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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영국사> 찰스 디킨스

맑은 바람 2025. 2. 7. 18:24

정치판은 泥田鬪狗일 뿐이라는 선입견(?)으로 그쪽은 敬遠視하고 살았는데, 계엄령 이후 뉴스 시간을 도배하는 건 그와 관련된 사건뿐이니 자연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전, 영화 검색을 하다가 <유토피아>의 작가 토머스 모어의 전기를 다룬 <사계절의 사나이>를 보았다.

대법관이자 재상이었던 그가 왕(헨리 8세)의 비위를 거슬렸다고 해서 한순간에 지위를 박탈당하고 참수형에 처해지는 걸 보니 생판 남의 나라일 같이만 보이지 않았다.

헨리 8세 관련 영화를 찾다가
<메리, 퀸 오브 스코틀랜드>도 보고 <골든 에이지> <엘리자베스>까지 보며 새삼 영국사에 흥미를 느꼈다.

허구가 아닌 역사서로, 600여 페이지가 무겁게 느껴지지 않고 무척 흥미로웠던 찰스 디킨스의 <영국사>를 다시 보았다.
[찰스 디킨스(1812~1870) 58세]

이제 봐도 흥미로운 건, 찰스 디킨스가 가장 높이 평가한 왕과 가장 악평한 왕이다.

**가장 높이 평가한 왕:
앨프레드 대왕(849-899),통일 왕국의 밑거름이 되다
왕은 색슨족 출신으로 금발에다 수북한 수염, 혈색 좋은 얼굴, 맑은 눈을 지녔다.
*데인족과 9차례 전투, 마침내 승리, 평화 협정을 맺었다.

대왕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문화정책을 펴서 무지로부터 자국민과 데인족을 구하려 노력했다.
'잉글랜드'라는 국가및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한 왕이었으나
원인불명의 통증에 시달리다 재위 28년, 51세로 눈을 감았다.

 **가장 惡評한 왕:
악당왕 존, 잉글랜드를 혼란에 빠뜨리다
존왕은 왕이 될 조카 젊은 아서를 죽여 돌에 매달아 세느강에 수장시키는 악행도 서슴지 않았다.

존에 대한 묘사:

위험이 멀리 있을 때는 걸신들린 바보처럼 먹고 마시다가 위험이 가까워지면 싸움에 진 똥개처럼 달아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왕에 대해 이렇게 표현해도 영국에서는 불경죄로 다스리지 않나 그것이 궁금하다)
교황은 존을 파면했다.백성은 그에게 충성할 의무가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는 수도원에서 과식하고 병을 얻어 죽었다.

'이 비열하고 짐승같은 인물은 왕위에 오른 지 17년 되는 해 쉰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내가 보기에 잉글랜드 전체를 샅샅이 뒤진다고 해도 존보다 더 비열한 겁쟁이나 혐오스러운 악당을 왕으로 세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의 역사이야기가 재밌는 것은, 세상이 그럴듯하게 평가하는 '존엄한 왕들'의 非違를 드러내어 그들의 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익살맞기까지한 표현들을 사용하여 웃음을 선사하는 점이다.
디킨스의 영국사를 들여다보면 그런 나라를 어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니, '신사의 나라'니 하고 추켜세울까 싶다.
허기사 신화를 만들어 내는 것도 인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