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인도

왕들의 화장터에서 만난 인도소년

맑은 바람 2008. 9. 25. 00:58

 

 


 

이슬람교에서는 매장의 풍습이 있어 샤자한과 움 타지마할은 타지마할 궁 지하에 안장되었지만, 힌두교에서는 화장의 풍습이 있어 간디를 비롯해 힌두교도였던 왕들은 화장 후 그 재를 갠지스 강에 뿌리고 화장터에 기념물을 세웠다.

누각이나 정자 비슷한 건축물인데 그들의 것은 붉은 사암(sandstone)으로 지은 궁형(활꼴)이었다.


사막의 도시 자이살메르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름난 유적지 '왕들의 화장터'에 차가 닿자마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올망졸망한 꼬마들이 문을 막으며 뭔가를 다투어 내민다.

인도에 도착하면서부터 으레 있는 일이라서 외면하고 언덕배기를 오르는데 한 꼬마 녀석이 계속 따라오며 무어라 한다.


쳐다도 안 보고,

-I don't want!! 라고 했더니,

-Madame, I'll give you. No money. My gift! 한다.

-No thank you!

무표정하게 대꾸해도 부득부득 따라오며 같은 말을 반복한다.


무얼 갖고 그러나 하며 돌아보니, 기하학적 무늬가 있는 붉은 사암화석(?) 조각을 몇 개 들고 있으면서 내게는 손톱만한 조개화석을 내민다.

그리고 어서 받으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속눈썹이 길고 큰 눈을 깜박거린다.


'--얘가 사람 알아보네.'하면서 그 눈에 빨려들 듯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돌아섰는데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별로 예쁘지도, 쓸모도 없는 걸 왜 받았지? 그리고 얘는 이런 걸 기분 내킬 때마다 사람들한테 주나?'

뭐 그런 생각의 타래를 풀고 있는데 좀 전의 그 소년이 그림자처럼 따라오고 있지 않은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주억거리며 어른스럽게 웃는다. 그런데 왠지 내 마음은 편칠 않다.

딴청을 피며 걸음을 빨리 했으나 어느새 소년은 내 옆에서 어른거린다.

그러면서 사고 싶냐는 표정으로 무늬 돌 조각을 내민다.

물론 웃으며 필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아인 내가 왕들의 화장터를 한 바퀴 돌고 버스에 오를 때까지 계속 주변에서 얼씬거리는 게 아닌가? 계속 내 마음을 켕기게 하면서-


버스에 올라온 나는 지갑을 열어 20루피(50센트도 안 된다.)를 꺼내서 창문을 열고 그 소년에게 건네 줬다.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한 마디 한다.

"나, 캔디나 볼펜도 필요해요--"

나는 도로 가슴이 무거워진 채로 문을 닫고 말았다

         2002.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