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여름

장맛비-풀과 나무

맑은 바람 2008. 7. 21. 11:59

연이틀  장맛비에 감나무와 배롱나무가 물을 흠뻑 마시더니 한 뼘쯤 더 자란 듯 싶다.

배롱나무는 꽃 무게 때문에 아래로 축 처져 있긴 하지만  햇빛 짱짱한 날 나무들이 목 말라 했던 걸

생각하면 뿌리가 흠뻑 빗물을 받아 두었으니 당분간 걱정 끝-

 

 그런데 나리와 수국과 접시꽃들은 꽃 무게에 못 이겨  아예 고개를 꺾어 버렸다.

키에 비해 뿌리가 깊지 못하니 아무리 버텨 보려 해도 스스로의 힘으론 불가항력이었던 모양이다.

뿌리가 허옇게 올라온 채 몸이 누워 버린 걸 보니- 

 

 지상에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꽃과 잎들도  보이지 않는  저 땅 속 뿌리의 힘이 받혀주지 못할 때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지는지--

정말로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어린왕자 속 여우의 말이 떠오른다.

그래,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지.

 

 현상들에만 급급해하며 보내는 하루하루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내면에 말을 걸게 해주는 나의 정원-

그 꽃과 잎과 뿌리와 땅속 세계가 참으로 소중하게 다가온다.


 

 

 수국이 한창이던 날

 

 접시꽃의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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