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크 디네센 단편소설//노에미 비야무사 그림/추미옥 옮김/문학동네/1판1쇄 2012.1/1판4쇄 2016.4/83쪽/
읽은때 2025.1.1
이자크 디네센:1885~1962
덴마크 코펜하겐의 롱스테드 출신/본명 카렌/22세에 첫작품 <은둔자>발표/28세에 육촌간인 블릭센 남작과 결혼/케냐에서 커피농장 운영/46세에 연인인 사냥꾼 데니스 핀치가 비행기 사고로 죽음/같은 해 커피값 폭락으로 농장 매각,덴마크로 돌아옴/작품을 쓰기 시작함/52세에 회고록<아웃오브아프리카>씀/두 번이나 노벨상 후보에 올랐으나 경쟁자 헤밍웨이와 카뮈가 받음/73세에 <바베트의 만찬>을 씀,작가의 삶이 녹아있는 작품/77세에 수술 후유증으로 사망
(평생교육원 인문소설반의 책이 점점 얇아지고 있다. 바쁜 사람들을 위한 배려인가 보다. 다이제스트판은 비호감인데 그런 책들도 있지 않나 싶다.)
--차례--
1.베를레보그의 자매
(8)마르티네와 필리파:노란집에서 삶/목사이자 예언가를 아버지로 둠/아버지 루터교파에 속하는 신도들은 이 세상도, 이 세상이 주는 모든 것들도 모두 환상에 불과하며, 진정한 현실은 그들이 기다리는 새로운 예루살렘에 있다고 믿으면서 세속의 쾌락을 거부했다. 신도들은 욕하는 법이 없었으며 대화라곤 '그렇다, 아니다'정도가 전부였다. 그들은 서로를 형제자매라 불렀다./자매에게는 집안일을 돌봐주는 바베트라는 프랑스 여자가 있었다./십이 년 전 자매를 찾아왔을 때, 그녀는 비탄과 공포에 떨며 갈곳 없이 헤매는 도망자 신세였다.
2.마르티네의 연인
(11~)처녀시절 마르티네와 필리파는 무척 아름다웠다.꽃피는 과일나무나 만년설을 연상시키는 지고지순한 아름다움이었다./타지에서 온 젊은장교 로벤히엘름은 마르티네를 사랑하나 끝내 고백하지 못하고 부대로 돌아갔다.
(한때 방탕했던 장교는 사람이 바뀌어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여왕의 女官과 결혼, 품위있고 여유로운 삶을 살았다.)
3.필리파의 연인
(17~)파리에서 온 가수 아실 파팽:스톡홀름 공연을 마치고 프랑스로 돌아가는 길에 노르웨이에 잠시 머문다./어느 일요일 교회에서 필리파의 노랫소리를 들었다.그 순간 아실은 모든 것을 이해했다.만년설이 쌓인 산꼭대기와 야생화, 북유럽의 백야가 젊은 여인의 음성으로 그가 이해하는 음악이라는 언어로 다가왔다./'파리를 뒤흔들어 놓을 프리마돈나가 바로 여기에 있었군요'/당시 마흔이던 아실 파팽은 검은 곱슬머리에 입술이 붉은 아주 잘생긴 남자였다./그는 마음이 올곧고 스스로에게 정직한 사람이었다./아실은 노란집을 찾아가서 자신을 소개하고 이곳에 머무는 동안 필리파를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목사의 승낙을 받아낸 아실은 노래수업을 하면서 기대는 점점 확신으로 굳어졌고 그 확신은 그를 흥분시켰다./얼마 후 아실은 자기의 꿈을 가슴 속에 담아두지 못하고 필리파에게 얘기했다./그런 후 아실은 자기도 모르게 필리파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필리파는 아버지에게 더이상 노래수업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아실 파팽은 베를레보그를 떠나는 첫 배를 탔다.
4.파리에서 온 편지
(23~)그리고 십오 년의 세월이 흐른 1871년 6월, 비내리는 어느 날 밤이었다.
(아실 파팽의 소개장을 들고 바베트 에르상 부인이 찾아온다. 파리의 내란으로 설 자리가 없게 된 바베트를 받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파팽씨의 좋은 친구분들 곁에서 무보수로 일하겠다는 제의는 받아들여졌다.)
