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이 고골 소설/노에미 비야무사 그림(스페인 삽화가)/이항재 옮김/문학동네/78쪽/1판1쇄2011.11/1판8쇄2020.9/
읽은 때 2025.1.4
**고골(1809~1852)
우크라이나 폴타바의 소로친츠이에서 소지주의 아들로 태어남/고교졸업 후 관리가 되려고 페테르부르크로 상경/1829년(20세) 서사시집 <한스큐헬가르텐>을 自費 출판, 유럽여행/여학교 역사교사로 부임/페테르부르크 역사학부 조교수/교수직 사임, 문학활동에 전념/<미르고로드>와<아라베스크>출간/첫 희곡 <검찰관>발표, 2차 유럽여행/1840년 3차유럽여행/
1842년 <외투> 발표, 4차 유럽여행/1852년 43세에 우울증으로 사망, 노보데비치수도원에 안장
*이항재--고대 러시아문학과 졸업/박사/단국대 교수 재직
*우리 모두는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도스토옙스키
*러시아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비판적 리얼리즘의 대가 고골.그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그려낸 러시아 문학의 정수!--뒷표지
(10)주인공 아카키 아카키예비치: 작달막한 키에 얼굴이 약간 얽은 관리는 머리칼이 약간 붉으스레하고, 겉보기에도 시력이 별로 좋지 않고, 이마는 약간 벗어진 데다 양볼에는 주름이 지고, 안색은 치질환자 같았다.그는 이른바 만년 9급 문관이었다. 그가 하는 일은 서류를 正書하는 것이었다.
(11)이름은, "아버지 이름이 아카키였으니 아들 이름도 아카키로 해요." 라고 말한 어머니의 뜻에 따라 지었다.
(12)국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를 존경하지 않았다. 경비원들은 그가 지나갈 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흔한 파리 한 마리가 응접실을 날아가는 양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14)젊은 관리들의 놀림은 그의 일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이 모든 짓궂은 언행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서하는 데 어떤 실수도 하지 않았다. 단지 농담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심하거나 사람들이 팔꿈치를 밀치며 일을 방해하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날 내버려 둬요. 왜 날 모욕하는 거요?"
(비록 그는 가난하고 하위직에 머물러 있지만 그에게는 '자존감'이 있었다. 그가 자신을 지켜내는 방패 같은 것. 여기나 저기나 사회곳곳에 자라는 독버섯 같은 존재들-- 바로 어릴 적 약자에게 막말하고 괴롭혀 온 악한 본성의 소유자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하나 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 진실로 名言이다.)
(15)아카키의 일에 대한 애정:
그는 애정을 가지고 일했다.정서하는 일에서 그는 다채롭고 즐거운 자신만의 세계를 발견했다.즐거움은 그의 얼굴에도 나타났다. 그는 몇몇 글자를 특별히 좋아했는데, 그 글자들을 발견하면 마음의 평정을 잃고 슬쩍 웃음을 짓기도 하고 눈을 깜박이기도 하고, 입술을 움찔거리기도 했다. 그가 펜으로 무슨 글자를 쓰는지 그의 얼굴에서 모두 읽어낼 수 있을 정도였다. 그에게 열성에 걸맞은 상을 주었다면, 그 자신도 놀라겠지만, 아마 5급 문관은 되었을 것이다.
(19)모두가 기분전환을 하려고 애쓰는 바로 그 시각에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그 어떤 유흥에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실컷 정서를 한 뒤 '내일은 하느님이 어떤 정서할 거리를 보내주실까'하고 생각하면서 미소를 띤 얼굴로 잠자리에 들었다.
