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 18

라면을 끓이며

김훈 산문/문학동네/411쪽/초판 2015.9/읽은 때 2022.9.28~9.30 김훈(1948~ )서울. 작품:칼의 노래, 풍경과 상처, 자전거여행, 밥벌이의 지겨움, 남한산성 1부 밥 2부 돈 3부 몸 4부 길 5부 글 (1부에서 5부까지 1음절로 된 소제목을 묵상한다. 결국 그것들 때문에 살고, 그것들이 모여서 삶이 된다.) 1부 밥; (17)라면이나 짜장면은 장복을 하게 되면 인이 박인다.그 안쓰러운것들을 한동안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공연히 먹고 싶어진다.인은 혓바닥이 아니라 정서 위에 찍힌 문양과도 같다. 세상은 짜장면처럼 어둡고 퀴퀴하거나, 라면처럼 浮薄하리라는 체념의 편안함이 마음의 깊은 곳을 쓰다듬는다. (17-1)라면의 탄생 1963년, 쌀값이 오르고 춘궁기에 200만 이상이..

돌아가는 배

김성우 지음/삶과꿈/352쪽/초판 1쇄 1999.5/재판1쇄 2002.10/읽은 때 2022.9.14~9.27 나는 돌아가리라. 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리라. 출항의 항로를 따라 귀향하리라. 젊은시절 수천 개의 돛대를 세우고 배를 띄운 그 항구에 늙어 구명보트에 구조되어 남몰래 닿더라도 귀향하리라 어릴 때 황홀하게 바라보던 만선의 귀선. 색색의 깃발을 날리며 꽹과리를 두들겨대던 그 칭칭이 소리 없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빈 배에 내 생애의 그림자를 달빛처럼 싣고 돌아가리라. (가까이 지내는 이가 통영 여행 중에 여기저기 섬 여행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욕지도도 가 봤느냐고 물었다. 난 그곳에 김성우의 자취를 찾아 오래 전(2006.8)에 간 적이 있다.항구 앞에 세운 기념관 철문엔 자물쇠가 채..

무사히 이사했습니다.

9월말까지 다음 블로그가 종료되고 티스토리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주인장이 이사나가라고 엄포를 놓는 듯하여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한번은 겪어야 할 일-- 엊그제, 블로그 손님도 잘 안 들어오는 듯해서 그게 또 심기가 불편해져 홧김에(?) 이사를 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사만하면 뭔가가 잘 돌아갈 줄 알았는데 화면도 보기싫고' 프로필 사진은 어디로 가 버리고' 글쓰기를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혼자 끙끙 앓다가 아무래도 SOS를 쳐야 할 것 같아 작은아들 카톡으로 궁금한 것들을 사진 찍어 보냈습니다. 뚝뚝한 아들보다 상냥한 메눌이 나서서 낭랑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습니다.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 알아들은 채로 혼자 해보겠다고 전화를 끊었습..

머물지 말고 흘러라

성자 안젤름 그륀의 마음 순례기 --유럽의 성자 안젤름 그륀 신부의 인생 잠언 **전세계 1400만부 발행 베스트셀러 작가 안젤름 그륀 지음/안톤 리히테나우어 엮음/21세기북스/230쪽/1판1쇄 2008.12/1판5쇄 2009.3/읽은 때 2022.9.3~9.14 안젤름 그륀:(1945~ )털보신부/독일인들의 정신적 아버지, 영혼의 인도자/베네딕토 수도원 원장/300여 권의 책을 씀/1년에 100회 이상 강연을 다님/저서:노년의 기술, 딱 알맞게 살아가는 법 등 (6)이 책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쉬어야 하는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이 책은 하루의 선율이 생활의 선율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와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저녁의 읽을거리입니다. 또한 닥친 모든 일을 새롭게 보고 이해하게 하는..

산토리니, 그리스와 함께 떠오르는 마을

***며칠 전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를 보고 어제는 친구들과 그리스 여가수 '마리아 칼라스'를 보았습니다. 갑자기 그리스에 꽂혀 을 다시보기로 시청했지요. 선풍기로도 견디기 어려운 무더위에, '산토리니'의 그 쪽빛 하늘과 바다, 하얀 집들을 보니 2년전 겨울에 걸었던 그 길들과 시간들이 문득 그리워졌습니다. 2017년 1월 12일 새벽 5시 반, 아테네 공항 부근 숙소를 출발하여 비행기로 30분 남짓 걸려 에 도착했다. 버스로 우선 '피라 마을'에 도착했는데 대니가 난관에 봉착~ 트렁크를 끌고 계단으로만 이루어진 을 돌게 생겼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난감해하던 대니는 당신들끼리 다녀오라며 정류장 부근에서 발을 멈춘다. 뒤꼭지가 당기지만 어쩔 수 없잖은가? 시간은 오늘밖에 없고, 트렁크를 버..

