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인도

인도인 가이드 라지브씨

맑은 바람 2008. 9. 25. 01:04

 


"이 항아리는 땅으로 만들었어요."

"이 왕궁 성벽에 김(검은 이끼) 많이 있어요."

"인도여자들은 매우 아름다운이예요."


우리 일행이 델리공항에 도착했을 때 마중 나온 인도인 가이드 라지브씨-



나이 33세, 힌두교도

아들 하나, 아내하나

고향이 델리에서 1000Km 떨어진 곳에 있다는 젊은이

힌두교 풍습에서는 부모가 살아 있어야

코밑수염을 기를 수 있다고

검고 윤기 나는 수염을 자랑스러워한다.


연세대학교 한국 어학당에서 6개월 연수 받은 경력이 있다고 하버드졸업장이라도 거머쥔 양

우쭐대는 인도인 가이드 라지브-


단편적인 단어의 나열,

제멋대로 갖다 붙이는 조사

적절한 단어가 생각 안나 끙끙거리면서도

제 이야기에 절로 흥이 나서 껄껄거리고 웃는 라지브,

어처구니없어 웃는 우리들--


답답해서 어쩌지 속으로 생각하면서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묻는다.

우리 가이드는 어디까지 할 거냐고-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한다고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한다.


여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일들 중의 하나가 얼마나 재미있고 유능한 가이드를 만나는가에

달려 있는데 아차, 이 여행에서 보는 건 있으나 듣는 건 없겠구나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13일 간의 여행을 마치고 델리공항에서 이별하는 그때에 이르러선, 가이드 라지브보다

성실하고 자존심 강한 인도인 라지브의 매력을 발견하고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2002.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