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여름

13세소년 맥문동

맑은 바람 2008. 7. 29. 23:06

2008.7.29  쾌청 폭염

 

 빨래 말리기 좋은 날이라 오늘 밀린 빨래와 침구 일부를 세탁했다.

종일 폭염과 싸울 일(연신 화장실 드나들며 세수하고 샤워하고 컴퓨터 앞에서

비지땀 닦아가며 일(?)하고--)을 생각하면 심히 괴롭지만

빨래가 뽀송뽀송  마를 걸 생각하니 기분 좋다.

오늘이 복날이라고들해서 어제 중탉 한 마리 사다가 마늘 넣고 찹쌀 넣고 폭 고아 놓았더니

작은놈은 입에도 안 대고 종일 영감이랑 큰놈이랑 잘 먹었다.

 

 며칠 전부터 꽃대를 일으키어 보랏빛으로 피어난 맥문동에 시선이 갔다.

차고 위에 조성해 놓은 동산에서는 오랫동안 이것저것 심어도 제대로 자라질 못하고 죽어버려서

원인이 수수꽃다리와 소나무에 있다고 단정했다. 수수꽃다리는 뿌리에서 줄기와 이파리가 계속

여기저기 삐죽삐죽 올라와 다른 식물의 양분을 빼앗고 소나무는 떨어진 솔잎들의 독성으로 주위에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거라고-

 그런데 올해  발효액과 쌀겨로 버무린 금강이똥과 발효제로 처리한 음식물 쓰레기를 묻고 맥문동을

여러 포기 이식했더니 장맛비를 흠뻑 맞은 뒤로 기운차게 올라온 것이다.

수수꽃다리와 소나무에 대한 혐의가 풀린 셈이다. 

 

 우리집 맥문동의 친정은 용강중학교다. 

지금의 집으로 이사온 때가 용강중학교 근무하던 시절이어서 학교 화단의 풀과 나무들이 예사로

보아지지 않았다.  음지에서도 기운차게 번식하는 맥문동-약재로도 대접받는-에 호감을 느껴

일요일에 일부러 차를 끌고 가서 몇 촉 뽑았다. 그거 몇 촉 뽑아냈다고 누가 야단칠 일도 아니건만

꽃도둑도 도둑인지라--'몰래'한 것이다. 뽑힌 맥문동의 입장에서는 좋은 환경에 입양이 되었으니

잘된 일 아닌감?

 

 지금 정원 여기저기서 쑥쑥 크는 맥문동을 보면서 13살 소년소녀이던 아이들이 어느덧 20대 중반을

향해 가는 청년들이 되었겠다 생각하니 보고싶은 얼굴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가물가물하는 이름들과 함께--

 

 

 

 1층 창가의 맥문동꽃(수도가 옆에 있어 더 잘 자라는 모양이다.)

 

 차고 위 동산의 맥문동

 

 모란 옆의 맥문동

 

 소나무 밑에서도 잘자라는 맥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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