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강연 이야기/책

지상의 양식2(116~296)앙드레 지드

맑은 바람 2024. 8. 5. 17:54

5장 '비 많은 노르망디 땅'에서 한숨 돌리는 휴지의 장
(126)---'존재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굉장히 쾌락적인 것이 되었다. 삶의 모든 형태를 나는 맛보고 싶었다.물고기와 식물들의 삶을, 모든 감각의 즐거움 중에서도 나는 촉각의 즐거움이 제일 탐났다.

6장 '린세우스'는 샘물, 잠자는 자리, 도시들 같은 가시적이고 육체적 지각으로 감지 가능한 사물들을 노래한다. 그리고 다시 해가 떠오르는 날들에 대한 믿음을 말한다
린세우스(일명 루케우스/'살쾡이의눈을 가진 사내'라는 뜻/땅 속이나 마루 밑을 투시하는 능력을 가졌다./ 그리스 신화 속의 영웅/지드는 린세우스와 자신을 동일시했다)
(138)신의 계명들이여,너희가 나의 영혼을 병들게 했다. 너희는 내가 목을 축일 수 있는 유일한 물 주위를 벽으로 막아 놓았다.
(앙드레 지드는 가족들이 신앙하는 종교의 속박을 너무 힘들어 했다)
(141)샘물예찬:
샘물에는 비상한 아름다움이 있다.그리고 땅밑으로 스며드는 물.그러고 나면 그 물은 마치 수정 속을 지나온 것처럼 한없이 맑아져서 솟는다. 그 물을 마시는 비상한 즐거움.

내 감각의 가장 큰 기쁨은
목마를 때 물 마시는 것이었다.

7장 다시 아프리카와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사막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소간의 환멸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의식과 '돌연한 맛'의 삶으로부터 시인은 자신이 걷는 길이 바로 자신의 길, 반드시 밟아가야 하는 길이라는 확신을 얻는다.
아민타스, 살색이야 검은들 어떠리
--베르길리우스
(**1895년 2월, 지드는 다시 아프리카로 떠난다)

8장 주제들을 전반적으로 다시 다루며 흘러가 버리는 시간의 슬픔을 느끼게 하는 한편 他者를 향하여 마음을 여는 것이 긴급하다는 점을 역설
헌정하는 말
(201-202)나타나엘이여,이제 나의 책을 던져 버려라. 너 스스로를 해방시켜라.나를 떠나라.나를 떠나라.나는 이제 네가 귀찮다. 너는 나를 붙잡는구나. 너를 위해서 내가 과대평가했던 사랑이 너무 거추장스럽다. 누군가를 교육시키는 체하는 것도 지쳤다. 네가 나를 닮기를 바란다고 내 언제 말했더냐?---나는 네가 나와 다르기 때문에 너를 좋아했다. 나는 너에게서 나와 다른 점만을 좋아한다. 교육시키다니!--나 자신 이외에 내가 대체 누구를 교육시킨단 말이냐? 나타나엘이여.네게 말해 줄까? 나는 나 스스로를 끝없이 교육시켰다. 지금도 계속이다.
나는 나자신에게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만을 존중한다.
나타나엘이여, 나의 책을 던져버려라. 거기에 만족하지 말라.너의 진실이 어떤 다른 사람에 의하여 찾아진다고 믿지 말라. 그 점을 그 무엇보다도 부끄럽게 생각하라. 내가 너의 양식들을 찾아낸다 하더라도 너는 그걸 먹을 만큼 배고프지 않을 것이다. 내가 너의 침대를 마련한다 하더라도 너는 거기에서 잠잘 만큼 졸리지 않을 것이다.
내 책을 던져버려라.이것은 인생과 대면하는 데서 있을 수 있는 수많은 자세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라. 너 자신의 자세를 찾아라. 너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 하지 마라.너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도 말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 말하지 말고---글로 쓸 수 있었을 것이라면 글로 쓰지 말라.

너 자신의 내면 이외의 그 어느 곳에도 있지 않은 것이라고 느껴지는 것에만 집착하고 그리고 초조하게 혹은 참을성을 가지고 너 자신을 아! 존재들 중에서도 결코 다른 것으로 대치할 수 없는 존재로 창조하라.

<새로운 양식>1935년 作
1장
(205-206)내가 이미 이 지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내 입술이 이 지상의 이슬을 마시지 못하게 될 때 태어날 그대---어쩌면 훗날 나의 책을 읽게 될지도 모를 그대---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그대를 위해서다. 아마도 그대가 산다는 것에 대하여 충분한 경의를 느끼지 못할 것이기에 그대의 삶이라고 하는 그 경탄할 만한 기적을 제대로 찬탄하지 못할 것 같기에 말이다.
(207)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하여 태어났음을
물론, 자연의 모든 것이 가르쳐주고 있거늘.
(213)나는 시대와 별 접촉이 없다.그래서 동시대 사람들의 유희가 내겐 별로 재미있지 않았다.나는 현재의 저 너머에 관심이 있다. 나는더 멀리 간다. 나는 오늘날 우리에게 사활이 걸린 것처럼 보이는 것이 거의 이해가 되지 않게 될 어떤시대가 오게 된다고 예감한다.
(214)인생이란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다.지혜는 이성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 속에 있는 것이다.아!  나는 오늘날까지 너무 조심스럽게 살았다.새로운 법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법없이 살아야 한다.
오, 해방이여! 오, 자유여! 나의 욕망이 다다를 수 있는 곳까지 나는 가리라. 오, 내가 사랑하는 그대, 함께 가자꾸나, 그곳까지 그대를 데리고 가리라, 그대가 더욱 멀리 갈 수 있도록.
(지드는 18~19세기에 유행한 낭만주의자의 전형같다. 감정적이고 공상적이며 한편 독창적으로 새로운 문학장르를 개척하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 이국의 정취에 흠뻑 젖기도 하며 심지어 성윤리조차 깨트려 당시 유행하던( ?) 동성애를 즐기기도 한다.)
(217)변덕스러운 영혼이여, 서둘러라! 가장 아름다운 꽃은 또한 가장 빨리 시든다는 사실을 알라. 그꽃의 향기를 어서 빨리 허리 굽혀 맡아보라. 영원불멸인 것에는 향기가 없는 법.
즐겁게 타고난 영혼이여, 그대의 노래의 투명함을 흐리게 하는 것은 무엇이건 두려워하지 말라. 그러나 지나가 버리는 모든 것 속에서 불변하는 신은 물체가 아니라 사랑 속에 깃들어 있음을 나는 깨달았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순간 속에서 고요한 영원을 맛볼 줄 알게 되었다.

