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강연 이야기/책

<야간비행> 생텍쥐베리

맑은 바람 2025. 1. 3. 08:51

**2024년 12월 29일 9시 7분, <무안국제공항>에 安着하려던 제주항공 승무원과 승객 181명 중 179명이 비행기 폭발과 동시에 비행기 속으로 빨려들어간 새와 함께 이승을 떠났다.
무슨 말로 그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다만 그들의 冥福을 빌 뿐이다.**

야간비행/앙투안 드 생텍쥐베리 (1900.6.29.~1944.7.31.)/1941년 작/역자 용경식

 <어린왕자>를 생각하고 이 책을 편다면 약간의 실망스러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어찌 그다지도 예언서처럼, 훗날 그의 마지막 순간들과 닮아 있을까?

(항공노선 총책임자 리비에르)
-그는 자신이 노년에 이를 때까지 인생을 감미롭게 해줄 모든 것들을 ‘시간이 생기면’이라는 전제로 조금씩 미뤄왔음을 깨달았다.
실제로 언젠가는 여유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처럼, 인생의 끝자락에서 상상해온 행복한 평화를 얻게 될 것처럼.
그러나 평화는 없다. 어쩌면 승리도 없을 것이다.
모든 우편기가 최종적으로 도착하는 날이란 오지 않는다.
(친구 딸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가 새벽에 돌아가셨어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3년 여 병상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갑자기(?) 훌쩍 떠날 줄은 몰랐다. 설 쇠고 면회 가야지 하고 날짜까지 잡아놨다.

그러나 그녀는 기다려 주지 않았다. '미루지 마라, 생각나면 바로 행하라' 그녀가 내게 남기고 간 교훈이었다.)

 

-‘규칙이란 종교의례와 비슷해서 부조리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을 도야시키지’
-“저들은 행복해.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하니까. 내가 혹독하게 군 덕분에 저들이 자기 일을 사랑하게 된 거지.”
고통과 기쁨을 동시에 불러오는 강렬한 삶으로 나아가도록. 그런 삶만이 중요하니까.

-리비에르에게는 목적이 모든 것에 우선했다.
-병 때문에 고통 받는다는 부하직원의 말에,
“병 때문에 잠을 못자면 일을 좀 더 할 수 있겠군.”이라 말한다.

-사건이란 사람의 명령으로 이루어진다. 사건은 그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기에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인간 역시 보잘것없는 존재라 만들어져야 한다.
-내가 매정하게 그를 해고하는 것은 사실 그가 아니라 그의 잘못을 해고하는 것이다.
-사랑받기 위해서는 동정심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해. 하지만 나는 동정심을 절대로 내색하지 않고 감추지. 내가 방심하거나 규칙대로 잘 굴러간다고 그 흐름을 따라가게 내버려두면 이상하게도 사건이 터져.
인간의 목숨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 해도 우리는 항상 무언가가 인간의 목숨보다 더 값진 것처럼 행동하죠.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리비에르는 승무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왔다.

'어쩌면 곧 사라질지도 모를 그 친구들은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저녁 식탁을 밝힌 불빛이 만들어낸 황금빛 성소 속에 고개를 숙인 그들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무엇의 이름으로 내가 그들을 거기에서 빼내왔을까? 이런 행복을 보호하는 것이 첫번째 규칙 아닐까? 그러나 그 자신이 그러한 행복을 깨트리고 있다.

(리비에르는 냉혹한이 아니었다. 그는 따뜻하고 가정의 행복을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었다. )

-‘사랑한다는 것, 단지 사랑하기만 하는 것은 막다른 골목과 같다!’
리비에르는 사랑하는 일보다 훨씬 더 막중한 의무가 있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리비에르의 고뇌가 엿보인다)

 

(로비노 감독관)
-그는 우울을 마치 여행 가방처럼 끌고 다녔다.
-그는 리비에르로부터 “로비노 감독관은 우리에게 詩 말고 보고서를 제출해 주셨으면 합니다.”라는 메모를 전달 받은 후로 새로운 방법과 기술적 해결책 제안하기를 그만두었다.
(로비노는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존감이 부족해 어떤 압력이 들어오면 바로 물러서는 타입??)

 

(무선사)
-칠흑 같은 숲속에서 불빛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다.
-멀리서 뇌우의 첫 번째 돌풍이 비행기를 공격했다.
-무선사는 꼼짝도 않는 이 그림자(조종사)의 내면에 축적된 힘을 감지할 수 있었고 그것을 사랑했다.

 (조종사 파비앵)
-금속 내부에 흐르는 생명의 떨림--금속은 진동하는 게 아니라 살아 숨쉬고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희망을 맛보게 되는 비행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어둠의 손들로부터 그는 풀려났다. 마치 잠시 혼자 꽃밭을 걸을 수 있게 된 죄수처럼 그를 포박하던 줄이 풀린 것이다.
‘너무나 아름답군.’
그는 보석처럼 빼곡이 들어찬 별들 사이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들은 보석이 가득한 방에 갇혀 다시는 그 방을 나올 수 없는, 동화 속 도시의 도둑들 같았다.
그들은 얼음처럼 차갑게 반짝이는 보석들 가운데서 엄청난 부자가 되었지만, 죽을 운명을 맞이하여 떠돌고 있었다.
(죽음의 절망적인 순간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한 글이 또 있을까?)

 

*생텍쥐베리는 1944년 7월 31일 프로방스 상륙작전에 필요한 지도제작을 위한 정찰비행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1998년 마르세유에서 한 어부에 의해 그의 신분인식 팔찌가 발견되었고, 2000년에 지중해 연안에서 정찰기의 잔해가 발견됨 (2018. 7.15 읽음 ) 
***이 책은 종로구 평생교육원 <고전인문학>교실 필독서다. 독서토론을 통해 수강생 10여 명의 다양한 생각들을 들으며 내 안에 잠자고 있었던 생각의 씨앗들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아름답고 찬란한 꽃을 피우리~~

 

(지인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그들은 고맙게도 감상평을 전해 왔다.)
-잘 다듬어진 예쁜 책 잘 읽었습니다. 시집을 읽는 듯 했습니다.
문장도 순해, 무더움도 잊은 채 달밤에 취한 듯 하였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친구야,
난 이제야 '야간비행'을 제대로 만났어. 다큐멘터리같은 생생함에 높은 문학적 향기. 정말 치열하고 깊고

아름다운 글이구나 하며 감동.
이리 전하는 이유는 번역자에게 감사하는 마음 때문. ^^
아주 오래 전에도 읽었는데, 사실 그때는 재미 없어 읽다 말았다는..
내 탓인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번역의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어.
내 소설 보는 안목이 그리 하치 아니그덩.ㅎ~ 번역가 용*식씨에게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