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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 명관 지음

맑은 바람 2008. 12. 6. 01:29

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 명관 지음  2008. 12. 2 화

 

강 명관-50세, 부산대 한문학 교수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머리말 몇 줄을 읽으니 호감이 가고 글쓴이의 역사에 대한 생각이 맘에 든다. 왕조실록을 얼마나 많이 읽었으면 이렇게 주제별로 글 쓸 생각을 했을까? 기록에 근거해 작가가 통찰해 낸 역사, 사회, 문화 인식에 공감한다.

그럴 듯한 正史(정사) 뒤에 가려져 역사 속에서 잊혀진 대다수의 보통사람들- 상놈, 여성 등 소위 민초들의  삶을 복원하고 싶다는 욕망이 이 글을 쓰게 했다고 --  글을 읽어나가면서 강명관이란 사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프로다. 각 분야에 얼마나 세세하게 전문적 지식을 동원해서 설명하는지 감탄이 절로 난다.

재미있게 그러면서 뜻있게 읽었다.

 

다시 새겨보고 싶은 이름과 내용을 정리해 본다.

 

**이름 없는 명의 조광일-침술로 절름발이와 곱추를 일으켜 세웠다는 조광일. 그는 침술의 대가였지만 그것을 돈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내 나이 이제 마흔이니 다시 십 년이 지난다면 아마도 만 명은 살려낼 수 있을 것이고 만 명을 살려내며 내 일도 끝이 날 것입니다.

仁術(인술)을 베푼 참다운 의사의 말이다. 요즘 병원은 인술이 아니라 技術(기술)이다. 어느 병원에 얼마나 좋은(비싼) 의료기기가 갖추어졌느냐에 따라 환자들이 몰리고 치료비가 결정되고 하니 말이다.

 

***도박이 성행하는 시대-우연과 불확실성이 지배할 때 도박은 번창한다.

로또, 경마, 증권-이들은 국가가 장려하는 도박이다. 왜? 세상은 갈수록 우연과 불확실성이판을 치니까~

 

***성급한 영조의 횡포(?)-그의 금주령은 병적일 정도여서 애주가들은 무척 고단한 시대를 살았겠다. 대표적인 예로 금주령을 어겼다고 오해를 받은 남병사 윤 구연을 구하고자 간언한 영의정 우의정 좌의정을 동시에 파직시키기도 하고 사간원, 홍문관, 사헌부의 신하들도 재조사를 요청했다가 모두  벼슬이 떨어졌다. 섣불리 사형을 집행한 것과 말리는 신하들을 파직한 것은 너무하다는 항변성 발언을 한 사람까지 좌천을 시켰다.

영조는 재위 기간이 길고 또 대왕으로 알려졌으니 감탄할 만한 일도 많았을 텐데 금주령에 관련된 이야기는 영조의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킨다.

 

***과거 시험-타락과 부정으로 얼룩진 양반들의 잔치

영남 제일의 인재로 소문난 류 광억이란 자는 과거 시험 대리 응시로 생계를 꾸렸는데 받은 돈의 다과에 따라 답안지 수준을 조절했단다. 후에 발각되자 처벌이 두려워 자살하고 만다.

슬픈 과거이며 현재다. 지금 우리들의 젊은이들도 대학만 들어가면 너도 나도 고시공부만 하지 않는가?  한 방에 신분 상승과 돈방석을 꿈꾸며. 막상 실무에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시험 문제에 매달려--

 

***여성 해방의 선구자(?) 감동과 어우동

어우동 못지않은 감동이란 여성이 있었다니-- 그리고  그 대상이 된 남성들은 하나같이 건재한데 성의 노리개가 되었던 이 여성들은 모두 교살형에 처해졌다는 사실도 몰랐다.

열녀문을 세워가며 여성의 정조를 강조하면서도 후궁이다 축첩이다 하며 합법적으로 성을 향유한 남성들-그 보복은 지금 진행 중이다.

 

***별감-조선후기 유행 주도한 오렌지족, 유흥계의 주역, 기둥서방

지금의 청와대 대변인, 비서실과 경호실 역할. 주로 몸을 부려서 하는 일이지만 임금의 측근에 있으므로 양반 못지않게 위세를 떨침. 한 왕실이 거느리는 별감의 수는 100명 내외.

술과 기생과 노름을 가까이하다 보니 폭력적인 인물들이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