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인도

(2)<비카네르-자이살메르-타르사막>

맑은 바람 2010. 5. 13. 23:01

2002. 1. 8(화) 새벽 2시-7시

 

**밤기차**

 <올드델리>에서 <비카네르>로 이동하는데 11시간 걸리는 밤기차.

밤 9시 출발. 다음날 8시 도착하는 침대차에 몸을 실었다.

부부만 쓰라고 이인용 침대 칸을 줬다.

거울 하나, 선풍기 하나

이층짜리 침대 두 개

영국 사람이 만들고 쓰다 놓고 간 기차

무임 승차 시는 500루피를 물던가 3개월 이상의 징역이라는

경고가 붙어 있는 밤기차.

창 밖은 그대로 칠흑 속.

차는 아무도 타지 않는 역에서도 가끔 쉰다.

그리고 지옥 같은 어둠 속으로 한없이 한없이 빨려 든다.

 

어둠이 서서이 걷히는 창밖으로

듬성듬성 나무가 서 있는 초원지대가 끝도 없이 펼쳐지고

가끔씩 나타나는 농가엔 소들이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밤새 흔들리는 차 칸에서 뒤챘을,

누렇게 된 얼굴들이 마주보며 어색하게 웃는다.

 

<주나가르 포트> 탐방 후 다시 330km를 8시간 30분 동안 이동, <자이살메르>에 도착.

 

지금 내가 머문 호텔은 옛날 왕궁.<Borbandh Palace>

나는 수영장이 있는 노천 무대에서 그들이 베푸는 인도 전통무용과 음악의 향연에 참석하고

들어와 이제 왕비처럼 우아하게 잠들려 하고 있다.

 

 아이들이 걱정할 것 같아 국제 전화를 요청했더니 여긴 국제전화를 할 수 없는 지역이란다.

갑자기 고립무원 지경에 든 듯한 느낌이 들어 잠시 불안감이 엄습한다,

<비카네르 역>에 모였던 군인들, 긴 군 트럭 행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서울을 떠나기전 뉴스에 이곳 인도북부에 인도와 파키스탄의 전운이 감돈다는 소식을 접했었다.

그러고 보니 이쪽으로 오는 동안 내내 우리 이외의 관광객을 볼 수 없었고,

이 왕궁호텔 투숙객도 우리 이외에 인도 본토 사람 몇뿐인 것 같다.

어쩌나, 이미 엎질러진 물인 걸, 신의 뜻에 맡길 밖에?

 

 **<주나가르 포트>(일종의 요새) 탐방

--술탄의 행복?

붉은 사암의 성

비단 자락을 끌고 부지런히 오갔을,

가무잡잡한 피부에 배꼽을 드러낸,

가는 허리의 여인들

술탄의 방?

손님을 맞고 우아하게 차를 마시던 은제 의자.

형형색색의 보석가루 벽 장식

보다 아름다운

왕비들과 노닥거리고

온통 벽면을 거울과 크리스탈로 장식한 왕의 침실은

그의 환락을 절정에 이르게 했으리라.

 

그러나 언제 적의 침입이 있을지 몰라

무릎 아래는 침대에서 내려놓은 채로 잠들었다는

술탄의 침대,

적의 침입이 있을 때 피신하기 위해

한 사람밖에 드나들 수 없는

좁은 층계를 만들어 놓고

유사 시에 위로 몸을 피해

무기 방으로 들어가 칼을 빼어 들고 싸우며 옥상으로 쫓겨가다

마침내 불리한 상황에서

옥상 아래로 몸을 던졌을,

아니면 암살자의 반달 칼에 무참히 살해됐을 술탄.

한때의 영화를 위해

그 뒤의 의심, 불안, 음모, 모략은

과연 감내할 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일까

 

마지막 술탄도 가고

이제 주나가르 포트는

왕의 자리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꿈을 접은

그 후손이

관광객의 수입으로 생을 꾸려 나가며

문화 장사꾼 노릇을 하고 있다.

 

                                 

                            주나가르성-조각 하나하나가 섬세함의 극치 

 

2002. 1. 9(수)

조식 후 가디사가르 호수(첫 인상이 소동파가 노닐었다는 항주의 호수같다)를

보고 <자이살메르 성>으로.

 

**자이살메르 성의 아침**

5000인구가 복작대는 자이살메르 성.

왕족의 후예들이 살고 있는 성 안엔

왕궁, 왕비궁, 공회당을 비롯, 상점, 살림집, 호텔, 식당, 학교--

없는 게 없다.

                                         자이살메르 고밴드궁-환영의 꽃목걸이들을 둘렀다 

 

  학교는 성 밖에 있었던가?

 허름한 건물 안쪽 마당에 자리를 깔고 앉은 여남은 학생들이

 세 명의 선생에게 개별 지도를 받고 있다.

  

등교길의 아이들 

 

장난꾸러기 아이들은 어디나 같아~ 

 

사막 가운데 있는 <라자스탄>(왕들의 도시)여인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저녁부터 아침까지 물 걱정만 한다.

3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종일 물 항아리를 옮기는 일이 하루의 일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안의 여인들은

끊임없이 쓸고 닦아 집안이 반들반들하다.

 

                                

 

 좁은 골목 길을

이 집 저 집 들여다보며 구경하랴,

전통 의상으로 예쁘게 차려 입고 문 밖에 나앉은 인도 여인들 구경하랴,

어슬렁거리는 소 피하랴,

개 피하랴,

똥 피하랴,

구정물 건너뛰랴,

등교 길에 오른 학생들 만나 사진 찍으랴--

다리가 휘청하도록 바삐 돌아다니다 찻집에 들러

그들이 즐기는 짜이를 마시며 한숨 돌린다.

 

버스로 한 시간 타르 사막 쪽으로 이동, 낙타를 타다.

 

**타르 사막에 낙타를 타고**

이동 거리 10Km, 소요시간 2시간

내가 마라톤으로 한 시간 14분에 달릴 수 있는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낙타로 두 시간

소처럼 크고 순한 눈을 두리번거리며

터벅터벅 걷다가 풀도 뜯고 하며 가는 낙타

햇살은 살갗을 파고 들고

사막은 나른하게 조는 듯

 

달리는 사슴 떼,

느릿느릿 떼지어 가는 소 떼,

하얀 해골로 남은 들소

나란히 줄지어가는 낙타?

 

모래 산(샘샌드 듄)에 해가 스며들 때

희게 눈부신 텐트 촌에 다다랐다.

 

전쟁 시에 왕이 머물렀어도 손색이 없었을 천막.

침대, 책걸상, 화장거울, 세면대, 양변기, 호롱불?

 

텐트 밖엔 악사와 무희들이

일렁이는 불꽃 속에

낭만을 불러오고

 

어느새 별은

고운 다이아몬드 가루를 뿌린 듯

하늘 가득 찬란하다.

        

                                             사막의 숙소를 향해~

 

        

                                          이 낙타가 가장 늠름하고 잘생겼다 

 

        

                          사막의 일몰-어찌 그 순간을 잊을 수 있겠는가 

 

            

                                            여행 가족

 

             

                  캠프에서의 환영

 

                   

                     안쪽으로 왕이 거처해도 될 만한 숙소들이 즐비하다

 

                              

                                                사막의 밤-민속 공연

 

                

                    편한 밤을 보내고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