다 세포들 덕분이다. 창자가 꿈틀거릴 때면 몸에 남은 찌꺼기를 깨끗이 치워준 세포들에게 갈채를 보낸다. 소변을 눌 때면 방광 세포들이 담아둔 엄청난 양에 경탄할 수밖에 없다. 허기가 지는데 먹을 수없는 상황이 되면 나는 세포들에게 엉덩이에 지방을 저장해 두었다고 알려준다.위협을 받을 때면 싸우거나 도망가게 해주는 세포들이 고맙다.---집중하는 인간의 뇌보다 더 막강한 것은 세상에 없다. 언어를 통해 우리의 왼쪽 뇌는 몸의 치료와 회복을 지시(혹은 방해)할 수 있다.언어와 자아를 담당하는 왼쪽 뇌는 50조 개의 분자적 지성을 한꺼번에 움직이는 응원단장과도 같다.내가 세포들에게 주기적으로 '잘하고 있어!'라고 격려를 보내면, 세포들은 치료 환경을 강화하는 진동을 몸 속에서 만들어 낸다.세포들이 건강하고 행복할 때 나도 건강하고 행복하다.
(163)지금 여기에서 행복해지는 연습
마음의 깊은 평화가 생각이나 감정만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뇌졸중이 내게 안겨준 소중한 선물이다. 평화를 경험했디고 해서 삶이 항상 행복에 젖어 있다는 말은 아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삶의 와중에도 행복한 마음 상태에 접속할 수 있다는 얘기다.
--왼쪽 뇌를 잃어본 경험에서 하는 말인데, 마음의 깊은 평화는 오른쪽 뇌의 신경회로에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다.이 회로는 항상 작동 중이고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접속할 수 있다. 평화의 감각은 현재 순간에 일어난다. 과거의 경험에서 가져오거나 미래로 투사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평화를 경험하는 첫번째 단계는 지금 이 순간에 기꺼이 몰입하는 것이다.
(164)평화로운 오른쪽 뇌의 의식에 접속하는 방법:
왼쪽 뇌는 내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연약한 개인이라고 생각한다.
오른쪽 뇌는 내 존재의 중심에 영원한 삶이 있다는 것을 안다.언젠가 이런 세포들이 죽고 3차원 세상을 지각할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지겠지만 이것은 내 에너지가 고요한 희열의 바다로 다시 돌아가 흡수되는 것일 뿐이다. 이런 사실을 깨닫자 내가 이곳에 머물며 내 삶을 구성하는 세포들을 건강하게 유지하느라 노력했던 시간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175)오른쪽 뇌의 행위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를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공감을 꼽고 싶다.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과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공감의 감정을 느낀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의식에 덜 사로잡힐수록 남들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다. 공감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처한 상황을 판단하지 않고 사랑으로 대한다는 뜻이다.--공감은 개방적인 의식과 기꺼이 도와주려는 마음을 가지고 지금 여기로 몰입하는 일이다.
(176-177)우뇌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를 하나 골라야 한다면 '기쁨'을 선택하고 싶다.
--여러분이 기쁨을 경험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해도 회로는 아직 그대로 있으니 염려하지 말라.불안이나 걱정을 담당하는 회로가 이를 억제하고 있을 뿐이다.
--습관적으로 분노 회로를 가동하는 것만큼이나 행복 회로를 가동하는 것도 쉬운 일이다. 사실 생물학적 괸점에서 보자면 행복은 오른쪽 뇌의 자연스러운 존재 양태이다. 따라서 이 회로는 항상 돌아가고 있고 우리는 언제든 여기에 접속할 수 있다. 반면 분노 회로는 항상 돌아가지 않으며 우리가 위협을 느낄 때 활성화된다. 이 생리적 반응이 혈류에서 빠져 나가면 곧바로 다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178)공포ㆍ 분노 반응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되도록 공포 영화는 보지 않으며, 걸핏하면 분노 회로를 가동하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나의 회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택만 한다.유쾌한 기분을 좋아하므로 나의 기쁨에 응해 주는 사람들과 어울린다.
몸이 불편한 사람을 방문할 때는 여러분이 어떤 회로를 자극하는지 살피고 조심해야 한다. 죽음은 우리 모두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여러분의 오른쪽 뇌 깊은 곳에 영원한 평화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몸을 낮추고 평화로운 은혜의 상태로 돌아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매사에 고마워하면 당신의 삶은 정말 멋질 것이다!
