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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맑은 바람 2009. 3. 8. 23:31

 

유토피아     토머스 모어   서해클래식 004       

 

토머스 모어(1478~1535) 옥스퍼드에서 고전문학 수업, 후에 법률공부, 헨리 8세 즉위 시 하원의원 당선. 1516년 <유토피아> 출판, 1533년 앤볼린 대관식에 불참, 런던탑 감옥에 수감, 1535. 7. 6 단두대에서 처형됨, 후에 로마교황청이 성인의 칭호를 부여함.

 

그는 어떤 <유토피아>를 꿈꾸었을까?

서양사를 읽다 보면 매우 잘생기고 눈빛이 형형하며 강인한 인상의 토머스 모어가 눈에 들어온다.

상서경직에까지 올랐으나 왕에게 정면으로 대항해서 극형을 받게 된 모어-

그의 앞날은 이미 <유토피아>를 발간하면서부터 예견된 것이 아니었을까?

 

“토머스 모어는 눈보다 순결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었다. 영국은 과거에도 그리고 이후로도 그와 같은 천재성을 다시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그와 절친했던 네델란드 출신의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가 한 말이다.

<유토피아>의 라파엘 히슬로다에우스의 입을 통해 모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상적인 정치, 청빈한 신앙인의 자세, 민중의 진정한 행복이다.

이 이야기를 위해서 그는 영국의 타락한 정치, 부패한 종교, 핍박 받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민중의 모습을 그리지 않을 수 없었고 이런 일련의 태도는 그를 제거하고 싶어 하는 이웃들을 만들었을 것이다.

청년을 오도하고 사회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사약을 받은 소크라테스와 같은 운명이다.

 

번역이 자연스럽고 잘된 것 같다. 과거엔, 원문을 몰라도 번역이 어딘지 매끄럽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운 글들이 많기 때문에 번역서를 기피했는데--.

 

역자의 말-청년시절부터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배우며 고전작품을 탐독하고 신실한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교회 형식주의를 비판했던 모어는 영국의 대표적인 휴머니스트였다. 신분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고 공동노동을 하며 부를 공동 소유하는 사회,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합리적인 제도가 다스리는 사회,

-<유토피아>는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진정한 공공성과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고민의 결과를 세상에 제시함으로써 그 실현 가능성을 물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음미하고 싶은 글귀>

36쪽-그들은 전쟁을 하지 않으며 영광스럽다기보다는 편안한 삶, 유명하거나 명예롭기보다는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51쪽-왕(무능한 군주)의 안전은 신민들이 부와 자유를 갖게 되어 방자해지지 못하도록 하는데 달려 있기 때문에 신민들에게는 될 수 있는 대로 조금만 남겨놓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빈곤과 결핍은 사람들의 용기를 꺾어 유순하게 만들고 억압받는 자에게서 대담한 반항 정신을 빼앗는 반면, 부와 자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혹독하고 옳지 못한 명령을 참고 견디려 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82쪽-시포그란투스(공무원)가 하는 주된, 거의 유일한 일은 아무도 가만히 앉아서 빈들거리는 사람이 없고 누구나 열심히 자기 생업에 종사하도록 관리하고 돌보는 일이지요.

<유토피아>인들은 일주일을 24시간으로 등분하여 그 중 여섯 시간만을 일할 시간으로 배정하고 있습니다. 정오까지 세 시간 일하고 점심 후에 두 시간 쉬고 나서 다시 3시간 일합니다. 그리고 나서 저녁을 먹고 저녁 여덟 시경에 잠자리에 들어 여덟 시간 동안 잠을 잡니다.-오늘날 우리가 지향하는 노동 시간이지만 당시는 보통 12시간 이상씩 노동을 했다.

 

93쪽-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이 되면 질병 때문에 병원이나 집에 있는 사람을 제외한 시포그란투스 관할 구역 주민 전체를 놋쇠나팔을 불어서 회관으로 모이게 합니다.

회관에서 배정된 음식을 다 들고 난 뒤에도 개인이 시장에서 자기 집으로 가정용 음식을 가지고 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 않습니다. 합당한 이유 없이 그런 일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어요. 왜냐하면 집에서 식사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요. 뿐만 아니라 회관 안 가까운 곳에 맛있는 음식이 담뿍 있는데 집에서 맛없는 식사를 준비하느라 애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거지요-- 이런 유토피아가 실현된 세상을 꿈꾸는 것만으로도 여인들은 행복하다..

 

그밖에, 아이와 어른이 조화롭게 어울려 서로를 보살피게 한다든지, 술집이 아예 없어 타락할 기회와 숨을 곳을 없앤 점,

금이나 은을 어리석은 이나 죄인의 전유물로 만든 것이라든지, 자연에 따르는 삶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긴 점,

배우자를 선택하는 방법, 예배의 제물로 동물을 잡는 것을 금지한 일 등은 모어가 삶의 다양한 면에서 통찰력을 가지고 참되고 가치 있는 삶의 모습을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

 

-<유토피아>! 당시에는 그저 ‘꿈’에 불과했던 이상향을 지금 우리는 하나하나 이뤄 나가고 있지 않은가! 

 

  2009. 3. 8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