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Y Family Room

49재를 마치고

맑은 바람 2023. 10. 2. 13:52

 2009. 1. 23 ()

 

큰법당 문을 여니 언제나처럼 오빠가 제일 먼저 와 있었다.

오늘은 7재 중 막재를 올리는 날이다.

오늘 중요의식은 관욕(몸과 마음의 업을 부처님의 감로법:말씀으로 깨끗이 닦아드리는 의식)을 행하는 일이다. 어머니 입던 옷과 목욕 도구와 흰 고무신을 휘장을 두른 병풍 안쪽에 모시고 스님의 염불과 주지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49재 기간 동안 처음 뵙게 된 주지스님은 자손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하셨다.

* 어머니 영정을 집의 출입구에 모셔놓고 드나들 때마다 거기 계신 듯 인사 여쭈어라.

* 너그럽게 살아라.

* 마음을 청청하게 유지해라. 불안하고 잡념이 들 때는 빈방에 들어가 좌정하고 한 20분씩 고요히 앉아 있어라.

* TV를 멀리하고 불교방송을 자주 들어라.

영가에 마지막 절을 올린 후 영정을 모시고 스님을 따라 일렬로 서서 법당 안을 한 바퀴 돌았다. 열을 지어 밖으로 나오니 큰법당 오른쪽에 작은 소각장이 있었다. 지방과 생전에 입으셨던 옷 등이 화염 속에 사라졌다.

어머니의 육과 영이 이승을 완전히 떠나는 순간이다.

어머니는 비로소 삼독에서 벗어나 윤회의 옷을 입고 저승으로 떠나셨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다른 가족들도 그럴까? 모두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으니 내 마음 같을 테지.

늘 솜씨 좋은 주방보살님들이 정성으로 만들어주신 점심을 맛있게 먹고 혜화동 우리집으로 향했다.

남동생 내외, 제부는 우리 집이 초행이다. 참으로 얼마 만에 이렇듯 허심탄회하게 모인 걸까?

순전히 엄마 덕분이다.

십 수 년을 인연 끊고 지낸 남동생 내외를 다시 보게 해 준 것도, 제부를 외가식구들과 함께하게 해 준 것도, 형제자매간에 크게 어긋나지 않게 살다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해 준 것도 모두 엄마다.

앞으로 어머니 빈자리를 빈자리로 느끼지 않게 가끔씩, 자주 만나 우애를 다질 것이다.

어머니가 남긴 선물이자 숙제다.

어머니 안녕히 안녕히 가시고 가끔 웃는 얼굴로 꿈에 오셔서 자손들 안부 살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