(185)인간 생명의 신비:
우리 몸을 구성하는 여러 유형의 세포들은 대부분 몇 주 혹은 몇 달을 주기로 죽고 새로운 세포로 대체된다. 하지만 신경계를 구성하는 세포인 뉴런의 수는 우리가 태어난 뒤로 늘어나지 않는다. 이 말은 지금 여러분의 뇌에 있는 대부분의 뉴런이 여러분과 같은 나이라는 뜻이다.이렇게 긴 뉴런의 수명 때문에 우리가 서른 살이든 일흔일곱 살이든 마음 속으로는 열살 때와 같은 기분을 느끼는지도 모른다.--인간의 신경계는 1조 개가 넘는 어마어마한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활발하게 움직이는 독립체로 존재한다. 1조가 얼마나 엄청난 수인지 실감하려면,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60억 명의 인구가 저마다 166명의 자손을 가진다고 상상해 보면 된다. 그 전체 숫자가 단 하나의 신경계를 구성하는 세포의 수와 같다!
물론 우리 몸은 신경계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일반적인 어른의 몸은 대략 50조 개의 세포들로 구성된다.지구상에 존재하는 60억 인구의 8.333배이다! 놀라운사실은 골세포, 근육세포, 결합 조직 세포와 감각 세포 등으로 조합된 방대한 집합체가 서로 힘을 합쳐서 완벽한 건강 상태를 이루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187)믿기 어렵겠지만 과학적 증거에 따르면, 우리 인간의 유전자 프로 파일에서 DNA 염기 서열의 99.4%가 침팬치와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이라는 종에 속하는 여러분들과 나는 유전자 염기 서열에서 0.01%를 제외한 모든 것을 공유한다. 그러니까 생물학적으로 볼 때 여러분과 나는 사실상 서로 동일한 셈이다.결국 0.01%가 우리의 외양과 생각과 행동의 중요한 차이를 만들고, 인류의 다양함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을 다른 포유류들과 구별시켜주는 뇌부위는 꼬불꼬불한 물결 모양으로 말린 바깥쪽의 대뇌피질이다. 다른 포유류도 대뇌피질이 있지만 인간의 대뇌피질은 대략 두 배 정도 두껍고 기능도 두 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이석증을 앓고 있는 내게 꼭필요한 말:
우리가 자극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면 세상과의 접촉을 피하느라 삶의 단순한 기쁨을 놓칠 수도 있다

(난 쉽게 물러나지 않는 고놈의 '돌'(耳石) 때문에 한의원 치료를 잠시 중단할까, 모임을 취소할까 등을 생각한다.
닥터 유는 말했다. 그 민감함이 어지럼증이 습관화가 되게 한다고.어지러워 쓰러질까 두려워 외출을 꺼리지 말고,'죽을병은 아니니 네까짓 거 올 테면 와 봐라'하고 대범하게대처하라고. 그래야만 어지럼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204)좌뇌의 언어 중추는 '나는 무엇무엇이다'라고 말함으로써 스스로를 정의하는 일도 한다.여러분의 뇌는 인생의 세세한 면에 대해 계속해서 재잘거려 줌으로써 여러분이 이를 잊지 않도록 상기시킨다. 바로 여기가 여러분의 자아가 머무는 보금자리이다. 여러분의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여러분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디에 사는지 등을 깨닫게 해주는 곳이다. 이런 일을 하는 세포가 없다면, 여러분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고 이제까지 살아온 삶과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중에 이석증이 찾아왔다. 활자를 들여다보면 울렁증이 생겨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여지껏 아무런 의심없이, 눈이 좋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감사했다.그런데 고 '요상한 돌(耳石)'하나가 집을 뛰쳐나와 돌아다니는 바람에 이렇게 한순간에 책을 읽을 수 없게 된 때에, 나는 그동안 내가 누릴 수 있었던 혜택이 얼마나 컸었나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한편 최근에 이런 종류의 죽음 관련 서적들을 많이 읽어, 몸 상태가 다운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복이를 걱정하는 맘을 좀 내려놓아야겠다. 그녀는 이제 어느정도 회복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