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도 대학 1년 때, 그해의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분 당선작은 <빙하기>였습니다.
일기장에 全文을 빼곡히 적어 놓은 것으로 보아 꽤 감동적이었나 봅니다.
그 시를 지금 다시 베끼면서, 여러 해 전 어느날 혜화동 건널목에서 마주친 김재홍이 떠올랐습니다.
하얀 두루마기를 입고 처연한 얼굴표정이길래 눈으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가림이형이 떠났어!"
순간 나도 울컥해서 그냥 눈인사만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종종 <시와시학> 사무실에 나타나 수업도 대신해주곤 하던, 늘 웃음띤 얼굴의 사람 좋아 보이는 분이었습니다.
그의 <氷河期>는 '장 바티스트 클라망스에게'라는 부제를 달고 있었습니다.
이는 누구인가? 찾아보았더니, 카뮈의 <轉落>의 주인공이더군요.
부조리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
당시의 우리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쨌거나 제가 그 시에 매력을 느낀 건 異國的인 풍경들로 가득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전락>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이가림 시인은 흔치 않은 병인 루게릭 병으로 돌아가셨는데, 그 마지막 날들을 지켜본 아내의 말이 가슴에 와 꽂힙니다.
"그는 자신의 병이 불치라는 것을 알았고 언제일지는 모르나 하루하루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런 사실을 괴로워하며 슬퍼하지는 않았습니다. 무섭냐고 물으면 다 그런 거지 하면서 자신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이가림이라는 시인을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내의 글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먼 데서 오는 여인> 김원옥 2015
그리고 그가 아끼고 좋아했던 김재홍은 2018년 그의 遺稿집 <잊혀질 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올 1월에 김재홍도 떠났습니다.
이 가을 잠 안 오는 밤에 읽을거리들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