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요새 간송미술관에서 ‘보화각 설립 70주년 조선 서화전’(10/12~10/26)을 한다는데 이 책을 읽고 가서 보는 그림 맛이 조금은 다르리라 기대된다.
참 좋은 책이다. 글의 흐름이 좋고, 몰랐던 것들(옛 그림과 도자기와 조선의 여인들)을 일러주어서 좋고, 깨달음을 주어서 좋다.
혜곡 최순우 선생(1916~1984)은 ‘자연과 조형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그것을 느끼는 즐거움의 소중함’을 말했다.
그 아름다움을 맛 볼 줄 아는 게 ‘세상사는 맛’이라 했다. 혜곡 선생은 북악과 삼각산이 좋아서, 시청에서 바라본 광화문과 경복궁이 좋아서 오래오래 서울에 살고 싶다고 했다. 아쉽게도 70을 넘기지 못하고 가셨지만-- 그의 집이 지척에 있어(성북동) 두어 번 가 보았다. 소박하고 참 편안한 느낌을 주는 집이다.
‘자연이나 조형의 아름다움은 늘 사랑보다는 외로움이고 젊음보다는 호젓한 것이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은 공감 앞에서 비로소 빛나며 뛰어난 안목(개개인이 지닌 아름다움에 대한 뛰어난 감성, 즉 보다 깊고 높게 느끼고 바로 판단할 수 있는 눈의 소유자 -흥선대원군은 근세 한국인 중 가장 뛰어난 눈의 소유자의 한 사람-이것은 천부적인 것이라 한다.)들은 그 공감하는 반려를 아쉬워한다.’
‘더불어 함께 차 한 잔을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상대가 자연과 조형의 아름다움일 때 그것은 사랑보다 더 아늑한 행복’ 이라 했다.
그가 풀어내는 옛 그림과 도자기와 신윤복의 그림들 이야기는 재미있고 감칠맛 나고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데가 있다. 뛰어난 평론가, 해설가가 이런 거로구나 느끼게 해 준다.
그가 감탄해 마지않는 것들은,
조선의 백자기와 분청사기, 소박한 조선 공예품, 신라의 불상, 운현궁의 용자창살, 경복궁 아미산의 대궐 굴뚝, 11월의 달 밝은 밤, 겨울비에 이슬 맺힌 너도밤나무열매, 한국 멋의 화신 김환기, 심풀한 작가 장욱진의 ‘진진묘’, 한국 최대 미술품 소장가이자 육영사업과 문화재 보존사업에 큰 발자취를 남긴 따뜻한 인품의 간송 전형필, 한말의 가난한 시골서민으로, 가장 한국적인 현대 산수화의 대가 청전 이상범, 고려청자 매병, 일하는 서민들의 모습을 담아낸, 독보적인 한국미의 창조자 단원 김홍도, 경복궁의 경회루, 신사임당의 초충도,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진경산수의 대표작 청풍계도, 작가적 자질을 돋보이게 하는 강희언의 인왕산도, 높고 맑은 기품을 드러낸 정조의 야국도, 완당 김정희의 산수도, 서구적 수채화법을 느끼게 해주는 석창 홍세섭의 유압도, 인물초상화에 뛰어나다는 소당 이재관의 어부도, 한국 옷을 입고 산천을 소요하는, 임당 백은배의 기려도, 우리의 생활정서를 담아내서 친근감을 주는, 조선시대의 두꺼비 모자 연적, 서양의 현대 회화 감각을 느끼게 하는 분청사기 조화문 자라병, 조선 청화백자 연화문병 그리고 혜원과 단원의 그림들--
이 책은 훌륭한 미술품 감상 교실이다. 읽는 동안 누구나 행복감에 젖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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