한강변에서 놀기

동작대교 끄트머리엔 전망좋은 카페가 둘 있다. 건너편 서쪽엔 가 있고 맞은 편 동쪽엔 가 있다. 동작역에서 강변으로 나와 전망대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서 내리면 구름카페 입구로 연결된다. 이마트에서 직영하는 카페엔, 한나절 보내기 좋은 시설이 잘 되어 있다. 온갖 주전부리와 바리스타가 뽑아주는 커피도 있고 미니도서관엔 에서 나오는 인기 도서들이 전시되어 있어 아무거나 가져다 읽을 수 있다. 요새 한창 뜨는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와 김훈의 스테디셀러 '자전거여행'이 눈에 띈다. 가벼운(?) 점심을 먹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강변엔 가을 들풀 수크령과 백일홍이 형형색색으로 자태를 뽐내며 꽃길을 열어주었다. 어느 하나 곱지 않은 것이 없어 연신 감탄하며 스마트폰을 갖다대느라 정신없다. 내년 봄엔 우리집 마당..

카테고리 없음 2022.09.12

결혼기념일

1974년 12월 1일은 내가 한 남자를 만나 운명의 배를 타고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 날이다. 당시는 주로 봄가을에 결혼식을 하던 때라 겨울에 결혼식을 한다니까 약간 의아한(혹시 속도위반?)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있었다. 울 엄마도 그랬으니 남들이야-- 그나 나나 일반예식장보다는 좀 색다른 걸 좋아해서 결혼식도 명동의 로얄호텔에서 올렸다. 일요일이었음에도 그날 결혼식은 우리 한 건밖에 없었다. 당시는 호텔 결혼식이 그리 대중화되지 않았던 때라, 직장에서는 내가 갑부 집으로 시집을 가는가 보다고 숙덕거렸다. 어느덧 서른 두해.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한때 시할머니, 시누이 시동생 합해 열세 식구가 들벅거렸는데 이제는 뿔뿔이 저 살 길 찾아 떠나고 시할머니, 시어머니는 이승을 영원히 하직하셨다. 그새 잃..

내겐 너무 소중한 당신

고교시절을 회상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잘 한 일이 하나 있다. 평생친구를 얻은 것이다. 우리는 졸업 후 삼십여 년 세월을 두 달에 한 번씩 100% 출석률을 자랑하며 꼬박꼬박 모인다. 가 맺어 준 인연이니 따지고 보면 하느님의 뜻이리라. 하나 피부가 눈부시게 하얗고 통통해서 백곰이란 별명을 얻은 친구. 속눈썹이 서양인형같이 예뻤다. 집이 같은 방향이라 다른 친구들보다 같이한 시간이 많았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에 공부도 나보다 훨씬 잘해 늘 선망의 대상이던 친구-- 구십이 다 되신 시어머님 봉양하느라 카페에도, 모임에도 아직 얼굴을 내밀지 못하는 친구다. 네가 하루 속히 나올 날을 기다린다. 둘 지적이미지가 뚜렷하고 옷을 잘 입어내는 친구-- 한때 city bank에 근무하며 한국인의 자긍심을 키워줬던..

사는 이야기 2022.09.12

문 -- 나쓰메 소세키 장편소설

나쓰메 소세키 장편소설 향연/유은경 옮김/초판1쇄2004.5/개정판 1쇄 2009.2/285쪽/읽은 때:2022.9.7~9.11 나쓰메 소세키(1867~1916)향년 49세 에도출생/가난 때문에 양자로 보내져 성장한다/두뇌가 명석해서 월반도 하며 도쿄제국대학 영문학과에 입학한다/구마모토 제5고등학교강사로부임, 29세에 나카네 교코와 결혼/32세에 주임교수가 됨/문부성으로부터 영국유학 통보받고 유학, 1년 후 35세에 신경쇠약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귀국함/38세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발표, 호평을 받음/40세에 도쿄대학 교수직을 사퇴하고 아사히신문사 입사/42세에 만주와 한국 여행/43세에 '문' 연재 후 위궤양으로 입원/49세에 '명암' 연재 도중, 당뇨와 위궤양으로 사망 (5)언제 읽어보아도 정말 재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