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07. 17 구름 가끔 떠다니는 맑은 날
34세 된 아들이 첫 출근을 했다. 난생 처음 잡아보는 직장. 질리도록 공부만 해서(?) 일이 하고싶은 사람-
이제 더 이상 부모에 의지해서는 안된다는 비장한 각오로 털고 일어선 사람-
우리집 정원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가 바로 감나무다. 2층의 처마와 나란히 있으니 못돼도 5 미터는
되겠지?
이태 전 이파리가 너무 무성해서 이층 안방 창까지 닿은 걸 모두 쳐 냈더니 다음 해엔 감이 하나도
열리지 않더라.
남 다 열매를 키우는 가을에 저 혼자 빈털터리로 서 있는 모양이 안스럽고 자꾸 아들의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그러더니 작년엔 그래도 꽤 많이 결실을 보아 냉동실에 저장해 놓고도 한 1/3을 새들의 양식으로 남겼다.
올해도 작년 못지않게 풍성하게 파란 열매를 조랑조랑 매달고 키우고 있다. 그런데 너무 더워서인가 잎들이 동글게 말린 것들이 많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 그늘 아래 주목과 접시꽃과 맥문동을 거느리고 푸른 하늘을 받혀 든 채 이 더위를 깊이 끌어안고 꽂꽂이 서 있는 모습이 대견하고 장하다.
아들아, 사람들의 감나무 예찬을 들어보아라.
감나무는 수명이 길고, 좋은 그늘을 만들어 주며, 새가 집을 짓지 않고, 벌레가 꾀지 않는단다.
또 단풍이 아름답고, 열매가 먹음 직하며, 잎에 글씨를 쓸 수 있으니 칠절(七絶)을 두루 갖춘
나무라 했다.
감나무는 잎이 넓어 글씨 공부를 할 수 있으니 문(文), 목재가 단단해서 화살촉을 깎으니 무(武),
겉과 속이 한결 같이 붉으니 충(忠), 치아가 없는 노인도 즐겨 먹을 수 있는 과일이니 효(孝),
서리를 이기고 오래도록 매달려 있는 나무이니 절(節)이라 했다.
또 목재가 검고(黑), 잎이 푸르며(靑), 꽃이 노랗고(黃), 열매가 붉으며(紅), 곶감이 희다(白)고 하여
오색오행(五色 五行), 오덕오방(五德五方)을 모두 갖춘 예절지수(禮絶之樹)로 아꼈다고 한다.
네가 이 감의 덕행을 본받아 두루 사람들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그런 아들이 되기를 소망하며 출세길에 오른 오늘, 우리집 감나무 이야기를 엄마의 선물로 건넨다.
우리아들 , 힘내라!!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