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여름

질경이처럼--

맑은 바람 2008. 8. 1. 20:10

 

 - 울음보 터지기  일보 직전의 아이 같은 하늘-

 

비올 바람 덕분에 잠시 땀을 식힐 수 있었던 하루.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빨래가 자꾸

날려 떨어진다.

아침에 차려놓은 밥도 안 먹고 휭 나가 버려 마음이 불편했는지 낮에 프란치스코로부터 전화가 왔다.

-참고, 견디고, 할말 다하지 않고 그렇게그렇게 살다 보면 좋은 날 오지 않을까?

 

밟히고 뽑히고 또 뽑히고 밟히면서도 한 줌의 흙만 있으면 자갈밭 사이에서, 축대 틈에서, 담벼락

밑에서  일단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자리를 따로 가리지 않는 소탈함 때문에 물이

부족한 곳에서는 물 길러 멀리 가자니 자연 뿌리가 깊어졌나 보다. 다른 잡풀들은 한손아귀에

거머잡고 확 잡아채면 쑥 올라와 버리지만 질경이 고놈만은 꼬챙이로 둘레를 한참 파내야 뿌리가

따라나온다.

 

 이른 봄에서 늦여름까지(?) 오랜 기간 계속 이어 피기 때문에, 한때는 구황식물로 인간의 굶주림을

해결해 준 고마운 풀일뿐더러 예부터 질경이를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암예방에 좋은 식물로

알려졌지만  일부러 뽑아 쓰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흔한 것이 천시 당하고 경시 당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그의 끈질긴 생명력, 환경을 탓하지 않고 거기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 최소한의 키높이로

생명을 키우는 겸손한 모습 등이 사람이 배워야 할 면면이다. (2008. 8. 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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