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이병주의 ‘소설 알렉산드리아’가 꼭 읽어봐야 할 글로 생각되었다.
알렉산드리아라는 북이집트의 한 도시가 주는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에 더 호기심과 매력을 느꼈던 모양이다. 지중해의 진주로 불리우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였던 파로스 등대가 있던 곳.
그리고 세계 최대의 도서관이 있었던 곳. 한때 시이저와 클레오파트라, 안토니우스가 사랑을 불태우고 옥타비아누스의 비극이 연출되었던 곳. 그 후 도시 전체가 일주일 동안 불에 타버려 지금은 옛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도시-
왜 이곳을 소설의 공간적 배경으로 삼았을까?
1965년에 발표되었고 1960년대가 시대적 배경이니 5.16 혁명을 중요한 사회적 배경으로 한 것 같다.
주요 등장 인물은,
알렉산드리아로 ‘나’를 데려온 프랑스인 외항선원 말셀 가브리엘-
그 덕분에 카바레 안드로메다에서 풀루트를 부는 밴드 마스터가 된 나,
조국에서 허용되기 어려운 이데올로기를 주장하는 논설로 10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살이를 하는 사상범 나의 형,
스페인 게르니카에서 게르니카의 비극이 일어나던 때 가족을 모두 잃고 독일인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는 미모의 무희 사라 안젤,
유태인 학살이 자행되던 2차 대전 당시 게슈타포 앞잡이에게 아우와 어머니를 잃고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독일인 한스 셀러.
이들이 마침내 원수를 찾아 복수를 멋지게(?) 해내는 이야기.
그 뒤처리를 또한 멋지게 해낸 알렉산드리아 당국-나는 사라와 한스에 대한 알렉산드리아의 판결이 명 판결이었다고 생각한다.
검사의 논고에 맞서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보다 구체적인 현실을 더 소중히 여기는 실증적 판결을 내리게 한 변호인들의 변론-
이 소설이 한스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의 원한을 풀어주는 실천이다. 사랑이란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말한다.”
그렇다면 옥에 갇힌 형을 사랑하는 아우의 할 일은?
이 책에 담긴 이병주의 5편의 중단편을 읽고 더 이상 다른 작품을 읽을 맘이 나지 않는다.
‘쥘부채’도 그 명성에 비해 싱거웠다.
‘겨울밤’에서는 ‘알렉산드리아’에서 나왔던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글이 3쪽 이상 똑같이 반복되어 나와 읽는 이를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게다가 작품 말미에 서울대 교수 조남현의 횡설수설 작품 평은 또 뭐란 말인가?
아무래도 이어령의 ‘우상의 파괴’를 읽어봐야겠다. 2008.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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