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제
-김종길(1927~ )
어두운 방안에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히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설어운 설흔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이 시를 읽으면 마음이 짠-해 옵니다.
어머니의 부재 속에 앓고 있는 어린 아들,
할머니의 애간장은 타들어 가고-
어둠이 깔린 산 속을 허겁지겁 헤집고 다니며 눈 속에서 어렵사리 찾아냈을 산수유 열매-
그때의 아버지 나이가 되도록 아무 것도 이룩한 것 없는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목이 멥니다. 안타까움과 애처러움이 밀려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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