5.고요한 삶
(28~)바베트가 자매의 집에 처음왔을 때는 마치 쫓기는 짐승처럼 불안한 눈빛에 초췌한 눈빛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따뜻하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 이내 믿음직한 가정부의 자태를 보여주었다.거렁뱅이처럼 보였던 여인은 알고 보니 당당한 정복자였다. 그녀의 침착한 용모와 그윽한 눈매에는 엄숙함이 배어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소리없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32-33)바베트는 자기의 과거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았다.바베트가 온 지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자매는 바베트가 잃은 것들에 대해 위로한 적이 있었다.바베트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말했다.
"어떡하겠어요 그것이 제 운명인데요."
----자매는 살며시 전율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바베트는 정말로 *페트롤뢰즈였나봐.'
*석유로 가옥에 불을 지른 여자를 뜻함
6.바베트의 행운
(12년만에 복권이 당첨되었다.바베트는 목사님 백번째 생일에 프랑스요리로 만찬을 준비하고 싶다고 말했다.그것도 당첨된 돈으로. 자매는 펄쩍 뛰었으나 끝내는 바베트의 청을 받아들였다.)
(40)결국 자매가 동의하자 바베트는 마치 다른사람처럼 변했다.지금 자매의 눈에 보이는 바베트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자매는 이제야 자기들이 바베트에게 좋은 사람들이 되어준 건가 하고 생각했다.
7.바다거북
(파리에서 공수한 식재료들 중에 커다란 거북도 있었다.마르티네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겁에 질려 악몽까지 꾸었다. 바베트가 나이 든 신도들과 필리파와 자신에게 독이 든 음식을 먹이는 꿈~ 마르티네는 동네사람들에게 자신의 두려움을 전했다.)
(45)하얀 턱수염을 기른 한 형제가 말했다. 혀에 대하여--
"어쨌든 혀란 신체에서 작은 부분이지만, 큰자랑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요.누구도 혀를 마음대로 할 수는 없어요.그 악함이 제멋대로이며 치명적인 독이 가득한 것도 혀예요. 우리 스승님의 생신날, 우리 혀에서 모든 맛을 씻어내고 모든 쾌감과 불쾌감을 없앱시다.오로지 고결한 찬양과 감사만 올릴 수 있도록 혀를 지킵시다"
8.찬송
(눈내린 아침 드디어 만찬의 날, 뜻밖의 손님 로벤히엘름 장군도 초대되어 12명의 손님들이 오게 되었다.)
(47)자매는 거실에서 나름대로 간소하게 준비를 했다.부엌에는 아예 들어가 볼 엄두도 나지 않는 데다 바베트가 항구에서 용케 찾아낸 어떤 배의 조리사 보조가 부엌 일을 돕고 있었기 때문이다.마르티네가 보니, 조리사 보조는 며칠 전에 바다거북을 가지고 온 소년이었다.소년은 바베트를 도와 식사 시중도 들기로 했다.까무잡잡한 여인과 빨간머리 소년은 마치 마녀와 요정처럼 부엌을 점령하고 있었다. 무엇을 굽는지, 새벽부터 끓고 있는 솥에는 뭐가 들었는지, 자매는 전혀 알 수 없었다.
(51)마르티네와 필리파는 밖으로 나가 손님들을 거실로 안내했다.로벤히엘름 부인은 늙어서 체구가 훨씬 작아졌고 얼굴은 혈색을 잃어 양피지 같았고 표정이 없었다.부인 옆에는 화려한 제복을 입은 훤칠하고 건장한 로벤히엘름 장군이 서 있었다.훈장을 잔뜩 단 가슴을 쭉편 채 큰걸음으로 들어서는 장군은 마치 검은 까마귀와 갈까마귀의 조용한 무리 가운데서 걸음을 옮기는 황금색 꿩 혹은 공작 같았다.
9.로벤히엘름 장군
(53)장군은 인생에서 원하던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존경과 부러움의 시선을 보냈다.하지만 정작 장군은 자신의 화려한 삶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장군은 행복하지 않았다.뭔가 잘못되어 있었다. 장군은 어딘가 깊이 박혀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시를 찾듯 자기의 내면을 찬찬히 살폈다.
10.바베트의 만찬
(57)로벨 히엘름장군은 촛불에 비친 마르티네의 얼굴에서 삼십 년 전 헤어질 때의 모습을 다시 보았다.베를레보그에서 삼십 년이라는세월은 그다지 강한 힘을 갖지 못했는지, 마르티네의 금발이 희끗희끗해졌고 꽃처럼 화사했던 혈색은 사라졌지만, 단정한 이마, 신실함이 담긴 평화로운 눈, 섣부른 말은 절대 뱉지 않을 것 같은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입술은 그대로였다.
