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장맛비에 감나무와 배롱나무가 물을 흠뻑 마시더니 한 뼘쯤 더 자란 듯 싶다.
배롱나무는 꽃 무게 때문에 아래로 축 처져 있긴 하지만 햇빛 짱짱한 날 나무들이 목 말라 했던 걸
생각하면 뿌리가 흠뻑 빗물을 받아 두었으니 당분간 걱정 끝-
그런데 나리와 수국과 접시꽃들은 꽃 무게에 못 이겨 아예 고개를 꺾어 버렸다.
키에 비해 뿌리가 깊지 못하니 아무리 버텨 보려 해도 스스로의 힘으론 불가항력이었던 모양이다.
뿌리가 허옇게 올라온 채 몸이 누워 버린 걸 보니-
지상에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꽃과 잎들도 보이지 않는 저 땅 속 뿌리의 힘이 받혀주지 못할 때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지는지--
정말로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어린왕자 속 여우의 말이 떠오른다.
그래,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지.
현상들에만 급급해하며 보내는 하루하루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내면에 말을 걸게 해주는 나의 정원-
그 꽃과 잎과 뿌리와 땅속 세계가 참으로 소중하게 다가온다.
수국이 한창이던 날
접시꽃의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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