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잠 못 드는 아이들

맑은 바람 2009. 6. 7. 23:23

 

 

 LA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해외 입양아로 보이는 6개월도 안 된 것 같은 아이들이 서양인 남녀의 품에 어설프게들 안겨 있었다.

백일이나 지났을까 말까 한 갓난아인 잠을 자면서도 문득문득 놀라 깨서 울곤 한다.

안고 있는 젊은 남자는 아이가 우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같이 졸고 있다.

 

우리 일행 중 한 여자분이 아기 좀 잠깐 안아 보자며 건네받아서 아이를 가슴에 꼭 안고는

'자장 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우리 아가—'

하며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좀 전까지 무표정한 채로 눈만 또리방또리방 굴리던 아이는 순간 얼굴에 표정이 살아나더니

그 선생님을 빤히 올려다 본다.

그러더니 고 조막만한 손이 살며시 올라와 부인의 양 볼을 만지는 게 아닌가?

영원히 다시 들어볼 수 없는 자장가, 제 어미 품 속에서조차 들어보지 못했을 고국의 자장가에

본능적으로 끌린 것일까?

그 광경을 유심히 지켜보던 나는, 순간 가슴이 콱 막히며 눈물이 차 올랐다.

 

어떡하다 저렇게 예쁘게 만들어 놓곤 또 내팽개쳐, 등기 우편물처럼 남의 나라 사람

손에 들려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게 하나.

끼고 앉아 굶기느니, 잘 사는 나라 가서 잘 먹고 잘 크게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철 들자 뼛속까지 시린 외로움과 영원한 이방인이라는 생각으로 살 아이의 삶은 생각 않고?

이렇게 해서 해마다 바다를 건넌 아이들의 숫자가 얼마나 됐을까?

 

 전에 미국 여행 경비를 아끼기 위해 <홀트 양자회>에 신청해서 아이를 맡아 가지고 가곤 했다는

어떤 분 얘기가 떠오르며, 그분은 내내 무슨 생각을 하며 그 아이를 내려다 보았을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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