(62)베를레보그 사람들은 잘 차린음식을 먹을 때면 분위기가 진지했다.그런데 오늘 밤은 달랐다.먹고 마실수록 몸과 마음이 점점 더 가벼워졌다.사람들은 더이상 자기들이 했던 약속을 일부러 상기할 필요가 없었다.그들은 음식에 대해 잊는 것 뿐만 아니라 먹고 마신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면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식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62~63)로벤히엘름 장군은 뭔가에 홀린 듯 식사를 멈추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파리에서의 만찬으로 되돌아간 것만 같았다.더할나위 없이 정성스럽고 맛있던 어떤 요리의 이름을 함께 식사했던 갈리페 대령에게 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대령은 '*카유 앙 사르코파주'라고 알려주었다.
*메추라기를 페이스트리로 싸서. 여섯 가지 이상의 소스를 끼얹어 먹는 요리
그리고 덧붙였다.그 요리는 그 레스토랑의 주방장이 개발한 것으로, 그 주방장은 파리 전체를 통틀어 당대 최고의 천재 요리사로 이름난 사람이라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요리사가 여자라는 사실이라고.
"그 여인은 카페 앙 글레의 저녁을 일종의 사랑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네.육체적인 욕구와 정신적인 희열 사이의 경계를 느낄 수 없는 고귀하고 낭만적인 사랑이지! 나는 이전에 아름다운 여자를 두고 결투한 적이 있네만, 이보게, 파리의 어떤 여자에게도 이보다 기꺼이 내 피를 바칠 순 없을 걸세!"갈리페 대령은 당시 그렇게 말했다.
11.로벤히엘름 장군의 말
(65~66)"인간은 나약하고 어리석습니다.만유에서 은총을 찾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만, 어리석고 멀리보지 못하는 우리 인간은 거룩한 은총이 유한하다고 생각합니다.우리는 인생의 중대한 선택을 할 때 떨고, 선택을 하고 나서도 잘못한 것이 아닐까 두려워 다시 한 번 떱니다. 하지만 우리의 눈이 번쩍 뜨이는 순간이 있습니다.은총이 무한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입니다.여러분, 은총은 우리가 그것을 믿고 기다리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만을 원합니다.형제 여러분, 은총은 조건을 달거나 어느 누구를 특별히 선택하지도 않습니다.은총은 우리 모두를 품에 안으며 죄를 용서합니다.우리는 우리가 선택한것을 얻었고 우리가 거부한 것까지도 우리에게 왔습니다. 우리가 거부한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풍요롭게 쏟아졌습니다.자비와 진리는 하나가 되었고 정의와 축복이 입맞춤했기 때문입니다! "
12.위대한 예술가
(만찬이 끝나고 손님이 모두 돌아간 뒤)
(72)바베트는 이곳에 처음 찾아와 문 앞에서 실신했을 때처럼 녹초가 되어 있었고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앴다.
바베트는 한참 후에야 자매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카페 앙 글레의 요리사였어요.
--다들 저녁식사가 좋았다고 했어.바베트가 파리로 돌아간 후에도, 우리 모두 오늘 저녁을 오래 추억하게 될 거야.
--저는 파리로 돌아가지 않아요.
--파리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안 가요.제가 파리에서 뭘 하겠어요?그곳엔 아무도 없어요.제가 아는 사람들은 이제 없어요,마님.
게다가 제가 어떻게 파리로 돌아가겠어요, 마님?돈 한 푼 없는 걸요?
--한푼도없다고?
--네
--하지만 만 프랑은?
--만 프랑은 다 썼어요.
--만 프랑을 다?
--그럴 수밖에요.
--카페 앙글레에서는 12인분 저녁식사 재료비가 만 프랑이예요.
--바베트, 우리를 위해 가진 돈을 모두 쓰다니.
--마님들을 위해서라고요? 아니예요.저를 위해서였어요. 저는 위대한 예술가예요! 위대한 예술가라고요, 마님.
--그러면. 이제 평생 가난하게 살려고, 바베트?
--가난하다고요? 아니에요, 전 절대로 가난하지 않아요.저는 위대한 예술가라니까요.위대한 예술가는 결코 가난하지 않아요. 마님, 예술가들에겐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것이 있어요.
(쉽게 읽히고 재미도 있다. 생각할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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