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여름

물오른 풍접초

맑은 바람 2008. 7. 3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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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7. 30 수 흐리고 소나기 후 맑음

 

 어제에 이어 오늘도 잠결에 귀또리 우는 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들려온다. 눈이 떠지지 않는 걸로

미루어 한밤중인 듯한데 규칙적이고 단조로운 소리가 잠시 잠을 쫓아 본의 아니게 귀를 세운다. 

잠깐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이번엔 매미 합창이 요란하다. 이 녀석들은 5시가 넘어야 울기 시작하니

한여름 자명종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귀또리가 울기 시작하면 영락없이 더위가 한풀 꺾인다.

'아, 이제 며칠만 견디면 이 무더위가 물러가겠구나.' 귀뚜라미가 내게 위안을 준다. 

 

 외출에서 돌아오니 희미한 저녁 햇살 아래  화단의 꽃들이 모두 곱다. 그중에 '풍접초'가 의연히 곱다. 

사실은 사진을 찍고 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족두리꽃'으로 알고 있었는데 확인차  자료검색을 해보니

엉뚱한 꽃이 '족두리꽃'으로 나와 있다. 아주 작은 자주보라색꽃- 내가 잘못 안 이 꽃은 <국가생물종지식

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 풍접초(風蝶草),학명:Cleome spinosa Jacq.로 나와 있으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래, 어찌 보면 작은 나비들을 연상할 수도 있지, 아니면 꽃이 질 때 바람에 한 잎  한잎 날리는

모습이 나비 같아서 그렇게 붙였나?  학명에 스피노자가 들어간 것도 재밌군. 

 

 내가 의도하고 가꾸는 몇몇 화초들의 운명처럼 이 풍접초도 인연 따라 내게로 오게 됐다.

집으로 들어오는 긴 골목길 초입에 구청인지 동사무소인지에서 관리하는 화분이 하나 있었는데

영산홍 한 그루를 심기만 하고 돌보지 않아 주변에 잡풀만 무성했다.  그 잡풀 속에서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풀 한 포기가  내 눈에 딱 걸리고 만 것이다.

일단 가져다 심어놓기는 했지만 씨를 받는다거나 하는 일에 서툴러 그냥 겨울을 넘겼다. 이듬해

늦봄부터 풍접초의 싹으로 보이는 것들이 클로바 틈에서 올라오기 시작하는 걸 발견하고 좀 넓은

곳으로 여기저기 이식을 해주었더니 해를 거듭할수록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한다. 무려 열 포기가

넘으니 이제 욕심 부리지 말고 누구 관심 보이는 이 있거들랑 나누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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