사백 루블의 급료를 받고 자기 운명에 만족할 줄 알았던 사람의 평온한 생활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낧고 닳은 외투를 수선하려 했지만 수선공 페트로비치는 일언지하에 거절한다.새로 하나 장만하라고, 150루블이면 된다고~)
(33)외투값 마련을 위하여:
아카키는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적어도 일 년 동안 일상의 지출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저녁마다 마시던 차를 끊고, 저녁마다 켜던 촛불도 켜지 않고,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주인 여자의 방으로 가서 그녀가 켜놓은 촛불 밑에서 하기로 했다.길을 걸을 때는 구두밑창이 빨리 닳지 않도록 가능한 한 가볍고 조심스럽게 거의 발끝으로 돌과 판석을 밟고, 속옷이 빨리 해지지 않도록 세탁부에게 가능하면 속옷 빨래를 덜 맡기고, 집에 돌아오면 매번 속옷은 벗고 아주 오래 됐지만 잘 보관해 온 목면 실내복만 걸치기로 했다.심지어 저녁마다 굶는 게 완전히 습관이 되었다.
그 대신에 그는 앞으로 생길 외투를 늘 마음 속에 그리며 정신적인 양식을 섭취했다.
이때부터 그는 존재 자체가 어쩐지 더 완전해진 것 같았고, 마치 결혼이라도 한 것 같았고, 어떤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 같았고, 혼자가 아니라 마음에 드는 어떤 인생의 반려가 그와 함께 인생길을 가기로 동의한 것 같았다. 이 인생의 반려는 다름 아닌,두툼하게 솜을 두고 닳지 않는튼튼한 안감을 댄 바로 그 외투였다. 그는 어쩐지 더욱 활력이 넘쳤고, 심지어 자기 목표를 이미 정하고 세운 사람처럼 성격이 더 확고해졌다.
(상사의 초대를 받고 다녀오는 도중, 광장에서 강도들에 의해 외투를강탈당했다, 그 외투를!)
(53)고관들의 행태:
그는 원래 마음이 착한 사람으로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고 친절했으나, 고관이라는 지위가 그를 완전히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관이 된 후로 그는 어쩐지 혼란에 빠져 길을 잃더니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고관의 집에서 호되게 망신만 당하고 나온 아카키는 그 길로 감기에 걸려 사망한다.)
(60)아카키가 없는 페테르부르크는 마치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변함이 없었다.어느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어느 누구의 애정도 받지 못하고 어느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한 존재, 심지어 흔한 파리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핀에 꽂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자연 관찰자의 주의조차 끌지 못한 존재가 사라지고 자취를 감춘 것이다.동료 관리들의 조소를 묵묵히 견뎌낸 그 존재는 어떤 특별한 일도 없이 무덤 속으로 들어갔다
(외투를 빼앗기고 맨몸으로 돌아와서도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고위 관리의 말 몇 마디는 마침내 아카키에게 일격을 가해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말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62)유령의 출현:
아카키의 유령은 고관의 외투를 벗기고야 사라진다.
--번역자의 말(73~78)--
고골은 러시아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고(중편소설의 시대를 연 작가/리얼리즘 문학의 창시자)이후 러시아 작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도대체 <외투>의 무엇이 후배 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것일까?
*사회에서 억압당하는 '작은인간' 의 비극에 초점을 맞춘다.
*한편 아카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은 이중적이다.아카키의 가난과 절망을 바라보는 동정 어린 작가의 시선에는 삶의 목표가 고작 외투인 비루한 인간에 대한 쓴웃음과 멸시도 배어 있다.('삶의 목표'라는 말은 결코 옳지 않다. 그는 '외투'라는 수단이필요했을 뿐이다.) 이 '눈물 속의 웃음' 같은 희비극적 요소와 유머는 사물과 인간을 바라보는 고골 특유의 시선이라 할 수 있다.
그에게 새 외투는 단순한 옷이 아니라 삶의 활력소이자 인생의 반려자와 같은 것으로 낡은 외투 속에 숨겨져 있던 아카키의 욕망과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외투>는 언어와 문체의 마술사인 고골의 기량을 잘 보여준다.
각기 나름의 목소리와 표정을 지닌 듯한 고골 특유의 단어와 문장이 묘하게 뒤섞여 아름다운 교향곡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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