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활동 사례 모음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엮음/성바오로 출판사/275쪽/2003.11.22초판 발행/2003.12.13 1,2쇄 발행/읽은 때 2022.7.26~8. 7
(4)서문에서
이제 임종하는 이들과 만나면서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가 경험한 삶의 기쁨을 세상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나누었던 사랑을 전하고 죽음 역시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확인하고자 그간의 이야기를 묶어 책으로 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임종을 앞두고 힘들어하는 분, 또 그분들을 돌보는 가족이나 호스피스에 관심을 가진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도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언젠가 다가올 나의 죽음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10)'마리아의작은자매회'의 설립자인 메리 포터는 임종환자들에게 사도직에 있는 이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하셨다. 그 사명이 지금의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유산으로 남겨졌으니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상에 천사들이 살고 있다면 그분들이 바로 모현 호스피스의 수녀님들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인간의 성격과 모습이 제각기인 것처럼 말기암의 모습도 천태만상-- 그 모습이 눈 뜨고 바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거의 모든 말기암 환자들이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들-- 수녀님들은 눈만 뜨면 그런 분들 곁으로 달려가 그분들의 손발이 된다. 돈을 받고도 맡기 어려운 일들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때로는 한밤중 호출을 당해 불려 나가기도 하지만--그분들을 굳건히 지켜 주시는 주님이 아니 계시다면 엄두도 못낼 일-- 그분들은 모두 지상의 천사들이다.)
(128)어느 죽음--천성이 무척 고운 분이었다.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그리고 딸로서도 아직 할 일이 너무 많이 남았다고 하셨다. 자신을 위해 더 살고 싶다는 말씀은 끝내 안 하셨다.이 세상을 철저하게 '역할'로만 살아오신 것은 아닐까. 자신이 살아야만 하는 이유도 자신의 역할에서만 찾는 거 같았다. 집에서 할 일이 너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하느님이 자신을 구해 줄 것이라고 믿는 모습은 지켜보는 우리를 안타깝고 슬프게 했다.
(나는 어느 날 '내 역할'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곁에 남편이 있고 손녀가 둘씩이나 있지만, 남편은 내가 없어도 제앞가림 잘하는 사람이고 손녀들도 가장 힘들 때 같이 살아 이제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지내니 그들에 대해 더이상 책임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직장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으니 그동안 하고 싶은 것도 거의 다 해보았다.
여행, 독서, 영화보기, 레지오 단원으로 활동하기,신구약성서 필사,친구들과 어울려 지내기 그리고 쥐오줌만큼밖에 해보지 못한 봉사활동-- 이제 나는 졸지에 '잉여인간'이 된 것 같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때가 '갈 때'라지 않은가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사방에 연 걸리듯 무언가 늘어놓고 사는 걸까?)
(184)어느 죽음--입관하는 절차가 남달랐다.
시신을 깨끗이 닦은 후 속옷은 부인이 입혀드렸으며 바지는 아들이,와이셔츠는 母子가 함께. 그리고 검정 양복으로 마련한 겉옷은 딸과 사위가 입혀 드렸다. 마지막으로 손자는 장갑을 끼워 드렸으며 넥타이, 모자 구두까지 단정하게 갖추어 드렸다. 그리고 이동 시에만 시신을 가볍게 묶은 후 나중에는 편안하게 풀어 화장해 납골당으로 모셨다.
박태호님은 간병도 투병도 다른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만했지만 병원이 아닌 집에서 치른 장례 절차도 본당신자들에게는 정성스럽게 보였던 것 같다. 가족 모두 사별의 아픔을 성숙하게 다스려 장례는 성스러운 축제같이 치러졌다.
(220)주님의 계획은 인간의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할아버지의 마지막이 가까워 온 그 시간에 우리를 그곳에 보내신 것 역시 하느님의 큰 뜻이었으리라. 주님은 사랑이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며, 삶은 절대 미루며 사는 것이 아님을 깨우치도록 하셨다. 그리고 매순간 그 안에서 당신이 우리를 지켜주고 계심을 이해하도록 해주셨다. 그 뜻 안에서 내가 함께했음을 깨우치고, 지금 서 있는 내 자리에서 하느님이 원하고 바라는 몫이 있음을 다시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다.
(어찌 '모현호스피스'라는 단어를 잊을 수 있겠는가
2008년 폐암 말기였던 어머니는 병원에서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와 모현호스피스의 대낮돌봄 서비스를 받으셨다. 수녀님 한 분과 의사선생님이 매일 한 차례 오시어 어머니를 돌봐드렸다. 가장 감동적인 것은, 수녀님은 어머니가 여러 날 변을 보지 못하는 걸 아시고 손수 고무장갑을 끼고 배변 처리를 직접해 주신 거였다. 가족 아무도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말이다.
식사를 일체 못하시니 매일 포도당 주사를 놓아 드려도 일주일을 채 못 넘기고 어머니는 이승을 떠나셨다.
천주교 신자도 아닌, 의식도 없는 어머니를 가족 돌보듯 성의껏 보살펴 주신 모현의 수녀님과 의사선생님의 은혜에 거듭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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