2장
(255)사람들이 스피노자를 비난한 것은 그의 무신론 때문이었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가장 신심이 깊은 가톨릭교도들보다 훨씬 더한 사랑과 존경과 경건한 마음으로 그리스도 앞에 고개숙였다. 단 신성이 없는 그리스도였기는 하지만.
(나는 여지껏 스피노자를 모르고 살았다. 갑자기 그가 누군지, 무신론자라해서 그렇게 심하게, 노골적으로 탄압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산 사람이라는 데 매력을 느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주문했다)

3장
(259~260)쾌락에 대하여:
자연의 모든 노력은 쾌락을 지향한다.쾌락은 풀잎을 자라게 하고 싹을 발육하게 하며 꽃봉오리를 피어나게 한다.花冠을 햇빛의 입맞춤에 노출시키고 생명있는 모든 것을 혼인하게 하며 둔한 유충을 번데기로 변하게 하고 번데기의 감옥에서 나비를 해방시키는 것도 쾌락이다. 쾌락에 인도되어 모든 것은 최대한의 안락, 더 나은 의식, 더 나은 진보---를 동경한다. 그런 까닭에 나는 책 속에서보다 쾌락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그런 까닭에 나는 책 속에서 명쾌함보다는 난삽함을 더 많이 발견했다.
(269-270)"너 자신을 알라":
위험한 동시에 추악한 격언이다. 스스로를 관찰하는 자는 누구든 발전을 멈춘다. 자신을 잘 알려고 애쓰는 애벌레는 절대로 나비가 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내 일생을 통해서 나를 알려는 노력을 거부해 왔다.--어쩌면 자신에 대하여 안다는 것은 존재와 그 발전을 제한한다고 생각되었던 것이다.--그러니 오히려 미래의 기대를, 영원히 손에 잡히지 않는 생성변화를 끊임없이 지켜나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또 나는 이 경우도 언어의 표현이 우리를 속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어는 실제 삶에서 보다 더 많은 논리를 우리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잦고 또 우리들 내면의 가장 귀중한 것은 표현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는 부분이니 말이다.
(<지상의양식>보다 <새로운 양식>은 훨씬 공감이 간다. 그가 노년에, 발효가 잘된 후에 쓴 글이라서인가?)
(272)오! 우리가 하지 못한 모든 것, 그러나 우리가 할 수도 있었을. 모든 것---하고 이승을 떠나려는 순간 그들은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했어야 마땅한 모든 것, 그러나 우리가 하지 못한 모든 것! 체면 걱정 때문에, 기회를 기다리다가, 게을러서, 그리고 "제길! 시간이 좀먹나."하는 생각만 줄곧 하고 있다가, 두번 다시 오지 않을 매일매일, 두번 다시 잡을 수 없을 매순간을 놓쳐 버렸기 때문에. 결심, 노력, 포옹을 뒤로 미루었기 때문에---.
지나가는 시간은 지나가 버리고 만다.
오! 뒤에 올 그대는 보다 민첩해져서 순간을 놓치지 말라! 하고 그대들은 생각할 것이다.
(나이들면 그 어떤 이유보다 건강상의 문제로,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까봐,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잘못 하다가 죽을까봐 어려운 일 앞에서 용기를 내지 못한다. 더이상 아무일도 할 수 없을 때 '~껄~껄~껄'하지 않으려면 무모함도 좋은 도구다!)
(272-2~273)나는 지금 내가 차지하고 있는 이 공간적 지점에, 시간속의 이 정확한 순간에 자리잡고 있다. 나는 이 지점이 결정적이지 않은 것을 허락할 수 없다. 나는 두 팔을 한껏 길게 뻗어본다.나는 말한다.여기가 남쪽, 여기가 북쪽---나는 결과다. 나는 원인이 될 것이다.결정적인 원인이! 두번 다시 있을수 없는 하나의 기회!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나는 존재하는 이유를 찾아내고 싶다. 나는 내가 왜 사는가를 알고 싶다.

4장
(296)지드의 혁명적 사상 요약:
동지여, 사람들이 그대에게 제안하는 바대로의 삶을 받아들이지 말라. 삶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굳게 믿어라. 그대의 삶도,다른사람의 삶도, 이승의 삶을 위안해주고 이 삶의 가난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어떤 다른 삶, 미래의 삶이 아니다.받아들이지 말라. 삶에서 거의 대부분의 고통은 신의 책임이 아니라 인간들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그대가 깨닫기 시작하는 날부터 그대는 그 고통들의 편을 더 이상 들지 않게 될 것이다.
우상들에게 재물을 바치지 말라.
(지드의 종교관에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