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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럭 투유, 리오 그랜드Good luck to you, Leo Grande

맑은 바람 2022. 9. 7. 11:53

발상부터가 참 발칙하다.
은퇴한 중학교 여교사는 어느 날 호텔에서 젊은 남자와 만나기로 약속한다. 그 남자는 시간제로 일하는 男娼이다.
막상 남창이 들어와서 분위기를 잡는데 여선생은 엉뚱한 소리를 한다. 나는 남매를 두었는데 다 따로 나가 살고 애들도 재미가 없다. 남편이 2년 전에 죽었는데 31년간 똑같은 자세로 성행위를 해서 재미가 없었다,등등.

그러더니 자신은 성생활에서 오르가즘을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남창을 부른 이유를 밝힌다.
남창은 모든 얘기를 참을성 있게 잘 들어주더니, 이제부터는 아무 생각 말고 우리 두 사람에게만 집중하자고 말한다.

그랬는데도 여선생은 또 묻는다. 나보다 늙은사람도 있었느냐, 그 사람 나이는 몇이냐. 남자는 대꾸한다. 82세 된 할머니였다고. 선생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며 또 묻는다. 그동안 몇 명이나 상대했냐고. 남자는 웃으며 말한다."남자는 입이 무거워야 하니까 말해 줄 수 없다"고. 여선생은 침대에 들어가서도 끊임없이 갈등하다가 마침내 일어선다. 나 계약금 다 줄 테니까 그냥 가라고. 남창이 선선히 일어설 리는 없지 않은가.

얼마 후 여선생은 두 번째 만남을 갖는다.

이번엔 목록까지 만들어 와서 쪽지를 내민다. 여러 가지 체위를 요구하며 한 시간 동안 그걸 다 해보자고- 남창은 어이없어하면서도 그러면 하는 데까지 해보자고 한다.

남창은 얼굴도 기가 막히게 잘생겼지만 몸매가 장난 아니다.식스팩을 자랑하는 복근의 소유자다.
사람들이 자신의 그런 몸매를 좋아하기 때문에 열심히 관리한다고 한다. 나름 자기 직업에 프로정신을 보이는 사람이다.

 

그들은 세 번째 만남을 갖는다.
이때 여선생은 남창이 아닌 젊은 남자의 사생활에 관심을 갖고, 나는 너의 본명과 실제 직업을 안다고 말한다.

남자는 길길이 뛰며 폭발한다. 이건 계약위반이라고. 그러더니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며 뛰쳐나간다.

 

네 번째 만남-
이번에 여선생은 방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어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꼭 할 얘기가 있다며 나오라고 한 모양이다.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종업원이 다가와 차 주문하시겠냐고 하다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화들짝 놀란다. 중학교 때 종교교육 담당 선생님이 아니시냐고. 그러더니 그 남자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는 더욱 눈을 크게 뜬다.
여선생은 남자에게 거침없이 말한다.

당신 덕분에 성적 욕망이 충족되니 생활에 활기가 돋고 매일이 즐겁다고. 의기소침해 있는 내 친구 두 명을 소개해 줄 테니 연락 기다리라고.
그리고 여제자를 부른다.
"내가 너희들 어렸을 때 치마 짧게 입는다고 야단치며 그렇게 몸을 함부로 굴리면 '걸레'라고 했던 거 이 자리에서 사과하마. '성적 희열'은 참 중요한 거다. 너도 기회 있으면 이 남자 한 번 만나 봐라."
그리곤 그들은 호텔방으로 올라간다.

객실에서 여선생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은밀한 미소를 띄며 우리를 바라본다.

그 여선생은 영국의 톱스타 엠마 톰슨이다, 63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