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중국

서안 -장가계

맑은 바람 2009. 1. 19. 20:20
 

천원! 천원!     2004. 8. 9



부채 네 개 천 원

옥수수 일곱 개 천 원

생수 둘 천 원--


복숭아 열 개 천 원

망고 여덟 개 천 원


팁도 천 원--


에스코터가 천 원짜리 지폐를 좀 넉넉히 준비해 가란 얘기가 궁금했는데 현지에 오니

그 까닭을 알겠다.


서안과 장가계를 도는 짤막한 여행 동안 천원의 쓸모는 대단했다.

그렇게 관광객으로부터 걷은 돈이 중국의 부를 키워(?) 배짱좋게도

우리 역사를 다시 만들고 있다. 역사 조작 사건 이야기를 듣고서 출발한 터라

관광지 곳곳에서 마주치는 태반의 한국인들을 접하며

‘우리가 큰집에 놀러온 거야, 지금?’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면서 한편 감히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말이지만

‘에이구 정치인들 노는 꼴 보기싫은데 중국의 속국으로 사는 게 속 편할 수도 있지.’

하는 이완용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침 6시부터 정신없이 돌아치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가능한 많은 걸 보고 듣고 느껴야겠다는

일념으로 피로한 줄 몰랐다.

집만 나오면 방랑벽이 도져 시간을 잊는가 보다.


중국의 관광지는 그 옛날 역사를 보존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하나하나 새롭게 문화상품을 만들어가고 있다.

100년 200년 후에는 지금 만든 것들이 훌륭한 문화재가 될 거라며---


서유기 삼장(현장)법사를 모신 대안탑의 청동으로 만든 ‘삼장법사 일생도’며

여산의 양귀비 노천 목욕탕에 지붕을 올린 거며

보봉호를 끼고 있어 더욱 아름다운 장가계 1000 미터 산을 오르기 위해

에펠탑보다 높은 에리베이터를 설치한 거며

황룡동굴의 석주들을 적당히 잘라 보기좋은 위치에 한 데 모아놓기도 하고 천정 붕괴의 위험이 있는

석주들은 아예 잘라버리기도 하고-


그 게 잘한 일인지 아닌지를 떠나 합리적인(?) 중국인의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들이다.


진시황 병마용도 제1 갱만 공개하고 제2, 제3 갱은 매장된 채로 있다.

제1 갱만으로도 하루에 내외국인(주로 한국인)이 2500만 원씩 쏟아붓고 가는데 다 보여줄 필요가 뭐 있냐고.

후세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단다.


길게 보고 느긋하게 사는 중국인의 강점을 본다.


출발 전에, 허리병이 도지면 어쩌나 불안했는데 무척 다행스럽게도 약없이 잘 넘겼다.

감사 감사할 일이다.

 장가계 1000m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